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 안에 누워 있는 황교안 대표/사진=뉴시스

[월요신문=정세진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식 닷새째인 지난 24일 건강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가 전날 오후부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청와대 사랑채 앞 텐트에 누운 채 거동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공직선거법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한 투쟁 동력 약화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3시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진행된 당 비상의원총회에는 미리 설치한 천막에 들어가 누운 채로 짧게 참석했다.

한국당은 25일 황 대표의 농성장 주변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황 대표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나경원 원대대표가 대신 회의를 주재하기로 결정했다.

민경욱 의원은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동안 꼿꼿한 자세로 단식농성에 임하시던 황 대표께서 (23일 밤) 단식 나흘만에 자리에 누웠다”면서 우려의 뜻을 표했다.

그런가 하면 박맹우 사무총장은 비상의총에서 “당초 분수대 앞에 천막을 치고 단식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청와대가 이를 철저히 방해하고 설치를 막는 바람에 결국은 텐트 하나 없이 풍찬노숙으로 단식 농성을 해오고 있다”며 청와대측을 비난하고 나섰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기력이 현저히 떨어진데다 맥박과 혈압이 낮다는 진단을 받았고, 한국당은 오후부터 인근에 구급차 등 의료진을 대기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그러나 “그래서 고통마저도 소중하다. 추위도 허기짐도 여러분께서 모두 덮어준다”는 글을 올려 단식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단식농성장에는 한국당 주요 인사들 뿐 아니라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도 다녀갔다.

이 총리는 황 대표와 비공개로 만남을 가진 후 “건강이 상하면 안 되니 걱정된다는 말씀을 드렸다”면서 “이렇게 어려운 고행을 하는 충정을 잘 안다는 말씀도 건넸다”고 밝혔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황 대표의 건강 악화 소식이 전해지자 지도부를 중심으로 ‘패스트트랙 총력 저지’를 외치는 강경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비상의총에는 전체 108명 가운데 90명 가량의 의원이 참석, 비옷을 입고서 바닥에 앉아 패스트트랙 강행 기류를 보이는 여권을 집중 성토했다.

나 원내대표는 “잘못된 선거법과 공수처법으로 대한민국은 돌이킬 수 없는 좌파 대한민국으로 바뀔 수 있다”며 “그것을 막는 것이 한국당 의원 한분 한분의 역사적 책무이자 소명이다. 한국당은 황 대표를 중심으로 절대 단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오는 27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법 개정안, 12월 3일 공수처 법안 본회의 부의 전 단식이 종료될 경우 단식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수처 법안 본회의 부의까지는 일주일 이상이 남은 상황이어서 황 대표가 그때까지 버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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