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바닥' 가늠 안돼 목표주가 하향조정···주주가치 훼손및 인수따른 실적변동성 확대 원인

정몽규 HDC 회장이 지난해 11월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월요신문=윤중현 기자] HDC현대산업개발 주가가 대규모 유상증자 소식에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승자의 저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가 하락이 이어지는 와중에 자금 조달을 위한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하락 속도는 더 빨라진다. 증권가에서도 현 시점에서 주가 '바닥'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투자의견과 목표주가 하향 조정을 지속하고 있다.

13일 오후 3시00분 기준 주식시장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은 전 거래일 대비 1100원(4.64%) 떨어진 2만2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주가 희석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지난 10일 HDC현대산업개발은 407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발행주식수는 2196만9110주로 현재 발행주식 총수 4393만8220주의 50%에 달한다. 발행 예정가는 1만8550원. 지난 10일 종가(2만3700원)보다 20%나 저렴한 신주가 대거 상장한다는 소식에 구주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청약 미달 물량)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구주주에게는 기존 주식 1주당 신주 0.5주가 배정되고 청약 이후 남은 물량은 일반공모로 조달하는 형식이다. 주가 하락이 이어진다면 신주 발행가는 더 낮아질 수 있다. 확정 발행가액은 1차 발행가액과 2차 발행가액 중 낮은 금액으로 결정하는데, 1·2차 발행가액 산정 시점의 주가가 지금보다 더 낮아지면 이를 기준으로 발행가액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날 주가 하락은 대규모 유상증자로 인한 주가 희석 우려도 있지만 과도한 자금조달로 현대산업개발의 재무구조가 악화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 이후 승자의 저주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나가 국내 '탑2'로 꼽히는 대형 항공사라는 점은 매력적이지만 무리한 인수로 현대산업개발의 재무상태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인수과정에서 차입금이 약 1조1000억원 증가하더라도 이번 유상증자로 자본금도 늘면서 부채비율은 130% 수주으로 관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유상증자로 인한 기존 주주가치 훼손과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른 실적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목표주가를 낮춰 잡았다. 이날 삼성증권은 HDC현대산업개발 목표주가를 기존 3만4000원에서 2만4000원으로 29% 하향 조정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종전 4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케이프투자증권은 4만3000원에서 2만4000원으로 내렸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시점에서의 발행가격은 1월 10일 종가 대비 22% 낮은 수준(기준주가에 15% 할인율을 적용한 것)”이라며 “신용등급 및 기존 사업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여지나 기존 주주가치 훼손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항공업으로의 진출이 안겨다 줄 HDC그룹의 사세 확장이 HDC현대산업개발의 주주들에게까지 긍정적이기 위해서는 피인수기업의 가치 제고가 필수적이나 그에 대한 확신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밝혔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재무제표 기준으로 가격이 싼 주식이지만, 딜 종료 후 4월 이후부터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이 연결로 인식될 것이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바닥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의 턴어라운드에 따른 실적 호조를 기대하고 있지만, 중기적으로는 회사의 리스크 요인이 크게 부각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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