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도 흔들리는데 부실 두산건설 흡수합병시 동반부실 우려
시너지 효과 나타나지 않으면 그룹 붕괴로 이어지는 '빅 이슈'될 수도

경영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두산중공업의 부실 두산건설 흡수합병으로 두산그룹은 겉잡을 수 없는 경영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월요신문=윤소희 기자] 두산건설이 또다시 두산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두산그룹이 최근 두산건설을 두산중공업과 합병키로 한 것은 합병 시너지를 통해 두산건설의 부실이 더 이상 심화되는 것을 막으면서 어떻게든 경영정상화를 꾀하자는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최근 두산중공업이 정부의 탈 원전정책 등에 따라 위기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두산중공업이 위기상황인데 여기에 부실기업 두산건설을 합병할 경우 두 회사가 동반부실에 빠져들면 두산그룹의 위기는 본격화할 것으로 증권계는 보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의 위기의 진원은 두산건설이다. 부실기업 두산건설이 아직도 부실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상황이다. 올해 초 사상 초유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미분양 등으로 수도권 자체 사업에서 손실이 커졌고 최근에는 5개월간 관급공사를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로 인해 올해 매출에 1400억원 차질이 예상된다.

재무상황은 여전히 불안하고 수익성은 악화일로다. 두산건설은 올해 3분기 유보율(기업의 재무여력을 나타내는 지표)은 217.5%(에프엔가이드)로 지난해 말(412.4%)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두산건설은 올해 3분기에도 약 232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 가운데 건축(주택사업·건물)과 토목(도로, 교량, 철도, 향만) 두 부문에서 각각 약 169억원, 79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을 냈다. 두산건설은 올해 초 두산중공업으로부터 유상증자(5000억원)를 통한 자금 지원 받았지만 약 9년간 연속 손실(당기손익 기준)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영업손실은 578억원, 당기순손실은 5807억원을 기록하고 부채비율 626%로 매우 높다.

특히 관급공사의 중단은 그렇지 않아도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두산건설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파장은 단순히 두산건설에 국한되지 않고 그룹의 위기를 한층 고조시킬 것으로 재계는 우려한다. 

두산그룹의 지원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두산건설 입장에서 순차입금 규모를 지난해 1조7천억에서 현재 7천7백억으로 줄인 상태이지만 여전히 상황이 어렵고, 여기에 수익성 좋은 관급공사를 1400억원 어치나 못하게 된 것은 회사의 존립을 흔드는 결정적 요인이 될수 있다.

사실 관급공사가 두산건설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지난해 매출 1조5천억 중에서 관급공사는 3천3백억 정도로서 약 21% 정도에 이른다. 그런데 관급공사는 남는 게 많다. 수익이 워낙 좋은 사업이어서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바로 이 점에서 관급공사의 중단은 빈사의 두산건설에 최대 최대 악재가 아닐 수 없다.

결국 그동안 두산건설의 자금줄 역할을 해온 두산중공업은 결국 이대로 가다가는 건설은 물론 중공업까지 거덜 날 수 있다고 판단, 최근 이사회에서 두산건설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안을 결의했다. 더 이상의 지원 없이 두산건설의 남은 지분을 확보하며 완전 자회사로 끌어안은 것이다. 두산중공업은 이를 계기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경영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재무적 개선까지 꾀해 두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증권계에서는 두산건설이 상황이 안 좋으면 폐업하면 될 것인데 왜 두산중공업으로 흡수합병하는 데 대해 고객을 갸우뚱한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것이 두산그룹 위기의 시작이라고 본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사진/두산그룹

 ​이들은 그 이유를 우선 수익이 나든 손실이 나든 멈출 수 없다는 건설업의 특징에서 찾는다. 현장끼리 돌려막기하는 방식이어서 사업을 멈추면 그 즉시 회사가 끝장난다고 전문가들을 지적한다.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을 인수하기로 한 마당에 두산건설의 적자라는 눈덩이를 굴려야 하고 그 규모는 더욱 불어날 전망이다.

배임이슈도 두산중공업이 골치 아픈 두산건설을 완전자회사로 안은 이유다.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두산그룹 주력 계열사들은 그동안 두산건설의 유동성 위기 때 여러 차례에 걸쳐 대규모 지원을 했다. 그런데 이는 배임행위에 해당하고 이것이 잦으면 처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두산건설을 두산중공업 자회사로 두게 되면 증자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두산건설이 유동성이 달려 두산중공업이 증자를 하게되면 이 경우 두산건설은 100% 자회사로 증자에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된다.

재계는 최근 두산중공업의 경영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두산건설의 흡수합병은 신의한수가 될 수 없다고 본다. 이는 단순히 두 회사의 동반부실화 문제가 아니라 그룹의 존폐가 달린 리스크라고 걱정한다.  두산그룹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두산중공업이 흔들리게되면 필연적으로 그룹에 위기가 닥치게 된다. 두산중공업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 여파와 두산건설에 대한 막대한 지원이 누적되며 탄탄했던 재무구조는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최근 그룹 차원에서 두산중공업에  현물출자 지원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재무개선에 집중하고 있으나 당분간 쉽지 않은 여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은 국내외 정부정책 변화에 따른 신규수주 부진과 우수한 수익성을 보유한 원자력 발전설비 매출비중 저하로 실적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향후 추가적인 수익성 저하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한다.

두산중공업의 최근 실적과 재무안정성은 크게 저하된 상태다. 올 3분기 말 기준 두산중공업의 개별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629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전년동기 1434억원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실적이다. 동기간 순이익도 지난해 899억원에서 올해 1804억원의 손손실로 전환되며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차입금 역시 지속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4조3744억원이던 두산중공업의 총차입금(개별기준)은 올 3분기 말 5조1122억원 수준까지 뛰었다. 불과 9개월 만에 7378억원이 확대된 것이다. 특히 단기차입금의 경우 올해 9월 말 기준 2조638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605억2400만원이 대폭 증가했다. 실적 저하와 단기차입금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향후 상환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

두산건설에 밑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자금지원도 두산중공업의 재무부담을 가중시켰다. 두산중공업은 극심한 경영난에 빠진 두산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2010년 전후부터 1조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수 차례의 유상증자 참여와 전환상환우선주(RCPS) 인수, 각종 사업 출자 등의 방식을 통해 지속적으로 자금수혈을 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9년 말 50%가 채 되지 않던 두산건설에 대한 지분율이 현재 89.74%까지 높아진 것도 끊임없는 지원 때문이다.

그런데도 두산건설의 고질적인 자금난은 해소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두산중공업의 유동성악화가 촉발됐다. 실제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5월 두산중공업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BBB+(S)'에서 'BBB(N)'으로 하향 조정했다. 그만큼 두산중공업의 부실이 심화됐음을 말해준다. 

증권사 연구원들은 두산중공업의 두산중공업 합병으로 부실이 더욱 심화될 경우 두산그룹은 겉잡을 수 없는 경영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한 투자 전문가는 웅진그룹의 예를 든다. 웅진그룹이 잘 나가던 시절에 턱도 없이 극동건설을 인수해서 결국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실을 주체하지 못해 결국 위기를 막기 위해 알토란 같은 사업을 매각했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그룹은 결국 붕괴 되는 비운을 맛보았다고 그는 회상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이번 두산그룹도 두산건설에서 시작된 위기를 간단하게 볼 문제가 아니라 구조조정하는 시각에서 심각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냥 뒀다가는 두산건설과 두산중공업의 흡수합병이 그룹을 잡아먹는 거대한 이슈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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