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시기와 김지형 전 대법권 의 자질논란 측면에서 과연 '법 지키는 삼성' 진정성 의문

김지형 전 대법관이 9일 오전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운영 방향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고은별 기자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삼성그룹의 준법경영을 감시하는 외부 독립기구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내정, 다음달 초 공식 출범한다. 이 위원회는 앞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7개 계열사 대상 준법경영 활동을 관리 감독한다. 

하지만 출범 시기와 김 위원장이 이력면에서 삼성의 준법경영을 감시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자질론이 일고 있어 앞으로 법을 지키는 삼성이 되겠다는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김 전 대법관은 9일 오전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 내정까지의 경위, 그리고 운영 방향 및 향후 일정 등을 밝혔다.그는 “삼성이 먼저 변화의 문을 열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기보다는 실패하더라도 뭔가 하는 게 낫다는 판단으로 위원장 제안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 측에 준법경영 감시 조치를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먼저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화재 등 7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준법경영 감시 활동을 시작한다. 그룹 내 관리 감독 대상은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위원회는 이들 기업과 이달 말 협약을 맺고 운영 규정을 정한 뒤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위원회는 김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권태선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공동대표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봉욱 변호사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인용 삼성전자 사회공헌업무총괄(고문) 등 7명으로 구성됐다.

즉 외부위원 6명과 내부위원 1명이다. 김 전 대법관은 “위원장 수락에 앞서 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이르기까지 자율성과 독립성을 전적으로 보장해주길 요청했고, 삼성은 이 조건을 수용했다”며 “위원회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위해 외부위원을 압도적으로 구성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양형에 유리한 사유로 작용시키기 위한 ‘면피용 조치’란 비판과 함께 위원회가 독립된 기구로써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

김 전 대법관에 따르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출범 이후의 경영활동에 대한 관리 감독을 수행할 예정이다. 위원회 설치 사유가 된 ‘국정농단’ 사건이나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파괴’ 사건 등 과거를 되짚지 않고는 유의미한 활동을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독립된 기구로서 정보 접근에 대한 제약도 예상된다. 위원회 운영비를 삼성 계열사들로부터 받는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김 전 대법관은 “정보 접근은 위원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고려 후 논의해보겠다”며 “운영비는 삼성 계열사들이 나눠 지원할 것으로 위원회 공식 출범 뒤 구체적인 내용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법 위반 위험이 있는 대외 후원이나 내부거래, 협력업체와의 하도급 거래, 일감 몰아주기 등 공정거래 분야나 뇌물수수 등 성역이 없는 감시 활동을 펼친다는 구상이다. 노조 문제나 승계 문제 등에서 법 위반 리스크 관리도 예외는 아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유성기업지회·삼성전자서비스지회·삼성전자 노조 등 노동 단체가 9일 오전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지형 전 대법관의 삼성 준법감시위원장 내정을 규탄하고 있다./사진=고은별 기자

하지만 김 위원장이 과연 이런 감시역할을 충실히 할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위원장으로서 김 전 대법관이 적절치 않다는 자질론이 벌써 대두되고 있다. 그가 노조파괴, 불법파견 등 각종 노동 사건에서 사측 대리인을 맡아온 점이 문제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유성기업지회·삼성전자서비스지회·삼성전자 노조 등은 같은 날 지평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성기업의 노조파괴를 옹호한 김지형 전 대법관의 준법감시위원장 내정은 기만”이라면서 “이재용 부회장 형량 낮추기용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김 전 대법관은 판사 시절 삼성의 3대 세습 범죄인 에버랜드 전환 사채건을 무죄로 선고한 전력이 있으며 변호사로 개업한 후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불법파견 소송, 노조파괴로 악명 높은 유성기업 관련 사측 변호를 맡았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법관은 이 같은 비판에 “미처 헤아리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 제 잘못이고, 저를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로 삼겠다”면서 “준법감시위원회 본분을 잊지 말고 대의에 충실하라는 말로 이해하겠다”고 에둘러 말했다. 그는 유성기업 담당 변호인 지정을 철회했으며, 현대기아차 사측 대리와 관련해서도 입장을 숙고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 관계자는 “준법감시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존중, 글로벌 수준의 준법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이사회 의결 등 필요한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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