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사진=KB국민카드

[월요신문=윤주애 기자]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이 내달 임기만료를 앞두고 대규모 해외투자에 나섰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신임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실적개선과 해외사업 성과 등으로 이 사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졌다.

KB국민카드는 2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자동차∙오토바이∙내구재 할부금융사업 등을 하는 현지 여신금융전문회사 ‘PT 파이낸시아 멀티 파이낸스’ 지분 인수를 위한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 얍 타이 힝 PT 파이낸시아 멀티 파이낸스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 카드사는 2개 사모펀드(PEF)가 보유한 지분 8%를 8128만 달러에 인수한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950억원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인수자금은 내년 1분기 중 회사가 보유한 현금으로 전액 충당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수금액은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KB국민카드 현금성자산(3035억원)의 3분의1 수준이다.

PT 파이낸시아 멀티 파이낸스’는 금융당국의 승인과 인수통합작업(PMI)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초 KB국민카드의 두 번째 해외 자회사로 공식 출범하게 된다.

이 회사는 △할부금융 △리스 △팩토링 △주택담보대출 등 현지 통화 관련 대출상품 판매와 신용카드사업이 가능한 여신전문금융회사다. 1994년 설립됐으며 총자산 3251억원, 자기자본 632억원, 임직원 9800여명 규모다. 최근 5년 동안 평균 순이익 50억원 정도 된다.

특히 인도네시아 전역에 지점 137개 등 모두 248개의 영업망을 바탕으로 할부금융사업에 강점을 갖추고 있으며 여신 취급액 기준으로 오토바이담보대출과 내구재대출은 각각 업계 3위, 자동차담보대출은 업계 5위를 차지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단기적으로 본사의 지급보증 등으로 조달 비용을 절감해 경쟁력 있는 금리를 제시하고 현지 고객들의 특성에 맞춘 할부금융상품을 확충해 우량자산 중심의 영업을 펼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또 자동차 딜러를 중심으로 영업망을 강화하고 현지 모바일 플랫폼 사업자와 제휴해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영업채널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사진=KB국민카드

중장기적으로는 KB국민카드가 보유한 △상품개발 △리스크 관리 △디지털 핵심역량의 지속적 이전을 통해 할부금융사업을 다각화하고 카드 프로세싱 대행 등 카드사업도 시작해 소비재할부금융에서 신용카드에 이르는 초대형 종합 여신전문금융회사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KB국민은행의 부코핀은행, KB손해보험·KB캐피탈의 현지법인과 △상품 판매 대행 △소개.연계 영업 △현지정보와 영업 노하우 공유 등 KB금융그룹 계열사의 시너지 창출에도 힘쓰기로 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거대한 내수시장과 지속적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금융 수요 확대가 예상되고 인근 동남아 국가와 비교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여신 비율이 낮아 앞으로 두 자릿수 이상의 여신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이라며 “축적된 디지털역량과 리스크 관리 노하우를 현지에 이전하고 캄보디아에서 거둔 시장 조기안착의 성공경험을 살려 인도네시아에서도 해외 진출 성공신화를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계약은 KB국민카드가 지난 20일 이사회에서 결정했다. 당시 이사회에서는 캄보디아에 있는 자회사인 KB대한특수은행(KB Daehan Specialized Bank Plc., KDSB)에 대한 추가 투자 건도 의결했다. 

KB국민카드는 KB대한특수은행에 대해 292억원을 증자하고 지급보증액을 818억원 가량 추가로 늘렸다. KDSB의 대출자산이 늘면서 현지 자본금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조치다. KDSB는 지난 7월 국민카드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 회사는 올 들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한편 카드사들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국내 업황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수익원 다변화 차원에서 해외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신남방 국가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롯데카드(대표 김창권)가 베트남 현지법인 롯데파이낸스를, 신한카드(대표 임영진)는 신한베트남파이낸스(SVFC)를 출범시켰다. 현대카드(대표 정태영)도 지난달 베트남 기업 FCCOM의 지분 50%를 49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카드업계에서는 이동철 사장이 이번에 연임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허인 국민은행장도 임기 2년을 마친 뒤 재선임에 성공했다. 이 사장도 내달 임기 12년을 채운 만큼 통상적으로 1년 연임하는데 청신호가 켜진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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