험지 출마를 선언한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사진=뉴시스

[월요신문=정세진 기자]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년도 총선에서의 ‘험지 출마’를 선언하자 당 내에서는 이를 대대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9일 오전 2시경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21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까지도 정계에서는 그가 보수 세력의 ‘텃밭’으로 불리는 대구 수성갑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그는 “지도부를 포함한 당 안팎에서 권고한 서울지역 험지 출마 등 당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해당 지역 출마예정자들은 김 전 위원장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특히 정순천 한국당 수성갑 당협위원장은 “당을 위해 서울의 험지로 출마하겠다는 결정, 보수정치의 회복을 위한 그 깊은 뜻에 응원과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앞으로 김 전 위원장 같은 중진 정치인들이 용단을 내려 보수정치 회복과 대한민국 정치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열어줄 것을 소망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유력주자로 거론되는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도 SNS를 통해 “사반세기 동안 중앙정치에 눌려 있었던 수성구의 지역정치, 민생정치 발전의 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전 구청장은 또한 “이 순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대한민국을 지키고 더 나은 대구와 수성구를 만들어 달라는 구민들의 소망을 받들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하루가 될 것”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김 전 위원장의 이번 험지 출마 선언으로 인해 대구·창녕 등지에 출마설이 돌고 있는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의 거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또한 영남권 중진의 용퇴설 및 수도권 출마설과 관련해 침묵으로 일관 중인 4선의 한국당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의 행보 역시 관심사다.

전반적으로는 영남권 출마를 노리는 지도부·잠룡급 인사들이 당 내 인적 쇄신에 발 맞춰 수도권 등 험지로 나가 주어야 한다는 ‘험지출마론’이 한층 더 힘을 받을 것이라는 게 정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다만 김 전 비대위원장은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도 대구지역 출마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수정치의 중심인 대구·경북 지역이 그 정치적 위상을 회복해야 당과 보수정치가 바로 서고, 나아가 정치 세력들 사이의 균형도 이루어진다고 판단했다”며 “부족한 사람입니다만 그중 가장 어려운 지역이라 할 수 있는 수성 갑에 출마하여 그 한 부분을 담당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렇든 저렇든 저는 대구·경북에서 태어나 자란 대구·경북 사람”이라고 말한 김 전 위원장은 “대구·경북이 새로운 모습으로 그 정치적 위상을 회복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구·창녕 등지에 출마설이 돌고 있는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를 두고 시비를 거는 것은 옳지 않다”며 지역 출마 뜻을 거듭 강조했다.

“이미 친박 정권에서 두번이나 압박 속에서 불공정 경남지사 경선을 치루어본 그 경험을 살려 평당원 신분으로 당 지역 경선에 참여해서 여의도 복귀를 추진 하고자 한다”는 것.

홍 전 대표는 이전에도 자신의 지역구는 자신이 알아서 결정하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려온 바 있다.

그는 “그 사람들(친박 의원들)이 주류가 다시 된 이 당에서 정치를 계속하려면 여의도로 복귀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물갈이는 탄핵 정국에서 책임 있는 사람들끼리 치열하게 논쟁해서 정리하는 것이 옳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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