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복귀로 친이계 주자간 연대에 가속도

위기에 처한 친이계에 흑기사가 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전열을 정비 중인 한나라당에 분열의 불씨가 될 것인가. 특임장관에 사의를 표하고 당 복귀를 예고한 이재오 장관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장관은 최근 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돌아 왔으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특임장관직에서 사임할 것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이재오 장관의 당 복귀 예고는 그가 가진 정치적 지분을 통해, 분열된 세력을 하나로 묶는 ‘컨트롤 타워역’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여기에 더해, 향후 가속도가 붙을 대권 가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쳐지면서 그의 역할에 귀추가 모아진다. 한나라당의 세력구도를 살피고, 이재오 장관의 역할을 조명한다.

 

▲ 이재오 특임장관
내년 잇달아 치러지는 대형 선거들을 앞두고 정치지형에 대규모 변화가 감지되는 가운데, 거대 여당의 몸부림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특히 한나라당은 지난 7.4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구성, 이반된 민심을 추스르기 위한 진용 정비를 끝낸 바 있다.

친이계 세력 재건 ‘특명’
당시, 한나라당은 그간 당권과 주요 요직에 걸쳐 포진하며 주류를 형성했던 친이명박계(친이계)를 대신해, 정권 내내 비주류로 변방에 머물던 친박계와 중도 성향의 지도부를 맞아 체질 개선을 함께 이뤄냈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당시 전대에서 새 당권자로 비주류 중도파 인물인 홍준표 전 최고위원을 신임 대표로 선출했고, ‘순혈’ 친박계 출신인 유승민 의원을 차순위로 선출하는 파란을 연출한 바 있다.

반면, 친이명박계의 지원을 업은 것으로 알려진 원희룡 최고위원의 경우 기존 세력 지형과는 달리 턱없는 득표율을 보이며, 친박계 유 최고위원에 밀리며 3위를 기록, 세력의 몰락을 여실히 드러냈다.

기존 정치구도에서 최대, 최상위 세력을 자랑해온 친이계의 위기가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이다. 이러한 결과 탓에 지난 전대를 일러 “박근혜를 위한 자리”, 혹은 “(박근혜의) 대선 출정식 같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하지만 전대를 전후한, 당내 사정은 친이계 입장에서 이 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분석돼 왔다. 이는 우선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권력 누수가 가속화되는 정국 사정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정 운용에 차질을 빚을 정도로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왔다. 이중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에 반기를 든 재계와의 갈등과 권력의 첨병이라던 검찰의 집단 항명이 그것. 이일로 가뜩이나, 재보선 참패 등으로 어려움에 봉착했던 이 대통령은 국정의 주도권까지 상실하는 치욕을 맛봐야 했다.

여권의 컨트롤 타워가 심각한 위기감에 사로잡히면서 또 하나의 축인 한나라당도 위기에 직면하는 것은 자연스런 수순, 특히 지난 재보선 참패 이후 대부분 2선으로 후퇴한 구주류는 향후 정국에서 생존을 걱정해야 할 만큼, 어려움을 겪어왔다.

대권 관리도 포함될 듯
여기에 이들의 몰락과 침체를 가속화시키는 촉매제가 또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박근혜 전 대표를 포함한 당내 잠룡들의 차기 대권 경쟁이다.

따지고 보면, 이번 한나라당 변화의 핵심도 사실상 차기 권력을 잡기 위한 뼈 깎는 산통의 일부라는 지적이다. 새 지도체제에 따른 세력 변화의 중심에 박근혜 전 대표가 자리하고 있다는 말은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

게다가 최근엔 한나라당의 변화를 결정하는 말까지 나오는데 이는 ‘박근혜 한나라당’이라는 것이다. 비록 당권과 대권을 분리해, 권력을 나눴지만 한나라당의 향후 과제 중 단연 첫 번째가 정권 재창출이라는 점에서 차기 대권에 가장 근접한 인물인 박 전 대표로의 쏠림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이러한 지형변화에도 불구, 정가에서는 또 하나의 암울한 관측이 나온다. 비록 현 정국에서 친이계가 몰락의 길을 가고는 있지만, 아직 임기가 1년 이상 남은데다, 적어도 외형적인 세력분포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만큼, 반격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임기 내내 당 안팎 세력의 도전에 직면해 세력과 파괴력은 전만 못하다고 해도, 여전히 주요 요직과 정보망을 선점하고 있어 정국을 반전시킬 위력도 내재돼 있다.

문제는 이들 세력의 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심점의 부재, 이는 그간 친이계 좌장격으로 지난해 말 새해 예산안 처리와 개헌 논의를 진두지휘했던 이재오 특임장관의 두문불출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이 특임장관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 제기된 개헌 논의 이후, 사실상 정국에서 모습을 감춘 바 있다. 전대 기간에도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친이계 핵심들과 비밀리에 접촉을 갖는 등, 비공개 ‘막후’ 행보를 지속했다. 이 장관은 전대 직후 이 대통령의 명을 받아 아프리카를 순방하며 정치권과는 거리를 둬왔다.

지각 변동으로까지 일컬어지는 지난 전대에 이어 한나라당의 세력 지형에 또 한번 커다란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은 이 장관의 순방 직후. 그가 최근 장관직에 사의를 표명하면서, 당 복귀를 위한 정지 작업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부터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한다면 당으로 복귀하는 이 장관이 구주류로 전락한 친이계의 전열 재정비를 위한 구심점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이는 이 장관이 그간 정권 2인자로 불릴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여전히 변화가 진행 중인 한나라당엔 또 하나의 커다란 정치적 변수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연대의 틀’ 짜기, joy 손에
하지만, 한나라당에는 이미 친박근혜계와 중도 쇄신파들이 대부분의 권력을 장악하고,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에 따라 이 장관의 당 복귀가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사정이 정중동의 변화가 가속화된 이런 때 당내에서는 이것말고 또 다른 형태의 조짐이 감지되면서 은근한 긴장감을 던지고 있다.

수세에 몰렸지만, 대권 가능성이 여전한 가운데 친이계 잠룡 3총사로 알려져 온 정몽준 전 대표를 비롯해, 김문수 경기도지사 그리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각각 연대를 모색할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

실제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지사는 지난 전대 직전 한차례 논란이 된 당권, 대권 분리 원칙을 강한 어조로 비판하며 한 목소리를 낸 바 있으며, 대권 연대로 봐도 되는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비교적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여기에 오세훈 서울시장도 김문수 경기지사와 함께 이달초 발족한 친이계 외곽 조직인 ‘대통합국민연대’ 출범식에 참석, 우의(?)를 다진 전례가 있다.

이와 관련해, 정가 일각에서는 “이재오 장관의 당 복귀가 예고된 가운데 친이계의 전열정비가 점쳐진다”면서 “그 배경과 목적이 무엇이겠느냐”고 반문하며 “난맥에 봉착한 친이계의 대권 문제를 해결이 최우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향후 “친이계 잠룡들의 경쟁과 연대가 이어지는 과정에 이 장관의 역할이 두드러질 수 있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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