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파기환송심’ 코앞 정기 인사 시즌
김기남 등 ‘3인 CEO’ 거취 이목…승진 규모 줄 듯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세 번째 재판이 오는 6일 진행되는 가운데, 삼성의 임원 인사 방향을 두고 재계의 촉각이 모인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의 임원 인사는 통상 12월 초순에 진행돼 금주 중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부회장이 파기환송심 재판을 앞두고 있어 이보다 미룰 수도 있어 보인다. LG그룹이 2020년 임원 인사에서 세대교체 등 ‘변화’를 택한 반면, 삼성은 3인의 현재 대표이사 체제 하에 미래 인재 중심 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예상이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5대 그룹 중 LG그룹이 가장 먼저 연말 임원 인사를 발표한 가운데, 재계 서열 1위인 삼성그룹의 2020년도 임원 인사 방향 등에 관심이 쏠린다.

정확한 날짜는 확인되지 않지만 일단 삼성의 임원 인사는 금주 중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다. 최근 5년 사이 삼성은 2017·2018년도 임원 인사를 제외하곤 12월 4일 또는 6일에 임원 인사를 단행해왔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세 번째 공판은 오는 6일 오후 2시5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다. 재판 이슈가 정기 인사 일정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하지만 정상적인 경영 활동 및 사업 추진을 위해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과는 별개로 임원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5대 그룹 가운데 연말 임원 인사 스타트를 끊은 LG그룹의 키워드는 변화와 쇄신이었다. ‘가전신화’ 조성진 부회장이 용퇴하고 1963년생으로 올해 56세인 권봉석 사장이 후임에 올라 기존 60대 CEO에서 세대교체를 이뤘다. 또한 그룹의 신규 임원 106명 선임과 함께 여성 임원도 37명으로 늘렸다. 34세 최연소 여성 임원 발탁 등 차세대 사업가를 육성하기 위한 파격 인재 등용이 눈에 띄었다.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높아져가는 상황에서 과감한 변화와 조직 쇄신을 통해 회사의 성장을 이끌겠다는 의지가 내포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의 경우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DS부문장), 김현석 대표이사 사장(CE부문장), 고동진 대표이사 사장(IM부문장)의 거취가 가장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임원들에게 암묵적으로 적용되던 ‘60세 룰’ 탓에 김 부회장이 물러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반도체 사업 부진이 경영 실책이 아닌 점, 비메모리 투자의 연속성, 그리고 3인의 대표이사 체제가 2017년 10월 말부터 약 2년여밖에 안 된 점 등을 고려해 교체가 이뤄지기엔 아직 이르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호황이 시작된 2017년 삼성전자는 2018년도 임원 인사를 통해 총 221명을 승진시켰지만 2019년도 인사에선 158명만을 승진 대상으로 확정했다. 불황인 반도체 시장이 내년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되지만 대외환경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상태다.

이에 재계에서는 내년도 삼성의 임원 인사 승진 규모 또한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점도 그 배경 중 하나다. 다만, ‘안정’에 방점을 두되 미래 인재를 등용해 불황을 타개하고 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미래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는 이번 임원 인사에 담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SK그룹의 경우 이르면 오는 5일, 롯데그룹은 이달 중순경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부터 정기 임원 인사를 수시 체계로 바꾼 만큼 연말 대규모 인사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장동현 ㈜SK 사장의 연임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2016년 하반기 국정농단 사태로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지 못한 롯데그룹은 지난 10월 신동빈 회장의 오너리스크가 해소됨에 따라 이번에 대규모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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