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출처 불분명 고가주택 매입자 257명 전격 세무조사
국세청도 집값잡기…증여성격 부동산매입 사회초년생도 대상

[월요신문=윤소희 기자] 국세청이 최근 비싼 주택을 샀지만 자금을 어디서 구했는지가 불분명해 탈세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250여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도 집값을 꼭 안정시키겠다는 12·16 부동산 대책에 맞추어 세무조사 카드를 꺼내 부동산투기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국세청은 23일 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지방자치단체 등 '주택거래 관계기관 합동조사'에서 드러난 탈세 의심 자료와 최근 고가아파트 취득자들의 자금 출처를 전수 분석해 탈루 혐의가 포착된 개인과 법인 257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노정석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이 23일 정부 세종청사 국세청 브리핑실에서 고가 주택 매입자 세무조사 착수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국세청

국세청의 이번 조사대상에는 부모 등 친인척으로부터 구입자금을 빌렸으나 사실 증여로 의심되거나 갚을 능력이 부족한 개인이 101명으로 가장 많다. 국세청은 이들은 지난 10월 11일 시작된 관계기관 합동조사에서 탈루 혐의가 드러난 경우로 상당수가 주요 소득원이 없는데도 고가의 주택을 매입한 20~30대 사회초년생들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의 이들 탈세혐의 사례를 분류한 결과를 보면 ▲미성년자가 부모의 돈으로 고가의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부모 외에 친인척 4인으로부터 자금을 분산 증여받은 것으로 허위 신고하여 변칙증여 받은 사례 ▲소득이 전혀 없는 30대 여성이 고급빌라를 취득하면서 부모로부터 취득자금을 증여 받고도 증여세를 내지 않는 사례 ▲20대 초반 사회초년생이 3개의 주택을 사들이면서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모친 등으로부터 취득자금을 편법증여 받은 사례등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또한 수도권 및 지방의 고가 주택을 구입한 이들 중 자산·지출·소득을 연계 분석한 결과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개인, 임대 소득 등을 탈루한 혐의가 짙은 주택임대법인 등 156명도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국세청이 관계기관 합동조사 대상이 된 주택 매입 사례를 분석한 결과 총 주택 취득금액 5124억원 중 자기 자금은 1571억원(31%)에 불과했고, 차입금(부채)이 3553억원(69%)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부모 등 친인척 간 차입금에 대해 금융거래내역을 등을 확인해 차입을 가장한 편법 증여에 해당하는지 가려낼 방침이다. 특히 부모에게 빌린 돈의 경우 적정 이자(이자율 연 4.6%)를 지급하는지, 본인 소득은 부채 상환에 쓰면서 생활비는 부모가 지출하는지까지 면밀히 검증하기로 했다.

또 금융기관 대출로 주택을 산 경우에도 부채 전체를 상환할 때까지 자력으로 원리금을 상환하는지 검증할 계획이다.

노정석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최근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역 아파트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아파트 취득 과정에서 탈루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라며 "앞으로 고가 주택취득자에 대해서는 자금조달계획서 등을 활용해 자금 출처를 전수 분석하고 탈루 혐의자는 예외 없이 세무조사하겠다"고 밝혔다.[월요신문=윤소희 기자]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