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LG전자 부회장./사진 = LG전자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은퇴한다. 한국 가전업계에서 '가전신화(家電神話)'로 꼽힐 정도로 많은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28일 LG전자는 2020년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조성진 부회장의 은퇴 소식을 알렸다.

조성진 부회장은 1956년생으로 1976년 9월, 옛 금성사로 입사해 LG전자에서만 43년 2개월간 근무했다.

LG전자는 조 부회장의 재직기간을 뛰어 넘는 사례는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것이라며 오랜 기간 노고에 감사함을 표했다.

조 부회장은 “한 회사에서 이렇게 오랜 기간을 다닌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며 “은퇴조차도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젊음을 포함해 모든 것을 LG전자와 함께 했기에 후회나 부끄러움은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나라가 기술속국이 되지 않아야 된다는 일념으로 악착같이 연구개발에 몰두했던 때가 이젠 마음 속 추억으로 아련히 남는다”며 “안정된 수익구조와 사업 포트폴리오를 넘길 수 있게 돼 다행이다. 더 튼튼하고 안정된 회사, 미래가 좀 더 담보된 회사로 만들지 못한 아쉬움은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LG전자가 영속되기 위해서는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1등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새 CEO인 권봉석 사장이 회사를 잘 이끌 수 있도록 기도하고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에서 조 부회장의 마지막 결실은 세계 최대 가전업체인 미국의 월풀을 누른 것이다. 조 부회장은 2016년 말 LG전자 CEO에 선임되며 LG브랜드를 글로벌 1위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 LG전자는 생활가전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월풀을 앞섰다.

그가 걸어온 길 역시 가전신화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조성진 부회장이 입사할 당시만 해도 국내 세탁기 보급률은 0.1%도 안됐다. 하지만 그는 세탁기가 대중화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2012년까지 36년간 세탁기에 매진하며 확신을 현실로 이끌었다. 2012년 말에는 사장으로 승진하며 세탁기를 포함한 냉장고, 에어컨 등 생활가전 전반을 맡았다.

세탁기 사업을 통해 쌓은 1등 DNA를 다른 생활가전으로 확대하며 H&A사업본부의 체질을 바꿔놓은 그는 지속적인 R&D 투자, 고도화된 사업 포트폴리오, 안정적 수익구조 등을 기반으로 LG전자 생활가전의 위상을 높였다.

조 부회장은 LG전자의 프리미엄 가전 전략도 세웠다. 한국 가전업체로 처음으로 초(超)프리미엄 가전 ‘LG 시그니처(LG SIGNATURE)’,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SIGNATURE KITCHEN SUITE)’ 등을 성공적으로 런칭시켰다.

여기에 신개념 의류관리기 ‘트롬 스타일러’, 상단 드럼세탁기와 하단 미니워시를 결합한 ‘트윈워시’ 등도 그의 재직기간 나왔다.  LG 퓨리케어 360°공기청정기, 코드제로 A9 등 역시 인기를 끈 제품이다.

조 부회장은 “가전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세상에 없던 제품의 탄생으로 이어졌다”고 회상했다.

이러한 혁신적 제품덕에 LG전자 H&A사업본부는 4년 연속 매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역대 최대’를 갈아치우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 혁신 DNA, 회사 내 전 사업으로 확산

조 부회장은 생활가전에서 쌓은 글로벌 성공경험을 LG전자 전 사업으로 확산했다.

우선 자동차 부품 사업의 성장동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동차용 헤드램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갖춘 오스트리아의 ZKW를 인수했다.

부진을 겪고 있는 스마트폰의 경우 수익성 개선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생산라인을 ‘LG 하이퐁 캠퍼스’로 이전하는 과감한 결단도 내렸다.

TV사업에는 프리미엄 전략을 도입했다. 그는 2013년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올레드 TV에 집중하며 TV사업의 수익구조를 강화했다.

로봇, 인공지능, 자율주행, 빅데이터 등 미래 기술을 위한 선제적 투자와 역량강화에도 힘썼다. 그는 미래사업을 조기에 육성하기 위해 로봇사업센터와 같은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해외에 인공지능연구소를 개소하는 등 미래사업을 위한 역량 강화에 과감하 모습을 보였다. 특히 국내외에서 4차 산업혁명 분야의 인재들과 직접 만나며 인재 영입을 직접 챙겼다. 외부와의 전략적 협업을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 추진도 이뤄졌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에는 산업용 로봇을 제조하는 ‘로보스타’의 경영권을 인수하기도 했다.

◇경영자 아닌 든든한 조언자로 남아

조 부회장에 대한 LG전자 직원들의 평가는 든든한 조언자다. LG전자에 따르면 그는 아무리 바쁘더라도 직원들과의 소통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경영자가 아닌 선배로서 조언자 역할을 자처하고 주기적으로 많은 직원들과 얘기를 나눌 기회를 마련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업환경을 고려해 미래준비를 위해 도전하는 문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조 부회장은 지금이 LG전자가 4차 산업혁명의 큰 축인 디지털전환을 위해 더 크게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시점이라 판단했다.

그는 디지털전환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역량을 갖춘 젊은 사업가의 새로운 리더십이 LG전자의 도약을 이끌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음은 조성진 부회장 주요 경력사항이다.

- 1976년 금성사 전기설계실입사

- 1985년 금성사 전기회전기설계실(기정보)

- 1987년 금성사 전기회전기설계실(기정)

- 1991년 금성사 전기회전기설계실(기감보)

- 1995년 LG전자 세탁기설계실(부장)

- 2001년 LG전자 세탁기연구실장(연구위원/상무)

- 2005년 LG전자 세탁기사업부장

- 2007년 LG전자 세탁기사업부장(부사장)

- 2013년 LG전자 HA(Home Appliance)사업본부장(사장) 

- 2014년 LG전자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사업본부장

- 2016년 LG전자 대표이사 H&A사업본부장

- 2017년 LG전자 대표이사 CEO(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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