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자동화기기와 지점의 ‘희비교차’…“저금리로 수익 수준이 낮아질 것에 대비하는 것”

서초구 KB국민은행 서울교대 디지털셀프점 디지털 셀프 존에서 한 고객이 상담원과 연결해 은행 창구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박은경 기자]인터넷·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채널 비중 확대와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의 등장으로 무인점포 시대가 돌입하면서 은행권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구조조정으로 인력감축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구조조정 바람은 매년 되풀이되는 연례행사와는 달리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돼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은 이달 내로 총 85개 점포를 통폐합하고 희망퇴직을 받으며 본격 구조조정에 나섰다.

구체적으로 KB국민은행은 38개 점포를 정리하고, KEB하나은행도 18개의 점포를 통폐합할 방침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점포 3개, 4개를 통폐합한다.

그동안 4대 시중은행은 국내 점포수를 주기적으로 줄여왔다. 지난 2015년 3924개 달했던 점포는 2016년과 2017년 각각 3757개, 3575개 등으로 점차 줄어들었다. 올해 1분기에도 지난해 3분기보다 80여개 점포가 줄어들 예정이다.

지점이 사라지자 근무하는 직원 또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는데 퇴직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지난달 1963년생 또는 10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퇴직신청을 받았다. 

국민은행은 지난 3일까지 1964~1967년생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으며 우리은행도 지난달 1964·1965년생 직원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300여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이달 14일까지 15년 이상 근속한 부지점장 이상 일반직 중 1961년 이후 출생자와 차·과장급 이하 일반직 중 1964년생을 대상으로 특별퇴직을 실시한다. 

은행권의 구조조정은 AI의 등장으로 가속도가 붙을 예정이다. 무인자동화기기가 창구 직원을 대체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무인점포가 현실화됨에 따라 창구 직원의 역할이 줄어든 것이다. 실제 은행 창구에서 이뤄지는 대면업무 처리 비중이 8.8%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국내 은행 지점은 2015년만 해도 6302개였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5686개로 매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ATM 또한 같은 기간 4만5415개에서 3만7673개로 줄었다.

반면 2015년 처음 등장한 고기능 무인자동화기기는 지난해 말 133대에서 올해 9월말 현재 224개로 68.4%로 증가하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무인자동화기기는 은행에 따라 ‘디지털 키오스크’ 또는 ‘STM(Self-Teller Machine)’ 등으로 불리고 있다. 이 기기는 기존의 ATM과 달리 예‧적금 신규가입부터 카드발급, 인터넷‧모바일뱅킹 가입, 소득공제 신청서 등 증명서 발급, 환전이나 해외송금 등 은행 창구 업무에서 해야 했던 일들의 상당부분을 처리할 수 있다. 

즉, 고객들은 은행지점을 찾는 대신 고기능 무인자동화기기만으로도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존의 창구 중심이던 운영방식이 비대면·디지털 중심으로 전환됨에 따른 지점 통폐합 등의 조치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정부의 규제 등으로 인한 수익률 감소 우려도 구조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권에는 저금리 기조에 신 예대율 규제 등으로 대출 수수료 수익이 줄어드는 등 경영사정은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수익이 나기 시작한 2013년 이후로 위기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면서 “인터넷·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채널 비중이 커지면서 영업점이 줄어든 데다 저금리로 수익 수준이 낮아질 것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 같은 구조조정과 관련해  “희망퇴직이 오히려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재취업 등의 기회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며 “외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내부에서는 지점통폐합 및 무인자동화기기의 등장으로 인한 인력감축 등에 크게 동요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