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스코측, “사찰 보고서 작성될 일 없어” 해명…2018년엔 직원 실시간 감시로 노조 반발사기도

세스코, 퇴직자 사찰 의혹/사진=MBC 캡쳐

[월요신문=김기율 기자] 지난 2018년 직원 실시간 감시로  노조의 강력한 반발을 샀던 해충 방제업체 세스코가 최근에는 퇴사한 직원들을 전방위로 사찰하고 심지어는 퇴직 직원의 가족까지 사찰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세스코 노조를 비롯한 관계전문가들은 정보수집 차원이라고는 하지만 세스코의 과도한 개인사찰은 인격권과 사생활을 침해하고 나아가 인권탄압 소지도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수 없다고 지적한다.

14일 관련업계와 MBC의 보도 등에 따르면 세스코가 퇴사한 직원의 삶을 분 단위로 감시하고 해당 내용을 보고서로 작성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세스코의 ‘시장조사팀’은 지난 2017년 1월에만 총 58명의 퇴직자를 집중감시했다. 이들은 퇴직자의 주소와 휴대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뿐 아니라 퇴직자의 일거수일투족까지 모두 ‘동향 조사 보고서’에 작성했다.

MBC가 입수한 세스코의 보고서는 지난 2014년 4월부터 2017년 2월까지 157페이지 분량이다. 5분에서 10분, 짧게는 1분 간격으로 퇴직자의 움직임이 기록돼 있었고, 심지어 유리에 이슬이 맺힌 거로 봐서 차량이 어제부터 주차돼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담겼다.

사찰은 퇴직자의 가족에게까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에는 퇴직자 어머니의 차량과 연락처, 운영하는 민박집이 기재돼 있다. 심지어 농사짓는 아버지가 창고와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는 모습까지 기록으로 남겼다.

이 소식을 접한 세스코 전 직원들은 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불쾌하다” “소름 돋는다” “배신감 느낀다” 등의 불만을 토로했다. 한 직원은 “한 가정을 파괴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며 “큰 비난을 받아도 마땅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세스코측은 현재 근무하고 있는 직원은 물론이고 퇴직직원들이 영업비밀을 폭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개인정보 수집 대상을 퇴직직원 가족까지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세스코는 영업에서 결코 외부로 드러나서는 안될 중대한 비밀사항이 많다는 것을 말해준다.

직원들은 입사 시 퇴직 이후 5년 동안 경쟁업체에 취업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비밀보호와 겸업금지 서약서’를 작성한다. 세스코는 퇴직자가 해당 서약을 이행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찰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서약서의 뒷장에는 ‘서약서를 위반해 비밀을 침해한 경우 5억 원을 조건 없이 배상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적혀 있다. 여기에 영업비밀보호 각서와 보충각서까지 있다. 세스코는 이후 이들 퇴직 직원들에게 한 달에 10만 원 정도 영업비밀보호 장려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세스코 측은 퇴직자 사찰 의혹에 “사내에 ‘시장조사팀’은 없고, 사찰 보고서가 작성될 일도 없다”고 부인했다.

이에 앞서 세스코는 지난 2018년 GPS를 이용한 실시간 위치추적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준비하면서 노동자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당시 세스코는 GPS가 장착된 업무용(법인) 휴대전화·차량을 이용해 근무시간 내 현장 직원들의 위치를 확인·수집하는 SR(Smart Route)시스템 도입을 준비했다. 이 장치를 업무용 차량과 휴대전화에 장착하면 실시간 위치추적이 가능해진다.

세스코는 “근로시간단축 뒤 현장 직원의 법정 근무시간 준수를 관리·감독하기 위한 것”이라며 “유해성 화학물질을 포함한 방제약품을 적재한 차량의 도난·사고 방지에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노동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노동자의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함으로써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나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시 지부는 “지난해 노조가 설립된 뒤 세스코에서는 노조간부 감시·사찰 의혹과 부당노동행위 의혹 등이 제기됐는데, SR시스템 도입 이후 노조 감시가 더 노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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