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회장 사위 정종환 씨 부사장대우 승진, 혹시 '사위체제'…이 회장 "장자승계 원칙" 고수

[월요신문=윤소희 기자] CJ그룹은 30일CJ제일제당 대표에 강신호 총괄부사장을 대표이사겸 식품사업부문 대표에 임명하는 등  부사장 3명, 부사장대우 5명, 상무 31명, 상무대우 19명 등 58명에 대한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CJ그룹의 이번 임원인사는 철저한 성과주의를 적용하고 여성발탁과 세대교체를 이룬 점이 두드러진 특징으로 꼽힌다.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올해 임원 승진이 점쳐졌던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담당(부장급)은 올해 마약반입 논란으로 제외된 점이다.

그동안 CJ그룹은 이 부장 중심으로 경영권승계작업을 해오다 그가 마약사범으로 집행유예를 받아 승계작업을 중단한 상태에서 승계를 염두에 둔 무리한 승진인사는  잠잠해 지는 마약논란에 대한 사회적 비난을 다시 초래하고 기업이미지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승진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으로 보인다.

상무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재현 회장 사위 정종환 부사장과 이 회장 딸 이경후 상무. 사진/CJ그룹

하지만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사위이자 이경후 CJ ENM 상무 남편인 정종환 CJ 부사장이 오너일가 중 유일하게 이번 임원인사에서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CJ그룹은 이날 정종환 CJ 상무를 부사장대우로 승진시키고 글로벌통합(Global Integration)팀장 겸 미주본사 대표로 선임했다.

CJ그룹 측은 승진 배경에 대해 "정종환 신임 부사장대우가 그룹 글로벌 인테그레이션 업무를 맡아 식품, 물류, 문화 중심으로 북미 사업 확대에 기여했고 DSC, 슈완스 등의 인수 후 작업을 통해 CJ글로벌 사업 미래가치 증대에 기여한 것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정종환 신임 부사장대우는 컬럼비아대 학사(기술경영)와 석사(경영과학), 중국 칭화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하고 씨티그룹과 모건스탠리를 거쳐 2010년 8월 CJ 미국지역본부에 입사해 인수합병(M&A) 등 업무를 맡아왔다. 이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상무와 정 부사장은 미국 유학 중 만나 2008년 8월 결혼했다.

정 부사장은 지난 2017년 3월 이경후 상무와 나란히 상무대우로 승진했으나, 부사장 직함을 먼저 달았다. 이는 이선호 부장이 이번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 상무가 승진했을 시 경영승계에 대한 뒷말이 나올 것이란 점을 고려해 내린 결정인 것으로 보여진다.

재계에서는 마약에 손을 댄 이 부장의 일탈로 이 회장이 장자경영 승계에 속도를 낼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승계구도에 차질이 생긴 것만은 사실이라는 시각이다. 그렇지만 이 부장이 멀지 않은 장래에 승진을 해 CJ그룹의 후계자 자리를 굳힐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일각에서는 일시적으로 마약 사건 후 이 부장의 그룹 내 역할이 축소되는 대신, 딸인 이경후 상무뿐만 아니라 이 상무의 남편인 정종환 CJ 부사장이 중심축으로 떠오른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지만 이 경우도 과도기적인 현상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이 부장 대신 이경후 상무가 CJ그룹의 리더로 선택 받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현 회장은 일찍이 이 부장을 후계자로 낙점하고 최근 들어 승계 준비를 더 서두르고 있는데서 사위의 승진은 큰 의미로 볼 수 없다는 풀이다. 이 회장은 이경후 상무와 이선호 부장에게 CJ 신형우선주를 각각 92만 주(약 610억 원)씩 증여키로 결정했다. 신형우선주는 발행 10년 뒤 보통주로 전환돼 의결권이 생기는 우선주로, 두 자녀에게 증여된 우선주는 오는 2029년 보통주로 전환된다. 이 때 각각 지분은 2.7%씩 늘어나며, 이에 따른 증여세는 약 700억 원 가량이다.

현재 이경후 상무는 CJ 주식을 0.13% 보유하고 있고, 이선호 부장은 보유 주식이 없다. 그러나 이번 증여와 함께 CJ올리브네트웍스에서 분할한 신설 IT법인이 CJ 자사주와 주식을 맞교환하게 되면 이 부장은 CJ 지분 2.8%를 획득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10년 후 보통주 전환 시점에 이 부장과 이 상무는 CJ 지분을 각각 5.1%, 3.8% 보유하게 된다. 이재현 회장의 CJ 지분은 지난 3분기 말 기준 42.07%로 최대주주다.

재계 관계자는 "장남인 이선호 부장이 이번 임원인사 명단에선 배제됐지만, 최근까지 내린 결정으로 미뤄볼 때 이 회장이 여전히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도 이 부장을 중심으로 한 승계 작업은 차질 없이 진행해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인사에서  CJ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과 경영 승계의 중추 역할을 담당할 CJ올리브네트웍스의 수장을 교체했다. CJ제일제당 대표이사 겸 식품사업부문 대표에는 강신호 총괄부사장(58)이,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이사 겸 그룹 CDO(Chief Digital Officer)에는 차인혁 부사장(53)이 각각 내정됐다.
 
강신호 CJ제일제당 신임 대표이사는 2018년부터 식품사업부문 대표를 역임했다. CJ측은 강신호 대표가 비비고 브랜드를 중심으로 K푸드 글로벌 확산을 가속화하고, HMR(가정간편식) 등 국내 식문화 트렌드를 선도한 성과를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전임 대표이사 신현재 사장(58)은 CJ기술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차인혁 CJ올리브네트웍스 신임 대표이사는 루슨트 테크놀로지, 삼성SDS 등을 거쳐 SK텔레콤 IoT사업부문장과 DT(디지털 트랜스포매이션) 추진단장 등을 지내고 지난 9월 CJ그룹에 영입됐다. 탤런트 차인표씨가 동생이다.

그룹 전반의 DT전략 및 IT 신사업을 추진하는 CJ올리브네트웍스는 이재현 회장의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과 이경후 CJENM 상무가 지분을 가지며 그룹 경영승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CJ올리브영 구창근 대표, 스튜디오드래곤 최진희 대표, CJ대한통운 윤도선 SCM부문장은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CJ올리브영 구창근 대표이사는 외국계 브랜드와의 경쟁 속에 토종 ‘헬스앤뷰티 스토어’의 지속 성장을 견인하며 중소 K뷰티 업계와 상생의 산업 생태계를 공고히 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스튜디오드래곤 최진희 대표이사는 ‘호텔델루나’, ‘아스달 연대기’ 등 웰메이드 오리지널 콘텐츠를 무기로 K드라마의 확산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CJ 여성임원 중 내부승진으로 부사장까지 오른 사례는 최 대표가 처음이다.

신임임원은 19명이 배출돼 지난해 35명에 비해 축소됐지만, 평균 연령은 45.3세로 지난해 47세보다 낮아졌다. 지난해 10명에 비해서는 줄었지만 여성 임원 발탁 기조는 이어졌다. 신임임원 중 4명이 여성으로 전체 신임임원의 21%에 달했다. 여성 신임인원 비중이 20%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CJ그룹은 “2020년은 그룹의 경영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해로 사업별 초격차 역량 확보 및 혁신성장 기반을 다질 중요한 시기”라며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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