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그만으로 이체 가능 등 금융편의성 극대화…기업은행 오라인수수료 전면 무료
은행, 금융 플랫폼과 콘텐츠 강화 나서 "산토끼도 집토끼로"… 핀테크사도 가세

(이미지=금융위원회)

[월요신문=윤소희 기자] 앞으로 소비자들의 금융생활이 획기적으로 달라진다. 오픈뱅킹 서비스가 18일부터 시작됐다. 은행과 핀테크기업들이 칸막이 없이 모바일금융으로 무한경쟁을 벌이면서 다채로운 서비스경쟁이 막을 열었다. 금융편의성이 극대화되고 수수료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오픈뱅킹 시대에서는 ‘손가락 드래그(drag)’만으로 계좌이체가 가능하다. 신한은행의 모바일뱅킹 앱인 ‘쏠(SOL)’ 메인 화면에서 ‘계좌이체’ 버튼을 누르면 다른 은행에 개설된 모든 계좌 목록이 한눈에 들어온다.

 ‘신한은행 계좌’ 버튼을 손가락으로 끌어 ‘KB국민은행 계좌’ 버튼에 올리고 금액을 입력하니 순식간에 이체가 끝난다. 일일이 계좌번호를 외울 필요가 없다. 시간과 돈을 들여 은행창구를 찾아 은행원과 마주않아 상담을 할 필요가 없다. 은행 이용이 너무나 편리한 세상이 됐다.

오픈뱅킹이라고 보안이 허술하지 않다는 점에서 금융소비자들은 오픈뱅킹에 마음놓고 적응할 수 있다. 숨겨둔 비상금 계좌까지 공개할 필요는 없다. KB국민은행의 모바일뱅킹 앱 ‘KB스타뱅킹’에서 ‘계좌이체 버튼’을 누르면 ‘계좌 숨기기’ 스위치가 눈에 들어온다. 스위치를 켜면 목록에서 선택한 계좌만 감쪽같이 사라진다. 아예 오픈뱅킹 거래까지 차단하는 스위치도 있다.

이처럼 영역이 없는 상태에서 이은행 저은행을 넘다들면서 모발일에 의한 편리한 금융생활이 시작되는 오픈뱅킹 정식 서비스가 정식으로 닻을 올린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결제원은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오픈뱅킹 서비스 출범식’을 열었다. 지난 10월 30일 시범실시에선 10개 은행만 참여했지만 이제는 16개 은행과 31개 핀테크 기업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픈뱅킹은 하나의 앱만으로 고객이 가진 모든 은행 계좌를 조회하고 자금 출금과 이체까지 가능한 서비스다.

오픈뱅킹 시대의 개막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의 고객유치를 위한 무한경쟁을 예고한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은 기존 고객을 빼앗기지 않으면서 더 많은 신규고객을 ‘모시기’ 위해 다양한전략을 펼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시범 기간에만 315만 명이 가입했으며 주거래 은행 개념이 깨질 수 있어 금융사마다 고객 이탈 우려에 저마다 우대 혜택을 주는 특단의 마케팅을 내놓고 있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이날부터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에서 일어나는 개인 고객 이체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기업은행은 모바일 이체수수료 제로를 선언하고 우리은행은 고객의 소비 성향을 파악해 자동으로 잔액을 다른 계좌로 옮겨주는 ‘오픈파이낸스’ 서비스로 승부를 걸었다. 내년 중 선보일 계획이다.

(자료=금융위원회)

오픈뱅킹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타행 이체 때마다 드는 500원의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번 정책 시행에 따라 기업은행이 짊어질 부담은 연간 약 100억원이다. 1년 간 2000만 건의 타행 이체 거래가 일어나는 점을 토대로 100억원의 수익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이체 서비스 수익성은 송금 수수료 무료 정책을 내거는 핀테크 업체의 범람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면서 "이러한 현상은 결국 채널 이용에 따른 금융 혜택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어 내부 논의 끝에 디지털 관점에서 고객 서비스 재정의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은행권은 최우수고객과 금융 상품 가입을 통한 우대 혜택으로 수수료 무료 정책을 펼쳐온 바 있어 사실상 수수료이익으로 거두는 수입이 예전 같지 않다. 기업은행의 경우 연간 약 900억원의 수수료를 면제해왔던 상황이다.

이날부터 대형 시중은행들은 모바일 플랫폼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예·적금에 우대 혜택을 제시하고 있다. 오픈뱅킹을 통한 고객 유입 시 장기적으로는 '집토끼'를 위한 킬러 콘텐츠 확대 전략에 나선 것이다.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오픈뱅킹 고객의 금융 거래 편의성을 높이고자 현금카드를 사용하지 않고도 다른 은행 계좌의 현금을 간편하게 출금하는 '간편앱출금'을 비롯해 '꾹이체', '바로이체' 기능을 추가했다.

KEB하나은행은 전용 예적금인 하나원큐 적금과 정기예금을 출시하고 '타행 자금 하나로 모으기' 서비스를 출시했다. KEB하나은행은 오픈뱅킹 특화 상품인 ‘하나원큐’ 정기예금과 적금을 출시하고 오픈뱅킹 가입자에게 우대금리를 제공한다.은행 인증서 없이도 핀 번호만으로 오픈뱅킹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편의성에 중점을 뒀다.

우리은행은 고객의 소비 성향을 파악해 자동으로 잔액을 다른 계좌로 옮겨주는 ‘오픈파이낸스’ 서비스로 승부를 걸었다. 내년 중 선보일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오픈뱅킹에 등록된 다른 은행 계좌의 출금과 조회를 ‘껐다 켰다(ON·OFF)’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NH농협은행은 스마트뱅킹 앱 내의 '금융상품몰'에 상품 주요 정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프리뷰 리스트를 선보였고, 화상상담서비스를 신설해 비대면 채널 상담을 강화했다.

핀테크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토스(비바리퍼블리카)는 공인인증서 없이 모든 금융계좌에 실시간으로 송금하는 기능을 앞세운다. 핀크는 1000만원까지 한번에 여러 계좌로 송금하는 서비스, 핀트는 인공지능(AI) 기반 맞춤형 투자 포트폴리오 서비스를 내놓았다.

은행의 이체 수수료의 경우 송금 거래서 무료 수수료 정책을 펼치고 있는 토스와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에 따라 소비자에게 불필요한 금융 거래로 인식돼 온 점이 있다. 별다른 서비스 제공 없이 손쉽게 비이자이익을 거둬 '땅 짚고 헤엄치기 장사'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마케팅 차원에서 수수료이익을 포기하고 금융 상품의 콘텐츠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금융위는 오픈뱅킹 전면 시행으로 금융권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본다. 금융상품을 가입할 때마다 다른 은행의 금리 우대조건, 특판상품, 부가서비스, 이벤트 등 다양한 조건을 쉽게 비교해 볼 수 있어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은행으로선 피곤해질 수 있는 일이지만 금융소비자를 위한 일인 만큼 금융서비스의 질적 성장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오픈뱅킹 시범운영 때부터 서둘러 특판상품을 내놓는 등 차별화를 두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모바일뱅킹 편의성을 얼마나 개선시키느냐가 중요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오픈뱅킹의 시대가 열렸지만, 금융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금융혁신의 강도는 아직은 낮다. 현 오픈뱅킹 시스템 아래서는 하나의 앱으로 전체 계좌를 조화하는 정도의 변화에 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위는 오픈뱅킹을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 위원장은 “오픈뱅킹 확장성과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참여기관을 상호금융, 저축은행, 우체국 등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보안문제 등 소비자 우려를 적극 반영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향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회에서 계류 중인 신용정보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신정법)을 포함해 ‘데이터3법’이 통과되면 폭발력이 배가된다. 특히 신정법에는 은행·카드·보험사·통신회사 등에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한데 모아 재무컨설팅과 자산 관리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마이데이터 산업 육성방안이 담겼다.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가 어우러지면 금융에 관한 한 거의 모든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금융위원회는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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