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공사 수주 숨기는 등 방식으로 주가 낮춰 소액주주 큰 피해
주가조작 진상을 숨기려고 삼성물산 대리 변호인을 대동했나?

검찰에 출두하는 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 사진/뉴시스

[월요신문=박민우 기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앞두고 김 신 전 삼성물산 사장이 이 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선의의 투자자 보호를 위해 철저하게 감시하고 규제하는 주가조작에 앞장서 소액주주들을 제물로 삼은 혐의를 받아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 사장을 비롯해 당시 이 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수뇌진이 삼성물산 주가조작과 관련 곧 검찰에 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너일가의 이해가 걸린 문제에선 삼성의 준법의식이 수준이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의 삼성물산 주가조작 수사와 관련, 합병과정에서 김 전 대표가 검찰에 출석했다가 피해자인 삼성물산 대리인을 변호인으로 대동해 이해충돌 문제로 조사를 받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린 배경에는 삼성이 주가조작의 진상을 사실대로 진술하지 않기 위한 꼼수가 숨어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다.

8일 검찰 등에 따르면 김 전 사장은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삼성물산의 주가를 낮추는 작업을 진행한 혐의를 수사를 받고 있다. 그는 이 부회장의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 기업가치는 부풀리고 삼성물산 주가는 최대한 낮추어야 이 부회장의 기업승계가 유리하다고 판단, 주가조작에 적극 나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김 전 사장은 합병 직전에 주가상승을 가져오는 해외 공사 수주와 같은 호재성 정보를 숨겨 삼성물산 주가가 오르는 것을 막은 등의 방식으로 기업 가치를 고의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합병을 앞둔 그해 초부터 신규주택 공급을 줄이고, 2조원 규모의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사 공사 수주 사실을 숨기는 등 주가를 낮추기 작업을 해온 것으로 검찰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

그 결과 2015년 상반기 다른 대형 건설사 주가가 20∼30%씩 오르는 동안 삼성물산의 주가는 10% 가까이 떨어졌다. 삼성물산 기업가치를 고의적으로 끌어 내린 때문에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은 1대 0.35로 제일모직 주당 가치가 삼성물산 1주 가치의 3배에 달했다.

김 전 대표가 이같은 주가조작으로 이 부회장의 배를 잔뜩 불렸는지는 모르지만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거액의 손실을 안겨줘 그가 검찰해 출석에 주가조작 실상을 사실대로 진술할는지가 비상한 관심을 모았으나 이날 출석한지 1시간 30분만에 귀가했다.

김 전 대표는 2010~2018년 삼성물산 초대 대표를 지내며 2015년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주도했다. 지난해 9월 착수한 수사에서 사장급 이상 경영진이 소환된 것은 처음이다.

이날 검찰이 김 전 대표를 조사하지 않은 것은 김 전 대표가 삼성물산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를 대동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회사법인과 주주에게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피해자 격인 삼성물산의 변호사를 선임해 검찰 조사를 받으러 온 것이다.
검찰은 김 전 대표 쪽에 ‘이해충돌’ 우려를 강하게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임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자신이 손해를 끼친 회사의 돈으로 선임된 변호사의 법률 조력을 받는 것 역시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일부 변호사들은 삼성물산이 김 전 대표로 하여금 주가조작의 진상을 사실대로 진술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삼성물산의 변호도 맡은 법무법인 변호사를 대동시켰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추론한다. 이 변호인이 주가조작으로 피해를 본 주주들을 변호하기보다는 김 전 대표가 주가조작을 하지 않았다는 방어논리를 펴는데 급급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김 전 대표를 시작으로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등 합병 당시의 삼성 수뇌부를 연이어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 과정의 불법적인 주가조작 정황이 뚜렷한 만큼, 합병의 ‘최종 수혜자’인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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