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주주 올라선 반도건설…유력한 ‘캐스팅보트’로 급부상

서울 중구 한진칼 본사./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기율 기자] 13일 증시에서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질칼 주각 요동을 쳤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지분 싸움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반도건설이 ‘단순 투자 목적’에서 ‘경영 참가 목적’으로 지분 매입 이유를 바꾸고 한진칼의 3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경영권 향방을 결정짓는 주요변수로 한진 총수일가의 경영권 수성이 불확실해진데 따라 주가 변동이 심했다.

이날 증시에서 한진칼 주가는 장중 한때 4만5800원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전 거래일보다 0.48% 오른 4만1900원으로 마감했다.

 한진칼 우선주는 전 거래일보다 6.32% 오른 6만3900원, 대한항공우는 8.70% 오른 2만 원에 마감했으며, 대한항공 보통주는 전날과 같은 2만7300원에 마감했다.

앞서 지난 10일 반도건설은 계열사를 통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을 기존 6.28%에서 8.28%로 늘렸다고 공시했다. 지분 보유목적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가로 변경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17.29%), 델타항공(10.0%)에 이어 3대 주주로 올라선 것이다.

이에 따라 한진그룹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율 셈법이 한층 더 복잡해졌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열고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연임건을 다룬다.

한진칼은 이사의 선임·해임 안건을 일반 결의사항으로 정하고 있어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안건이 통과된다. 지난해 주총에 오른 석태수 한진칼 대표의 사내이사 연임안은 찬성 65.49%, 반대 34.54%로 가결된 바 있다. 당시 KCGI는 ‘조양호 측근’으로 분류된 석 대표의 연임안에 반대했지만 국민연금의 찬성으로 고배를 마셔야 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 주총은 총수 일가에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KCGI가 계속해서 총수 일가를 견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누나와의 갈등은 조원태 회장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지난해 12월 외부로 드러난 어머니 이명희 고문과의 갈등 역시 그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백기사’로 분류된 델타항공의 협력 역시 100% 장담할 수 없다. 델타항공은 지난해 7월 한진칼 지분취득 의도 등을 묻는 KCGI의 서신에 “관계를 강화하고 심화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지는 사업상 파트너에 대한 투자”라며 “투자 결정에 한진칼 경영진과의 기업지배구조, 이사회 의석 등에 대한 어떠한 합의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한진칼 지분율은 28.84%다. 조원태 회장이 6.52%, 조현아 전 부사장이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6.47%,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5.3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렇듯 총수 일가 개개인의 지분 차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주요 주주들의 결정이 중요해진 가운데, ‘캐스팅보트’로 올라선 반도건설의 움직임 역시 주목받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분 보유목적을 경영 참여로 바꿀 경우 6개월 내 발생한 단기매매차익 등을 반환해야 하는데, 반도건설이 이를 감수하고서도 경영참여를 선언한 것은 단순 시세차익을 넘어 일종의 전략적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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