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이명희 고문 말다툼 뒤 사과문
삼남매 지분 차이 없어 또 분쟁 가능성…3월 주총 분수령

조원태(왼쪽) 한진그룹 회장과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사진=한진그룹, 뉴시스(우)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집안 내 다툼과 관련해 공동 사과문을 냈지만, 이들 경영권을 둘러싼 집안싸움을 놓고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모자간 말다툼이 세간에 알려진 지 이틀 만인 어제(30일) 조 회장과 이 고문은 “가족 간의 화합을 통해 고(故)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지켜나가겠다”고 사과했다. 다만, 거의 대등한 삼남매(조현아·조원태·조현민)의 지분율에 가족 간 불협화음이 겹치면서 경영권 다툼이 또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된 조 회장과 이 고문의 말다툼 사건이 연일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그것도 크리스마스에 벌어진 일이다. 집안의 화병이 깨지고 심한 언쟁이 오가는 등 모자간 다툼은 이번에 낱낱이 외부에 알려졌다.

별세한 조양호 전 회장의 상속 지분과 관련한 갈등에 이어 또 한 번의 내분이다. 지난 23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조원태 회장이 선친의 ‘공동 경영’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로 일관하고 있다”며 선제 공격에 나선 바 있다.

이에 조 회장은 크리스마스인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모친의 자택에서 이 고문이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누나 조 전 부사장의 편을 들었다는 이유로 언쟁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파장도 컸고 수습도 빨랐다. 조 회장과 이 고문은 보도가 나온 지 이틀 뒤인 30일 공동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지난 크리스마스에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집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조원태 회장은 어머니인 이명희 고문께 곧바로 깊이 사죄를 했고 이명희 고문은 이를 진심으로 수용했다”면서 “저희 모자는 앞으로도 가족 간의 화합을 통해 고 조양호 회장님의 유훈을 지켜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공식 사과로 말다툼 사건은 잠시 일단락된 듯했으나 업계 안팎에선 조 회장 등 가족 간의 경영권 다툼이 재현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먼저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의 갈등은 지난 연말 인사에서 조 전 부사장이 경영에 복귀하지 못하고 그의 측근들까지 주요 보직에서 배제되며 이미 시작됐다는 전언이다. 조 전 부사장이 법률대리인을 통해 입장문을 낼 당시 이 고문은 이를 묵인했고, 이런 점에 조 회장이 반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현재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율은 6.52%, 조 전 부사장 6.49%, 이 고문 5.31%,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6.47%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즉 삼남매 간 지분 비중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고문과 조 전무가 조 전 부사장 편에 선다면 지분율은 총 18.27%로 조 회장은 물론 단일최대주주 KCGI(17.29%)를 넘어서게 된다. 한진칼 지분을 가진 KCGI와 델타항공(10%), 반도건설(6.28%) 등의 행보에 따라서도 조 회장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

조 회장 입장에선 되도록 가족 내 화합을 이끌어야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가결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 복귀가 무산된 조 전 부사장이 내년 주총을 앞두고 일종의 압박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입지의 문제여서 조 회장이 주총 전 갈등을 봉합하고자 어떤 당근책을 제시할지 관심사”라고 말했다.

한편, 한진그룹은 2014년 조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과 2018년 조 전무의 ‘물컵 갑질’에 이어 최근의 집안싸움 등 잦은 오너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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