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주요 사건·사고./사진 = 뉴시스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2019년은 대형 사고와 흉악범죄가 사회를 시끄럽게 했다. 연초 강원도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은 수많은 이재민을 만들었고, 독도 인근 해상에서 응급환자를 실은 소방헬기가 추락하면서 큰 슬픔을 안겼다. 또 버닝썬 사태를 시작으로 연예계는 물론 부유층 자녀의 마약 관련 범죄가 이어지며 마약청정국 지위가 위태로워졌다. 안인득·고유정 사건은 사회적 불안감과 공포감을 줬고,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밝혀지며 충격을 줬다. 일본의 보복성 무역규제로 반일감정이 극에 달했고,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로 국론이 분열되기도 했다. 헌정 사상 최초로 전직 대법원장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되며 사법농단 사건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유튜버 급증으로 구독자수를 늘리기 위한 유튜버의 비도덕적 행동과 어린이 유튜버 찬반 논란 역시 '뜨거운 감자'였다.

◇화마가 덮친 강원도, 지금은?

지난 4월 4~5일 강원도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은 인제군에서 시작해 고성, 속초, 강릉, 동해로 이어지며 강원도 일대를 집어삼켰다. 국지성 강풍과 함께 순식간에 불이 번지면서 소방당국은 초기진화에 실패했고 이로 인해 4000여명의 주민이 대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화재로 탄 산림 규모만 1757ha에 달한다. 주택과 시설물도 916곳이 전소됐다.

화재원인은 도로변 전신주 개폐기였다. 한국전력공사가 유지보수 관련 예산을 줄이면서 개폐기 관리에 소홀했던 것이 발단으로 지목된다.

산불은 진화됐지만, 피해 주민들은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한전과 피해주민간 이견으로 보상 범위를 확정하지 못한 탓이다. 한전측은 손해 사정액으로 777억원을, 비상대책위원회는 2500억원 이상을 주장하고 있다. 한전은 강풍으로 인한 경과실이라며 손해 사정액의 55%만 보상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미 이재민 715명에게 123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추가 예산을 확보해 추가 위로금을 지급한다는 입장이지만, 비대위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 4월 발생한 강원도 산불./사진 = 뉴시스

◇버닝썬이 불러온 마약 관리의 민낯

강남에 있는 클럽 '버닝썬'에서 벌어진 한 폭행 사건. 한 젊은이의 억울한 사연인 줄 알았던 이 사고는 클럽과 경찰 간 유착 의혹으로 번진다. 급물살이 탄 수사는 마약 사건으로 이어지면서 재계와 연예계로 불똥이 튀었다.

버닝썬 사내이사였던 가수 승리의 카카오톡 메시지는 그야말로 화약고였다. 여기서 언급된 '경찰총장'으로 지목된 윤모 총경은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재판을 앞두고 있고 가수 정준영, 최종훈 등은 불법으로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카톡 대화방에 올린 것이 드러나면서 1심에서 각각 6년, 5년 실형을 받았다.

여기에 버닝썬 조사 중 이곳에서 마약 유통이 이뤄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마약수사로 시선이 옮겨갔다. 이후 불똥은 재계로 번져 현대그룹과 SK그룹 3세가 각각 마약 혐의로 적발됐다. 심지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은 마약 밀반입으로 입건됐고 홍정욱 전 국회의원의 딸 홍모 양(18) 역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정·재계 인사 자녀의 잇따른 마약사건은 '집행유예'란 솜방망이 처벌로 마무리되면서 재판부의 '봐주기 판결' 논란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수면 위로 올라온 사법농단 사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은 사법농단 사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사건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박근혜 정부와 결탁해 정부의 요구에 따라 판결을 하며 재판을 거래하고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 간섭 등을 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중 법원행정처가 특정 판사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감시와 인사상 불이익을 주려 했다는 의혹도 있다.

현재 검찰과 양 전 대법원장측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며 50회가 넘는 공판을 진행 중이다.

사법농단 사태의 매듭이 지어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사법농단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 14명에 대한 재판은 현재 1심을 진행 중이다. 그나마 관련 재판인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사건의 1심 선고가 내년 1월 13일 진행 예정이어서 가장 빠르다. 검찰은 유 변호사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구형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한 상태다. 유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최측근의 재판 관련 서류를 법원 밖으로 유출하고 대법원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 수십여건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가족 간에도 금지된 말 '조국'

'조국 파문'은 추석 명절 가족 간 금기어로 떠오를 정도로 국론을 분열시키는 대형 사건이었다. 지난 8월 법무부장관 선임을 두고 발생한 이 사건은 각종 비리 의혹에도 조 전 장관을 비호하는 세력과 반대 세력 간 입장이 극명히 갈리면서 국론 분열까지 초래했다.

아직도 진행 중인 사건으로 조국 전 장관 가족의 온갖 비리 의혹은 기득권층의 부패 심각성을 사회에 알렸다.

결국 조 전 장관은 취임 35일 만에 사퇴했다. 모든 의혹을 '모르쇠'로 일관했지만,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조 전 장관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조 전 장관 가족의 비리 의혹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사진 = 뉴시스

◇한국 우습게 본 일본…'노 재팬'에 화들짝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한국 수출의 핵심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 직접 타격을 목적으로 일부 핵심 소재 수출을 일방적으로 규제했다. 우리 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에 대해 배상 판결을 내리자 경제제재를 통한 보복에 나선 것이다.

이는 일본의 경제침략으로 간주됐고 '노 재팬'이란 구호와 함께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또 '기술 독립'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핵심 기술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에 불이 붙었다.

경제보복의 시작은 일본이었지만, 그 피해는 오히려 일본이 더 큰 것으로 파악된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우리나라의 대일본 수출 감소 폭은 7.2%에 불과하다. 반면 일본의 대한국 수출 감소폭은 14.0%나 된다.

◇잔혹한 살인마 안인득…조현병 뭐길래

지난 4월, 안인득은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화재를 피해 대피하는 주민들을 향해 흉기를 휘두르며 난동을 벌였다. 이로 인해 5명이 목숨을 잃고 5명이 다쳤다. 또 화재로 10명의 주민이 연기를 흡입해 입원치료를 받았다.

사건 발생 이후 경찰의 안일한 대응과 조현병이 논란이 됐다. 조현병은 망상, 환각, 행동이상 등이 나타나는 정신질환이다. 일상생활에 심각한 장애, 위험성을 초래할 수 있다.

이 병을 앓고 있는 안인득은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을 저지르기 전부터 수차례 주민들을 위협하는 등 위험성을 보여왔다. 하지만 정신보건법 제24조가 인권침해 문제로 폐기되면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을 시킬 수 없었고, 아무런 조치 없이 안인득은 방치됐다.

조현병이 논란이 된 또 다른 이유는 안인득측이 이를 근거로 심신 미약을 주장해서다.

재판부는 조현병으로 인한 피해망상, 정신장애 등은 인정했지만, 범행수단·중대성·범행 전후 행동 등을 고려하면 사물변별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이 미약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판단, 사형을 선고했다.
 
◇치밀한 살인마 고유정…의붓아들도 살해 무게

고유정 사건은 잔혹성과 치밀한 계획이 연이어 드러나면서 사회적 충격을 줬다. 수사 결과 고유정은 제주도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에게 졸피뎀을 먹인 후 칼로 살해했다. 이후 시신을 훼손해 제주도와 완도해상, 김포 친아버지집 등에 유기했다.
사건 초기 경찰은 고유정의 계획에 놀아나 단순 실종으로 사건을 마무리할 뻔했지만 수상한 정황이 드러났고, 압수수색 결과 고유정의 차량에서 범행 도구로 추정되는 흉기가 발견되면서 사건은 급물살을 탔다.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고 있던 고유정은 체포됐지만 전 남편의 시신을 찾지 못해 '시신 없는 살인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시신이 없어 재판부가 사실상 사형을 선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고유정이 의붓아들도 살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법의학자는 의붓아들의 사망원인으로 의도적인 외부의 힘이 지속적으로 가해져 질식해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에 검찰은 재판부에 두 사건을 병합할 것을 신청, 고유정 사건에 대한 선고는 내년 초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33년 만에 잡힌 '화성연쇄살인사건' 진범 이춘재

대한민국 역대 최악의 연쇄살인사건이자 대표적인 영구 미제 사건으로 꼽히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잡혔다.

지난 9월 18일 DNA 대조에서 이미 복역 중이던 이춘재가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됐고 10월 그가 범행을 자백하면서 진범이 밝혀졌다.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으로 공식 명칭이 변경된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이미 2006년 4월 2일부로 만료됐다. 하지만 당시 경찰의 부실·허위 수사와 용의자로 몰려 억울하게 옥살이한 피해자가 드러나면서 논란은 아직 진행 중이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진범 이춘재./사진 = 뉴시스

◇'다섯 영웅의 희생', 독도 헬기추락 사고

지난 10월 31일 밤, 응급환자를 실은 소방헬기가 독도 인근에서 추락하면서 소방대원, 환자 등 7명이 전원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륙 직후 추락한 것으로 볼 때 기체결함이나 고장에 무게가 쏠린다.

안타까운 사고에 국민 모두가 아픔을 함께했고 지난 10일 치러진 영결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순직 소방대원의 숭고한 정신을 기렸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는 오늘 다섯 분의 영웅과 작별한다"며 "언제 겪을지 모를 위험을 안고 묵묵히 헌신하는 전국의 모든 소방관과 함께 슬픔과 위로를 나누고자 한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울릉도는 응급환자를 신속하게 육지로 이송할 수 있는 소방헬기 상시 배치 논의에 들어갔다.

◇'대박의 꿈' 유튜버…사기·폭행·조작 논란도

초등학생 장례희망 3위에 '유튜버'가 올랐다. 한 달에 수천만원의 고수익을 버는 일부 유튜버가 화제가 되면서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대박의 꿈'이 됐다.

유튜버는 누구나 될 수 있다. 이목만 끌면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어 막대한 부도 챙길 수 있다. 유명세를 얻으면 방송에도 출연하며 연예인처럼 인기를 끌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구독자수를 늘리기 위한 치열한 콘텐츠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유튜버들은 자극적인 발언, 행위도 거리낌 없이 행하고 있어 법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어린이를 앞세운 유튜버가 논란의 중심이다. 어린아이가 폭식을 하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욕설과 폭력적인 행위를 하는 영상 등이 올라오고 있어서다.

이처럼 아동학대, 불건전 콘텐츠 논란이 '뜨거운 감자'가 되자 유튜브는 키즈 채널 광고 게재 중단이란 강력한 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유튜브는 키즈 유튜버들에게 4개월간 유예 기간을 주고 자발적으로 신고할 경우 방송을 계속하게 해주고, 그렇지 않을 경우 자체 머신러닝 기능으로 걸러내 채널을 폐쇄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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