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 수석 유력…노조, 낙하산 인사로는 은행 발전 없다며 강력 반대

지난 2017년 7월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반장식 전 일자리 수석.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윤소희 기자] 그동안 노조의 반대에도 차기 IBK기업은행장에 ‘낙하산’인사의 임명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장은 지난 2010년부터 조준희·권선주·김도진 행장에 이르기까지 3연속 내부 출신 행장이 임명됐으나 이번에 이 전통이 막을 내리면서 다시 낙하산 시대가 열리게 될 전망이다. 김도진 현 행장의 임기는 오는 27일 끝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행장 후임에는 김도진 행장의 후임으로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과 윤종원 전 경제수석이 최종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미 청와대에서 반 전 수석을 '낙점'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노조의 낙하산 반대가 변수다. 반 전 수석의 '내정설'이 나온 이후 기업은행 노조 등에서 '청와대 낙하산 인사'는 안된다며 만약 그가 임명된다면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 그의 취임을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조 측은 그동안 사내출신 인사가 기업은행을 이끌어와 비약적인 성장과 발전의 전기를 마련한 공로를 결코 과소 평가할 수 없고 기업은행을 잘 아는 내부출신 행장 전통이 이제는 뿌리를 내려 안정된 상태인데 낙하산 인사가 다시 들어와 이를 흔드는 것은 기업은행에 하등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노조 관계자는 "특히 지난 10년간 내부 출신 행장이 이끌어오는 동안 큰 과오 없이 꾸준히 이익을 성장시켜 나가고 있는데, 안정적으로 갖춰진 이 틀을 도대체 왜 깨려고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은행장은 지난 2010년부터 조준희·권선주·김도진 행장에 이르기까지 3연속 내부 출신 행장이 임명돼 왔다. 그러는 동안 기업은행 총자산은 2010년 163조4000억원에서 2018년 260조8900억원으로 늘어났다.

내부 출신으로는 임상현 기업은행 수석부행장, 김영규 IBK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등이 차기 행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렇지만 김 행장 후임에 반 전 수석 등 청와대 낙하산인사가 들어설 것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경북 상주 출신인 반 전 수석은 옛 경제기획원(EPB)에서 공직을 시작해 기획예산처에서 차관까지 지냈다. 덕수상고를 졸업한 후 4년간 외환은행에 근무했다. 공직에서 예산 업무를 주로 맡으며 금융산업과 중소기업 활성화 관련 정책 등을 충분히 경험했다. 반 전 수석은 기획예산처 예산총괄과장, 사회재정심의관, 예산총괄심의관, 재정운용실장, 차관 등을 거치며 '예산통'으로 부상했다.

노무현 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경제1분과 전문위원으로 참여했고,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가균형발전기획단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공직에서 물러났고, 그 이후로는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MOT)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중소·벤처기업 인재를 육성하는데 주력했다.

노조가 낙하산인사는 안된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내부 출신이 3연속 행장 자리에 오르면서 기업은행 조직에 과거에는 없던 파벌 문화가 생겼는데 외부인사가 오면 이런 문제가 자연히 해소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실적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임무를 가진다"며 "은행과 은행원의 시각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이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요즘 자산과 실적 경쟁에 치중하고 있는데, 기업은행은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서는 안된다"며 "법에 정해진 절차대로 외부든, 내부든 최적의 인물을 정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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