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부산 현장회의에서 모두발언 중인 문 대통령/사진=뉴시스

[월요신문=정세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초청하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지난해에도 문 대통령은 연말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바 있어 관계 회복이 쉽지 않은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1일 '모든 일에는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보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이번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초청하는 친서를 보내왔지만 현재의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참석할 수 없다는 것이 북한 당국의 입장이다.

기사에서는 "판문점과 평양, 백두산에서 한 약속이 하나도 실현된 것이 없는 지금의 시점에 형식뿐인 북남 수뇌상봉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언급됐다.

이어 "더욱이 북남 관계의 현 위기가 어디에서 왔는가를 똑바로 알고 통탄해도 늦은 때에 그만큼 미국에 기대다가 낭패를 본 것도 모자라 이제는 주소와 번지도 틀린 다자협력의 마당에서 북남 관계를 논의하자고 하니 의아할 따름”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즉 문 대통령이 남북 관계가 경색된 근본적인 원인과 그로 인한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러한 상황 속에서 김 위원장의 부산 방문을 원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와대측은 문 대통령이 오랫동안 공을 들여온 김 위원장의 초청 구상이 무산되자 아쉬운 심경을 토로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함께 평화번영을 위해 아세안 10개국 정상과 자리를 같이하는 쉽지 않은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게 된 데 대해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북 정상이 모든 가능한 계기에 자주 만나서 남북 사이의 협력과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해 국제사회의 이해와 지지를 받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친서에서 김 위원장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한다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남북간 공동노력이 국제사회의 지지 확산으로 이어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았다고 고 대변인은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특별정상회의 참석을 요청하는 친서를 보낸 것은 지난 5일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3 정상회의가 끝난 직후이다.

친서를 전달한 이후에도 김 위원장의 참석이 어려울 경우 특사단을 파견해 줄 것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몇 차례 보내왔다고 북한측은 밝혔다.

메시지 교환은 문 대통령의 모친상 때 김 위원장 명의의 조의문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은 당시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의 조의문을 접수해 부산의 모친 빈소를 지키고 있던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김 위원장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초청하자는 아이디어는 1년 전 싱가포르 한·아세안 정상회의 당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처음 제시한 것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한반도 정세가 평화를 향해 더 나아가는 분위기 속에서 적극 검토하겠다"며 "이를 위해 아세안 국가들과 사전에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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