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행장 하마평 무성…한일과 상업 출신 교차행장 관행보다는 경영능력이 중대 기준

우리은행 본점 전경. 사진/우리은행 제공

[월요신문=박민우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지주 대표이사 회장(이하 지주 회장)과 은행장 겸직체제를 마무리하면서 우리은행장 후보를 둘러싼 하마평이 무성하다.

이번 우리은행장 인사에서 최대 관전포인트는 어느 은행 출신 인사가 행장에 오르느냐에 있다.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이 번갈아 은행장을 맡은 전통이 있는 우리은행장 선임을 앞두고 이번엔 상업은행 출신 인사거 선출될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은행 안팎에서는 이미 한일은행 출신인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을 확정지어 은행장은 자연스레 상업은행 출신 몫이 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이번 우리은행장 인선에서 이런 관행이 지켜질는지는 미지수다. 우리금융 의사결정에서 영향력이 큰 과점주주들이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인선에서 경영능력아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인 만큼 손태승 회장과 손발이 맞는 인물, 즉 손 회장의 의중이 은행장 선임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곧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를 구성하고, 이달 중순 전까지 차기 우리은행장을 포함한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군을 내부인사로만 구성할 방침이다. 임추위 위원장을 맡은 손 지주 회장 겸 은행장과 구성원인 사외이사는 조직 안정을 꾀하고자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하는 취지에 맞춰 차기 은행장을 내부인사에서 물색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 은행장 후보군으로는 내부인사이자 손 지주 회장 겸 은행장과 함께 이번 차기 회장 후보 숏리스트에 올랐던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 조운행 우리종합금융 사장, 이동연 우리에프아이에스(FIS) 사장 등이 거론된다.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의 경우 손 회장과 같은 한일은행 출신으로 기업고객본부 집행부행장, HR그룹장, 영업지원부문 부문장 등 여러 부문을 거친 이력이 있다. 정 사장은 업계 최하위권이던 우리카드를 ‘카드의 정석’ 시리즈 흥행으로 중위권까지 끌어올리는 등 탄탄한 경영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로 우리카드 사장 연임 가능성도 매우 큰 상황이라 향후 거취에 대한 업계 이목이 집중된다.

조운행 사장이 차기 행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유력후보로 평가된다. 조 사장은 손 회장이 우리은행장에 취임할 때 발탁한 인사다. 당시 손 행장은 '조직의 화합'을 강조하면서 상업은행 출신인 그를 영업지원 부문장에 앉혔다.

이동연 우리FIS 사장은 현재 우리은행의 최고정보책임자(CIO)를 겸임하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해 4월 디지털 금융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IT부문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이 사장에게 은행 CIO 자리를 맡겼다.

우리은행 임원 중에서는 김정기 HR그룹 부문장과 박화재 여신지원그룹 부행장 등이 물망에 오른다.김 부문장은 개인고객본부 영업본부장을 거쳐 업무지원그룹 상무, 기업그룹 집행부행장 등을 거친 은행 핵심 임원으로 손 회장과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온 데다 상업은행 출신인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박 부행장의 경우 여신지원 그룹장으로 선임된 이후 심사역량 강화와 여신 프로세스 혁신, 우량자산비중의 확대 등을 지속 추진하며 지난 2018년 은행권 가운데 최고 건전성 개선이라는 성과를 창출해냈다.다만 임추위의 은행장 후보 리스트는 통상 본부장급 이상 임원이거나 자회사 부사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해왔다는 점에서 박 부행장의 차기 은행장 후보 리스트업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우리은행은 지난 1999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하면서 출범했다. 이 때문에 각 은행 출신 인사들이 번갈아가며 행장에 올랐다. 그러다 상업은행 이순우 전 행장 후임으로 또다시 상업은행 출신인 이광구 전 행장이 선임되면서 내부적으로 갈등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은행장 선출에서도 이런 관행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주요 인사 중 상업은행 출신은 조운행 사장과 김정기 부문장 두 사람이다. 이들은 연령대도 다른 인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세대교체라는 명분을 내세울 요인도 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상층부 임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계파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며 "손 회장이 그룹 임추위원장으로 있고, 같이 일할 사람을 뽑는 만큼 내부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우리금융 민영화와 함께 경영에 관여하게 된 과점 주주 추천 사외이사들의 영향력이 강해진만큼 경영 능력에 따라 행장 선임이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2016년 정부 보유 지분이 아이엠엠 프라이빗 에쿼티,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동양생명, 유진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7개 투자사에 매각되면서 민영화됐다.

이 때 지분을 매입한 과점주주들이 사외이사를 추천하면서 장동우·노성태·박상용·전지평·정찬형 등 인사로 구성된 현재의 이사회가 꾸려졌다. 이제는 은행장 선임 절차에서 계파 갈등보다 이사회의 영향력이 더 커져 임원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차기 행장을 추천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우리은행장의 경우 그룹 내 최대 자회사의 수장이면서 차기 회장 직도 충분히 노릴 수 있는 위치인 만큼 경영능력이 차기행장 선임의 중대기준이 될 전망이어서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인사가 번갈아 가면 은행장을 맡는 관행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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