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횡령 5억 이상 확정시 특경법 가중처벌
한국타이어, 3세 경영 시작부터 '삐끗'

협력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 대표이사의 구속 여부가 21일 결정된다. 지난 19일 검찰이 조 대표를 배임수재, 업무상횡령,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 청구를 하면서 법원이 영장실질심사에 나섰다.

조 대표는 하청업체로부터 납품 대가로 매달 수백만원씩 총 5억원 안팎의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계열사 자금을 정기적으로 빼돌려 2억원 상당의 뒷돈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조 대표가 이러한 범행에 차명계좌를 동원했다고 보고 배임수재, 업무상횡령,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히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조 대표의 차명계좌로 흘러간 8억원 상당의 돈이 개인 용도로 사용된 것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검찰의 영장 청구에는 국세청이 제기한 한국타이어의 조세 포탈 혐의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즉 추가적인 혐의가 더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이 뒤로 물러나면서 형성된 3세 경영체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장남인 조현식 총괄부회장, 조현범 사장간 형제경영으로 운영되고 있다.

조현식 총괄부회장은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을 이끌고 차남인 조현범 사장은 사업회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를 진두지휘하는 형태다.

사실상 3세 경영체제로 그룹 지배구조를 재편했다. 이와함께 사명도 '테크놀로지'를 붙이며 과감한 변화를 예고했다.

하지만 조현범 대표이사가 배임·횡령 혐의를 받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정경제법 가중처벌이 적용될 경우 조현범 사장은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는 실무에서 손을 떼야한다는 의미다.

조양래 회장이 보유한 지분 23.59%의 상속여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의 경우 조현식 총괄부회장과 조현범 대표가 각각 19.32%, 19.31%를 보유하고 있다. 즉 아버지인 조 회장의 의중에 따라 승계가 결정된다.

이번 사건은 검찰 수사만 놓고 보면 조현범 사장 개인적인 배임·횡령이다. 즉 승계경쟁에서 상당한 악영향이 예상된다.

또 사업회사를 맡고 있는 조현범 사장이 구속 기소될 경우 그룹 내에 경영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판결 여부에 따라서는 대표이사직을 내려놔야 할 수도 있다.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1항에 따르면 사기·공갈·횡령·배임·배임수재·재산국외도피 등의 범죄로 자신이나 제3자가 5억원 이상의 재산상 이익을 취해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 유죄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

그간 특경법이 제대로 지켜진 경우가 없어 조현범 사장이 대표직을 내려놓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지난해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된 만큼 향후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지분 7.42%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분 7.12%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올해 주총에서 조현범 대표이사가 등기임원 재선임에 성공한 만큼 당장의 영향은 없겠지만 추후 재선임 과정에서는 의결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국민연금은 배당성향이 낮은 기업, 횡령·배임 등 법령을 위반한 기업을 대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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