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께 사죄” 글 게재
특조위 “책임규명·피해자 보상확대 요구 전달”

옥시 영국 본사 대표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 사진=옥시 홈페이지 갈무리

[월요신문=최은경 기자] 가습기살균제 참사 관련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옥시를 향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옥시 본사 신임 대표는 최근 피해자 측에 공식 사과했으나, 가습기 살균제가 안전하다는 허위 광고 등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전 대표의 행방이 아직까지 오리무중이라 진상규명에 장애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 새 대표 VS 전 대표…엇갈린 행보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옥시RB그룹 최고경영자(CEO) 락스만 나라시만은 지난 1일 자사 홈페이지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하며 공식 사과했다.

이 글에서 나라시만 대표는 “가습기살균제 제품으로 대한민국 소비자들에게 건강상의 고통과 사망에 이르는 피해를 발생시킨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최선을 다해 배상 및 재발 방지에 노력할 것이며, 이를 위해 전 제품의 안전성 검사를 지원하겠다”고 사죄의 뜻을 밝혔다.

문제 해결을 위해 우선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한 셈이다.

앞서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현지시간 지난달 29일 영국 RB그룹 본사를 찾았고, 이 자리에서 나라시만 대표가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 같은 옥시 본사 측 사과가 진정성이 담겼느냐에 있다. 일각에선 구체적인 후속대책이 없는 것으로 미뤄 기존처럼 말만을 앞세운 사과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조위는 옥시 핵심 관계자 조사를 위해 지난달 24일부터 여드레 간 인도‧영국 등 현지를 찾아 참사 대응과정에서 본사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조사했으나, 문제가 불거진 당시 근무했던 임직원들을 만나기조차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거바르 제인 전 옥시 대표의 면담을 위해 인도를 찾았지만 만남에 실패했다. 전 대표 측이 ‘범죄인 인도조약’을 이유로 만나기 어렵다고 특조위에 알려왔다.

제인 전 대표는 옥시에서 지난 2006∼2009년 마케팅본부장을 거친 후 2010∼2012년 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본부장 재직 당시 자사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을 알고도 ‘안전하다’는 내용의 허위 표시 및 광고 등 마케팅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8월 말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도 제인 전 대표는 불참하면서 결국 특조위는 직접 조사를 추진해왔다.

현재 제인 전 대표는 지금까지 해외 거주를 이유로 국회 국정조사는 물론, 검찰 조사에도 응하지 않는 상태다. 2016년 인터폴은 제인 전 대표를 최고 등급인 적색수배 대상에 올렸다.

특조위에 따르면 최근 전 대표 측은 ‘인도에서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조사단을 인도 현지로 파견했으나 제인 전 대표 측이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른 현지법을 이유로 돌연 만남을 거부한 상태다.

앞서 옥시 측은 지난 8월 청문회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원인에 대해 정부의 책임으로 돌려 논란이 확산됐다. 당시 환경부는 민간기업 차원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고, 참사에 대한 옥시 측의 전반적 대응에 진정성을 의심하는 여론이 확산됐다.

특조위는 나라시만 신임 대표 사과에도 옥시 측 향후 대응을 지속적으로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옥시 본사 차원의 내부조사 등 전혀 밝혀진 바가 없어 이번 설명만으로는 재발 방지는 물론 피해자 보상이 어떤 수준에서 이뤄질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한편 옥시레킷벤키저 측은 이날 이메일을 본지에 보내와 관련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측은 “레킷벤키저 그룹의 한국 지사인 옥시레킷벤키저는 먼저 가습기 살균제 제품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모든 피해자와 그 가족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대표단과 함께 지난달 29일 영국에 위치한 레킷벤키저 본사에 방문해 RB그룹의 임원진들과 존중, 투명, 신속의 핵심 원칙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건설적인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옥시레킷벤키저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주도하에 여러 가습기살균제 업체들과 협조해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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