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4% 성장율 전망하지만 민간영역에선 "턱도 없다"
중소기업 경기지수는 '최저'…이나 대기업도 '흐림' 전망

내년에는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서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이나 전반적인 경기는 '흐림'으로 경제어려움은 지속될 전망이다. (사진/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뉴시스)

[월요신문=윤소희 기자] 내년에 우리경제는 올해보다 나아질까. 가계살림 형편이 좀 풀리고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다소 덜어지고 일자리 구하기도 한층 쉬워졌으면 하는 것이 국민들의 바람이다. 하지만 내년경제가 올해보다 특별히 나아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흐림’ 전망이 대세이다.

내년경제를 두고는 정부와 민간의 전망이 엇갈린다. 정부는 최근 2.4%의 성장목표를 제시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한국은행이나 한국개발연구원도 정부와 비슷한 전망을 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영역은 턱도 없다는 반응이다. 민간경제연구소 및 경제단체나 재계에선 내년에도 성장율이 2%선에 머물것으로 예측한다. 가계와 기업들로선 내년에 어려운 경제여건에서 살림을 어떻게 꾸려야 할지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정책의지가 담긴면도 있지만 비교적 내년경제을 밝게본다. 내년 성장률 2.4%는 금융권과 연구기관이 내놨던 전망치를 최소 0.1%포인트에서 최대 0.6%포인트가량 웃돈다.

블룸버그가 42개 투자은행과 신용평가사로부터 집계한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 평균은 2.2%다.특히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기업 현장의 심리를 지표로 산출하는 IHS 마킷 이코노믹스가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1.7%로 가장 어둡게 내다봤다.소시에테제네랄(1.9%), UBS(1.9%),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1.8%) 등도 2%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국내 연구기관의 성장률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 심지어 올해보다 내년이 더 나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인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내년 경제성장률을 2.1%로 하향 조정했다. LG경제연구원의 전망은 한층 비관적이다. 올해는 2.0%지만 내년 1.8%로 악화할 것으로 봤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와 내년 모두 1.9%, 한국금융연구원은 1.9%, 2.2%를 제시했다.그나마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을 정부와 동일하게 2.0%로 봤지만, 내년 성장률은 2.3%로 예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2.3%를, 국제통화기금(IMF)은 2.2%를 각각 내다봤다.

정부만이 내년경제를 장미빛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올해 하방 위험이 예상보다 확대돼 투자와 수출이 부진했지만, 내년에는 글로벌 경기와 반도체 업황이 회복할 것이라는 게 외부 전문기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기에 이를 기본 시나리오로 삼았다. 여기에 정책효과에 힘입어 성장률이 2.4%로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미·중 무역갈등이 일차적으로 봉합되는 가운데 세계교역이 회복하고 수출도 마이너스의 늪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전제아래 이 정도의 성장은 가능하다고 전망한다.는 전제를 예측이다. 이달 들어 미중 1단계 무역합의 타결 관측이 짙어진 가운데 타결을 고려해 내년 수출과 경상수지를 전망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년 수출(통관 기준)이 3.0%, 수입은 2.5%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상품수지 흑자폭은 808억 달러, 경상수지는 595억 달러 안팎으로 제시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세계 교역 증가율이 올해 1.2%에서 내년에는 2.7%로 나아질 전망이다

한은도 내년경제가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 현재 경제 상황을 '바닥을 다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이주열 한은 총재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국내 경기는 바닥을 다지는 모습"이라며 "내년 중반부터 대외 불확실성 완화와 정보기술(IT) 업황 개선으로 수출이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한은은 올해 설비투자는 1년 전보다 7.8% 줄어들겠지만, 새해 설비투자는 4.9% 증가할 걸로 전망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을 중심으로 투자가 늘어날 걸로 보아서다. 상품수출도 마찬가지로 올해에는 전년 대비 0.4% 감소했다가 내년에는 2.2% 증가할 걸로 점쳤다.

재계나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정부가 강한 정책의지를 담을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성장전망은 다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데 의견을 같이한다. 내년에 이 정도의 성장률은 턱도 없다는 반기류다.

민간 영역에서는 당장 올해 전망치부터 1%대로 낮추는 곳이 적지 않다. 최대한 으로 잡아도 2% 턱걸이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전망도 보수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겨우 2%에 턱걸이하거나 그마저도 못 지킬 걸로 본다. LG경제연구원은 9월 들어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저마다 2%와 1.8%로 전망했다. 이마저도 더 떨어질 공산이 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 성장률은 올해 워낙 부진했던 기저효과로 더 높아질 수 있지만, 경기 상황은 비슷할 것"이라며 "회복으로 볼 신호가 현재로서는 없고, 경제정책을 수정하는 게 아니라 큰 개선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중소기업들은 내년 경기에 더욱 비관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2945개를 대상으로 실시, 최근 발표한 ‘2020년 중소기업 경기전망 및 경영환경조사’를 보면  경기전망지수(SBHI)는 전년 대비 1.9포인트 하락한 81.3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기전망지수는 2014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수준이다.

 SBHI는 100 미만이면 앞으로 경기전망에 대해 부정적으로 응답한 업체가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보는 업체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100이상이면 반대다.

중소기업인들은 내년 국내 성장률을 2.0%로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 IMF(2.2%), OECD(2.3%) 등 해외는 물론 한국은행(2.3%), 산업연구원(2.3%), LG경제연구원(1.8%) 등 국내외 9개 기관 전망치 평균 경제성장률(2.1%) 보다 낮은 수준이다.

특히 중소기업인들은 내년 국내 경제가 ‘나빠질 것이다’(36.0%)고 응답한 비율이 ‘좋아질 것이다’(6.3%)고 응답한 비율보다 5.7배 많았다. ‘비슷할 것이다’고 답한 비율은 57.7%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한 중소기업은 가장 큰 요인(복수 응답)으로 기업규제 강화’(65.5%)를 들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들은 내년에 어렵고 어두운 미래를 극복하기 위해 새해 경영목표로 ‘현상유지 경영’(81.3%)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응답했다.

대기업들 역시 내년 경제가 올해처럼 어려워 저성장 기조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대기업 CEO들은 내년 한국경제가 올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재계는 경기 둔화와 4차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영업이익 향상, 인수합병(M&A) 투자, 신성장동력 확보에 매진하고 특히 CEO 5명 중 1명은 경영목표 달성을 위해 구조조정, 생산자동화를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뉴시스가 지난달 재계 20대 그룹(공기업·금융그룹 제외) 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5.0%가 내년 한국경제 상황이 올해와 유사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또 40.0%는 내년 경제상황이 올해보다 소폭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소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5%에 그쳤다.

재계  CEO 미중무역전쟁과 한일무역분쟁 등 통상 이슈가 아직도 가시지 않은 상태이고 이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을 실감하고 있고 이런 악재가 내년에도 지속돼 성장을 압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무역분쟁 확산은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에 심각한 타격을 미치고 있어 내년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응답했다.

기업들은 이같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매출 향상에 치중하며 외연을 넓히기보다는 영업이익을 늘리고 부채를 축소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CEO들은 내년 기업경영의 최우선 순위를 묻는 질문에 영업이익 향상(50%)를 가장 많이 꼽았다. 뒤를 이어 M&A투자 및 신성장 동력확보(25.0%), 부채축소 및 유동성 확보(15.0%)를 꼽았다. 매출신장을 최우선 순위로 꼽은 CEO는 단 한 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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