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후속인사서 수사 실무팀 대폭 바뀌고 '정권에 칼 겨누면 당한다'는 인식에 수사 차질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검찰인사 협의 문제와 관련, 6일 오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윤소희 기자]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검찰 간부인사를 두고 정치검찰의 색깔을 뺀 인사, 윤석열사단의 손발을 자른 대학살이라는 평가가 엇갈린 가운데 청와대 선거개입·감찰무마 의혹 수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는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은 수사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으로 중간간부급 차장·부장검사 인사에서 사실상 수사팀 해체에 가까운 인사이동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윤석열 총장의 강골성향에 비추어 진행중인 수사를 어떤 식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미 수사동력을 상실, 종래처럼 강력하게 밀어붙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당장은 모르지만 청와대 선거개입·감찰무마수사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지휘체계 등이 흔들리게되면 거취를 고민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한다.

법무부는 8일 검찰인사위원회를 열고 대검검사급 검사 32명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를 오는 13일자로 단행했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현 정권에 대한 수사지휘부가 모두 일선청으로 흩어졌다. 이를 두고 윤 청장의 참모들이 모두 좌천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와 유재수 부시장 감찰무마 의혹 수사를 지휘한 한동훈 대검 반부강력부장(47·27기)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58·23기)은 법무연수원장으로 발령났다.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53·26기)은 제주지검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휘부가 모두 교체된 데 따라 윤 총장의 정권수사는 일단 동력을 상실,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설 연휴 이전에 이뤄질 것으로 수사 실무를 맡아 온 차장·부장검사 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에서 차장·부장검사가 물갈이되면 새 실무팀이 방대한 사건기록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50·29기)과 김태은 공공수사2부장(48·31기), 감찰무마 의혹을 수사하는 홍승욱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47·28기)와 이정섭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47·28기)이 대상자로 거론된다. 조 전 장관 일가를 수사해온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50·29기)와 고형곤 반부패수사2부장(50·31기)도 언급된다.

청와대 선거개입·감찰무마 의혹 수사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현 정부 핵심 인사들을 향하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 전 장관 가족 비리 수사는 주요 사건 피의자 대부분을 재판에 넘겼지만 수사팀이 공소유지를 맡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이번 인사의 함의가 종래의 정치색을 버리고 공정한 수사를 하라는 것이고 보면 청와대 선거개입·감찰무마 의혹 수사는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즉 사실상 윤 총장이 인사권이 없는 것으로 입증된 이번 인사에서 현 정권에 칼을 겨눈 검사는 물을 먹는다는 것을 목격한 검사들이 정권수사에 소극적이고 몸을 움추릴 수 밖에 없는 ‘학습효과’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물론 검찰내부 일각에선 윤 총장이 그동안 소신과 뚝심으로 수사를 진두지휘해온 기조에 비추어 참모진과 수사팀이 대폭 물갈이된다고 정권을 향한 칼을 거둘지는 의문이다. 윤 총장이 현재의 정권수사에 한계와 무력감을 느끼게 될 경우 그는 거취를 고민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윤 총장의 거취도 향후 수사 동력과 마무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인사 과정에 윤 총장이 사의 표명을 거론하기는커녕 고려한 적도 전혀 없다는 게 대검 복수 관계자의 설명이다. 윤 총장은 전날 법무부 인사에 특별한 언급 없이 퇴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선 '수사 결과로 이야기하면 된다'는 윤 총장 스타일이 반영된 것 아니겠냐는 얘기가 나온다.

윤 총장이 신년사에서 "검찰 구성원의 정당한 소신을 끝까지 지켜드리겠다"고 공언한 만큼 직에서 물러나지 않고 하던 수사를 '법과 원칙대로 진행'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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