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에 이어 단식투쟁을 선언한 황교안 대표/사진=뉴시스

[월요신문=정세진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삭발투쟁에 나선 데 이어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국회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황 대표는 "패스트트랙 선거법은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세력이 국회를 장악하려는 의도에서 시도하는 것"이라며 단식을 선언했다.

그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애당초 의석수를 늘리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제도였으며, 범여권 의원들도 이를 모두 알고 있었다. 알고도 의석수가 늘어나지 않는다고 국민을 속인 것이 참으로 간교하다“고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제1야당의 당대표가 단식을 단행하는 만큼 이번 사안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국당 지도부의 한 핵심관계자는 "사실상 이는 황 대표가 목숨을 거는 것“이라며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이 올 수 있잖느냐"고 우려의 뜻을 내비쳤다.

다만 대다수 정계 인사들은 패스트트랙 정국과 총선 정국과 맞물려 황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자, 황 대표가 제1야당 수장으로서 문재인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것 아니냐는 해석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황 대표가 단식 투쟁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며, 당 내에서 당대표가 단식농성을 하는 것은 2003년 당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에 이어 16년 만의 일이다.

특히 황 대표는 정치권에 발을 들인지 불과 9개월여 만에 제1야당 대표 초유의 단식농성을 감행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여당을 향한 투쟁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한편 반문 투쟁을 위한 범야권의 결집 효과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국회가 아닌 청와대 앞을 농성 장소로 정한 것도 문 대통령에게 국정실패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묻고 국정대전환을 강력하게 촉구하기 위한 제스쳐로 볼 수 있다.

또한 황 대표의 단식투쟁은 총체적 리더십 위기라는 당 안팎의 비판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황 대표는 패스트트랙 정국이 물러가며 곧바로 들이닥칠 총선 정국에서 전략이 부재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관병 갑질' 논란으로 배우자가 기소된 박찬주 예비역 대장을 '1호 인재'로 영입하려다가 무산되는가 하면 야권의 보수통합 역시 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황 대표 측에서는 변혁의 유승민 의원 쪽과 지속적으로 물밑 접촉을 해오고 있다고 밝혔으나 정작 변혁은 한국당을 협상파트너로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황 대표로서는 지금의 상황이 사실상 배수의 진을 친 셈으로, 실패하더라도 대표로서 최선을 다했다는 명분은 건질 수 있다는 계산이 단식 결정의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문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야당과의 협치 노력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황 대표가 거절당한 영수회담을 다시 극적으로 추진할 경우 꽉 막힌 정국의 돌파구를 찾는 등의 국면 전환도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정계에서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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