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윤 상현 부회장 승진은 내년 3월 '2세경영시대' 본격화 서막
부친의 일감몰아주기 등으로 승계재원 확보해 지분 대량 보유

'여성비하' 동영상 파문 후 국민들에게 사죄하고 있는 윤동한 한국콜마 전 회장(사진/뉴시스)

[월요신문=윤소희 기자] 한국콜마에서 젊은 2 세경영 시대가 막을올리고 있다. 내년이면 만 30세가 되는 윤상현 총괄 부회장이 최근 임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 한국콜마 2세 경영체제가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윤 부회장이 당초 예상보다는 일찌기 그룹을 이끄는 경영 전면에 나섰다는 시각이다. 물론 그가 그동안 경영권을 승계받기 위해 경영수업을 쌓는 등 준비를 해 왔지만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 진 것은 부친인 윤동한 회장의 ‘동영상 파문’과 무관치 않다는 풀이다.

극우 보수적 성향을 보이고 있는 윤 전 회장은 지난 8월 여성을 비하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유트브 동영상을 조회 때 직원들에게 보여줘 화장품업계의 지도자급 최고경영자가 자신의 여성관과정치적 편향을 간접적으로 직원들에게 강요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윤동한의 '여성비하' 동영상 파문

네티즌들의 비난과 봇물이 이어지자 윤 전 회장은 국민들에게 사죄하고 경영일선에서 퇴진했다. 윤 회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저는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제 개인의 부족함으로 일어난 일이기에 모든 책임을 지고 이 시간 이후 회사 경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너에 의한 친정체제에 공백이 생겼다.

윤동한 전 회장이 갑자기 사퇴한 후 지주사인 한국콜마홀딩스는 김병묵 공동대표가 단독대표로 한국콜마의 경영을 이어왔다. 이런 가운데 윤 회장의 장남인 윤 부회장이 최근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화장품업계에는 이를 두고 윤 전 회장이 사실상 경영권을 아들에게 넘겨 줘 족벌경영체제를 다시 굳히는 인사라고 풀이한다. 김 대표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인 점으로 미루어 윤 부회장이 이때 부터 오너로서 경영전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콜마가 젊은 2세경영체제가 일찍 열리게 된 또 하나의 배경은 윤 전 회장의 아들에 대한  기업승계를 이미 거의 마무리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윤 전 회장은 자산 5조이하의 대기업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지 않는 것을 이용해 그동안 자녀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계열사에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사익편취를 해왔고 이에 힘입어 윤 부회장 등이 거액의 승계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윤상현 한국콜마 총괄 부회장 (사진/뉴시스)

윤 전 회장은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로 자녀들에게 부를 넘겨주는데 뛰어난 수완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이런 편법에 의해 기업승계를 오래전에 거의 마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그는 일감몰아주기야 말로 세금을 최소화하면서 부를 자녀들에 물려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사실을 일찍이 간파하고 사익편취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윤 부회장이 거액의 승계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도 이같은 부친의 마술같은 사익편취에서 가능했다고 보고 있다.

윤 부회장은 이에 힘입어 현재는 그룹을 지배하는 지주회사의 2대주주로 올라있으며 1대 주주주인 부친의 지분을 합하면 누구도 경영권을 흔들 수 없는 막강한 지배력을 확보한상태다. 그는 그야말로 지주사 및 주요 계열사의 대주주로서 힘있는 ‘총수’로의 면모를 갖추어 가고 있다.

10년 전 부터 치밀하게 진행돼온 기업승계

윤 전 회장의 아들에 대한 경영권 승계는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윤 부회장이 한국콜마(현 한국콜마홀딩스) 지분을 최초 취득한 시점은 2006년 6월(1만2220주, 0.06%)이지만, 지분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다. 실제 윤 부회장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부친인 윤동한 전 회장의 지분증여, 신주인수권부사채(BW) 권리행사, 장내매수 등을 통해 한국콜마 지분을 81만4864주(2.82%)까지 불렸다.

이 때만 해도 그는 윤 전 회장(16.3%), 일본콜마(14.26%), 피델리티 펀드(7.67%)에 이은 4번째 주주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2년 한국콜마의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지면서 지분율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국콜마는 같은해 10월 인적분할을 단행, 기존 존속법인은 한국콜마홀딩스로 상호를 바꾸고, 화장품과 제약사업부문은 신설법인 한국콜마로 출범시켰다. 이후 같은 해 12월 윤 회장과 그의 아들 윤상현 한국콜마 사장은 한국콜마 지분 372만5280주를 한국콜마홀딩스에 현물출자 하는 대신 제3자배정 방식으로 한국콜마홀딩스 신주 701만854주를 지급받았다.

총수일가의 이 같은 주식스와프로 한국콜마홀딩스는 한국콜마 보유지분율을 종전 1.04%에서 20.16%까지 늘릴 수 있었고,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올라서게 됐다. 윤 회장 일가 역시 해당 거래 덕에 한국콜마홀딩스 지분율을 19.44%에서 53.85%까지 끌어올리며 지배력을 강화했다. 구체적으로 윤동한 전 회장의 지분율이 45.78%로 종전보다 29.48%포인트 상승했고, 윤상현 부회장이 7.97%로 5.15%포인트 높아졌다.

일련의 승계작업이 마무리된 뒤에도 윤 전 회장의 윤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작업은 꾸준히 추진됐다. 그 결과 윤 부회장은 올 9월 말 기준 한국콜마홀딩스 지분을 17.43% 보유, 부친인 윤 전 회장(28.18%)에 이은 확고한 2대 주주로 자리매김 했다.

손쉽게 돈을 버는 윤동한의 일감몰아주기 '마술'

윤 부 회장이 승계재원을 마련하는데는 일감몰아주기가 동원됐다. 그 대표적인 계열사가 화장품 제조, 판매회사인 에치엔지다. 이 회사의 매출은 한국콜마 등이 일감을 몰아준데 힘입어 지난  2014년 785억원에서 2년후인 2016년에는 1584억원으로 두 배정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영업이익역시 24억원에서 59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에치엔지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부터 3년 연속 30%를 넘어섰다. 내부거래의 핵심은 한국콜마다. 2016년 에치엔지의 내부거래액은 502억원으로 이중 한국콜마와의 거래는 426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내부거래의 90%에 해당한다.

윤 전 회장의 딸인 윤여원 전무는 2014년 말 에치엔지 지분이 41.36%에 달했다. 2016년 39.06%로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 사실상 윤 전 회장 두 자년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일감몰아주기로 에치엔지가 고속성장하면서 기업가치가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자 윤 부회장은 에치엔지의 지분을 순차적으로 매각했다. 2014년 말 18.64%에 달한 지분은 2016년 11.14%로 줄였고 2017년 이마저 팔았다. 콜마비앤에이치가 지분을 모두 사며 1대 주주로 등극했다.

윤 부회장은 지분 매각대금을 증여세재원으로 사용한 것으로알려졌다. 윤 부회장은 지난 2016년 말 윤 전 회장으로부터 한국콜마홀딩스 지분 10%(167만 5000주)를 물려받았다. 해당 주식 가치는 550억~600억원에 이른다. 

즉 윤 부회장은 일감몰아주기로 에치엔지 기업가치를 ‘펑튀기’한 후 이를 팔아 증여세 재원을 확보한 셈이다. 증여세 재원을 회사기회유용에 의한 일감몰아주기로 손쉽게 마련한 것이다. 돈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쉽게 돈 버는 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의약품 제조업체 콜마파마 역시 작년 말 기준 8.55% 지분을 가지고 있는 윤 부회장의 사익편취 창구로 거론된다. 콜마파마는 2014년 이후 5년간 에치엔지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40%를 넘었다. 

지난해의 경우 316억원의 내부거래액을 올렸는데 절반이 넘는 176억원이 에치엔지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2017년과 2016년에는 에치엔지와의 거래액은 각각 302억원과 240억원에 달한다. 이 회사의 최대주는 콜마홀딩스(69.43%)이고 윤 부회장은 콜마홀딩수의 2대주주다.

윤 부회장은 2013년 센트리온홀딩스에 발행했던 한국콜마 BW(발행가액 500억원, 윤상현 인수액 125억원)에 대한 주식전환권을 올 6월 행사해 이 회사 지분도 55만2292주(2.41%) 가지고 있다.

한국콜마그룹에서는 윤 부회장의 완전한 승계을 위한 사익편취 창구는 이 말고도 많다. 콜마홀딩스는 내부거래가 한국콜마에 집중됐다. 작년 기준 한국콜마와의 거래액은 221억원에 달했다.화장품 비상장사인 내츄럴스토리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내부거래액은 377억원에 달해 매출의 92%를 차지했다. 2014년 이후 내부거래율이 90%를 넘었다.

한국콜마의 2세승계가 예상보다 일찍이,  비교적 순탄하게 이뤄진 것은 윤 전 회장의 일감몰아주기 ‘마법’을 부려 아들에게 승계자금재원을 마련해줬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윤 부회장은 막강한 경영권을 행사하는데 필요한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는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사익편취창구도 여러 곳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콜마그룹은 윤 전 회장의 기막힌 일감몰아주기에 의한 사익편취에 힘입어 별다른 어려움 없이 2세경영시대를 열고 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