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중립 의도…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새노조 “황창규 최측근 후보에 올려” 비판…2차 검증 돌입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차기 KT 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1차 레이스가 끝났다. 회장 후보 심사대상자 9명 중 1명이 비공개 요청을 하면서 해당 인물에 대한 각종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13일 회사 측에 따르면 KT는 어제(12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9명의 차기 회장 후보군을 확정했다.

2차 심사 대상 후보군에 대한 승인과 실명 공개를 위한 개인별 동의 등 작업으로 이날 개최된 이사회는 저녁 늦게 종료됐다. KT 이사회는 “정관 및 제규정에 의거, 차기 회장 선임 프로세스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했다”고 밝혔다.

KT 지배구조위원회가 추린 회장 후보는 전·현직 임원 7명과 관료 출신 1명, 그리고 비공개 요청한 1인 등 총 9명이다.

KT 내부 후보는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장(사장),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사장), 박윤영 기업사업부문장(부사장) 등 3명이다.

전직 KT 출신은 김태호 전 KT IT기획실장, 임헌문 전 KT 매스 총괄사장, 최두환 전 KT 종합기술원장, 표현명 전 KT T&C 부문 사장 등 4명이다. 관료 출신 인사로는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포함됐다.

9명의 후보 가운데 1명은 실명 비공개 요청을 했고, 일각에선 이 인물이 참여정부 시절 요직을 지낸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 전 장관은 이번 후보군엔 배제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다. 그는 IT 관련 경험이 전무해 KT 지배구조위원회의 기준인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춘 후보’엔 적합하지 않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새롭게 거론되는 인물은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전 KT 신성장사업부문장 부사장)이다. 그는 KT 출신으로 성장전략부문장(전무), R&D 부문장(부사장) 등을 거쳤다. 특히 박근혜 정부 때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을 지내, 노무현 정부 인사인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 함께 후보군에 들면서 정치 중립을 꾀하려 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명 비공개를 요청한 사유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이사회 논의가 촉박하게 진행된 만큼 명단 발표 전 동의를 하지 못했거나 차기 KT 회장에 비교적 뜻이 없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로선 KT 내부 임원이 가장 유력한 회장 후보로 꼽힌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부정적 견해도 나오고 있어 최종 후보 선출에 진통이 예상된다.

먼저 황창규 회장 취임 직후 첫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구현모 사장은 현재 유·무선 영업과 IPTV 사업을 맡고 있는 전략가다. KT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점은 최대 리스크다. 구 사장은 ‘경영고문 부정 위촉’ 혐의와 관련해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기도 했다.

ICT R&D 전문가인 이동면 사장은 황 회장 취임 당시인 2014년 전무로 오른 뒤 2017년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KT의 연구개발 인사가 사장에 오른 것은 2011년 이후 7년 만이다.

이에 황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두 사장보다 박윤영 부사장이 차기 회장에 적합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KT새노조는 성명을 내고 “(차기 회장) 후보자 중 다수가 황창규 회장 체제에서 요직을 차지했던 임원들로 구성돼 있다”며 “특히 불법정치자금 사건, 경영고문 불법 위촉사건 등에 연루된 황 회장의 최측근들도 버젓이 회장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지배구조위원회가 KT를 쇄신할 새로운 회장을 선출할 의지가 있었는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면서 “후보자 명단 공개에 그치지 말고 회장 선출의 평가 기준과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KT 이사회는 차기 회장 후보군에 대한 2차 심사를 맡을 회장후보심사위원회도 구성했다. 회장후보심사위원회는 사외이사 8명 전원과 사내이사 1인을 포함해 9명으로 구성됐다. 회장후보심사위원회는 김종구 사외이사를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앞으로 회장후보심사위원회는 차기 회장 후보 심사대상자들에 대해 자격심사와 심층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이사회는 회장 후보자 최종 1인을 확정한다. 최종 후보자 1인은 2내년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KT 차기 회장에 선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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