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치 극대화하고 모비스도 사외이사 주주추천제 시행
지주사 전환 가능성 낮아,금산분리로 금융계열사 정리 때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2020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기율 기자] 최근 현대모비스의 ‘주주 소통’ 정책이 발표된 이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과거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방안이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고배를 마셨다. 때문에 이번 정책 발표는 주주 신뢰를 높이는 동시에 향후 있을 지배구조 개편에서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 현대자동차와 현대글로비스, 현대모비스가 사외이사 주주추천제를 시행하고 있다.

사외이사 주주추천제는 주주가치 제고 정책의 일환으로,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와 주주 대표성 강화가 목적이다. 회사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1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 현대차와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현대모비스는 상대적으로 늦은 지난 2일부터 도입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주주소통 강화 정책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한다. 정부의 순환출자 해소 압력이 여전한 가운데, 이들 계열사 모두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순환출자란 그룹 내에서 계열사들끼리 돌려가며 자본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 적은 자본으로 자신이 보유한 자본 이상의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계열사를 지배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하며, 실제 입금된 돈이 아닌 장부상의 ‘가공자본’으로 계열사들의 연속적인 경영악화를 유발하기도 한다.

공정위가 공개한 ‘2019년 순환출자현황’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등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지난 2018년 3월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하고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한 뒤 이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순환출자 고리 해소의 방법으로 총수일가의 현대모비스 지분 인수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엘리엇을 포함한 ISS, 글라스루이스 등 글로벌 의결 자문사와 현대모비스 주주들의 부정적 반응으로 무산됐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주총 이후 이어진 현대차그룹의 대대적인 주주소통 강화,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지배력 강화 행보 등을 들어 다양한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를 내놓는 중이다.

우선 지난 2018년 발표한 현대모비스의 사업부문을 나눠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식이다. 당시 논란이 됐던 분할합병 비율을 재조정한다는 것. 이럴 경우 현대모비스의 분할부문을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해 공정가치를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총수일가 지분이 큰 현대글로비스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도 나온다. 현재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23.29%, 정몽구 회장이 6.7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경영권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 다만 인수 자금 부담이 크며, 현대글로비스를 향한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해소하기 어렵다.

이밖에 현대오토에버를 활용한 지분 매입,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기아차가 보유한 모비스 주식 직접 매입 등의 방식들도 거론된다.

다만 지주회사로의 전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등 금융 계열사를 정리해야 해서다. 자동차 할부 등 사업연계로 수익성을 올리고 있는 금융사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이나 시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고영석 현대모비스 기획실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0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배구조 개편은) 그룹 차원에서 논의되는 사안이고, 정해진 것은 없지만 무조건 시장친화적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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