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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정국 혼돈 '필리버스터'에 본회의 무산부모들 "아이들 이용하지 말라"...한국당, 패스트트랙 저지 총력
어린이 교통안전 사고 피해자 부모들이 지난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들의 소극적 법안 처리를 규탄하며 빠른 법안 처리를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윤주애 기자]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룬) 카드로 정기국회 만료일인 오는 12월10일까지 저항하기로 했다. 여야 합의로 지난 29일 열기로 했던 국회 본회의는 필리버스터에 무산됐고 정기국회는 올스톱 됐다.

이날 통과될 예정인 민식이법 등 어린이법 뿐 아니라 여야 이견이 없어 처리 수순이던 민생법안들까지 발목을 잡혔다. 정기국회가 끝나면 통과되지 않은 법안들은 자동으로 폐기된다. 새 국회에서 발의되고 법안소위, 법사위, 전체회의 등을 또 거쳐야 한다.

교통사고 등으로 아이를 잃은 부모들은 "이미 세상을 떠난 아이들을 정치 흥정의 대상으로 삼았다"며 항의했다. 아이들 이름을 딴 법안들은 스쿨존 안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준이 어머니는 29일 국회 정론관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사실을 말했다. 아이들의 목숨과 거래하고 싶었던 것이다. 경악을 금치 못한다. 금수만도 못한 야만의 정치는 누가 하고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민식이 어머니는 "우리 아이들을 협상 카드로 절대 쓰지 말아야 한다. 사과해야 된다. 꼭 사과를 받겠다. 당신들한테 무릎까지 꿇었다"고 오열했다.

이날 본회의에 사립유치원 회계투명성을 강화시키기 위한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과 유아교육법, 학교급식법)과 어린이 교통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데이터 3법' 중 일부 법안, 대체복무제 관련 법안 등 주요 민생 및 경제 법안들이 처리될 예정이었다.

5년이 채 되지 않아 국회에 필리버스터 신청이 접수됐다. 그땐 더불어민주당이, 이번엔 자유한국당이 신청했다. 필리버스터는 합법적인 의사 진행 방해 수단이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29일 국회에 상정된 '민식이법'을 제외한 199개 법안 모두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당 내부에서도 민생.경제법안 등을 막아선 안된다는 주장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나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 신청을 밝히며 문희상 국회의장을 향해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법안에 앞서 민식이법 등을 먼저 상정한 뒤 통과시켜 줄 것을 제안한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나 원내대표는 당이 민생 및 경제 법안의 발목을 잡았다는 여론에 대해 "우리 당은 처음부터 '민식이법'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적 없다"며 "5개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보장해주면 나머지 법안은 다 처리하겠다고 민주당에 제안했다. 결국 민식이법을 비롯한 민생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것은 민주당 탓"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이 선거법 개정안이 상정되지 못하게 199개 안건 모두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지만, 5개 안건으로 좁히자고 민주당에 제안했다는 것이다. 또 문 의장에게도 지난 29일 본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음에도 민주당 때문에 본회의가 파행된 것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나 원내대표는 "이 저항의 대장정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불법 패스트트랙의 완전한 철회 선언과 '친문(친문재인) 게이트' 국정조사 수용일 것"이라고 촉구했다.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더불어민주당 등 의원들 다수가 국회 본회의에 불참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법안 의결에 필요한 정족수를 채워야 본회의를 열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국회 본회의가 열리지 않아 자유한국당은 이날 필리버스터를 하지 못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에 오른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이 12월 3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될 예정이고, 문 의장이 신속 처리 방침까지 밝힌 상태다.

한국당 의원 118명이 1명 당 4시간씩 토론에 들어가면 법안 1건당 432시간을 끌 수 있다. 오는 12월10일까지 250여기간 남았으니 필리버스터로 충부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선거법 개정안에 따르면 의원정수는 300명으로 유지하되 지역구 의석은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수는 늘려서 각각 225대 75석으로 조정하도록 돼 있다. 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연형 비례대표제는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한다.

지난 4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정의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이 패스트트랙 추진에 합의하며 논란이 됐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소미아 종료를 반대하고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8일간 단식투쟁을 하다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갔다. 황 대표는 건강악화로 지난 29일 단식을 중단했으나  같은 당의 정경미, 신보라 최고위원들이 동조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위에서 아래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본회의 개의와 필리버스터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같은 날 오후 국회 본회의가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 이후 의원 정족수 부족으로 무산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본청 로텐더홀 앞 계단에서 '민생파괴! 국회파괴! 자유한국당 규탄대회'를 갖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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