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인도·동남아 등 글로벌 공략 가속화

기아, 중국 진출 선언…현대차는 인도·동남아·브라질 공략 박차 김필수 교수 "미국·유럽 점유율 확대 어려워… 신시장 개척 必"

2023-03-24     곽민구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양재 사옥 전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월요신문=곽민구 기자]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한 현대자동차그룹이 인도와 동남아시아, 브라질 등 글로벌 공략을 가속화한다. 새로운 시장 개척이 필요한 상황에서 적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기아는 지난 20일 중국 상해 E-스포츠 문화센터에서 열린 기아 EV 데이(KIA EV Day)를 통해 중국 전동화 시장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에서 리더로 재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올해는 중국에서 EV6와 EV5, 내년에는 기아 플래그십 SUV EV인 EV9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가장 빠르고 혁신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의 기아의 성공은 기아 글로벌 전략의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아는 최첨단의 기술과 다양한 감성적 요소를 결합한 혁신적인 전기차 모델과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바탕으로 높은 기대치를 가진 중국 고객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고 EV Tier-1 브랜드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684만5000대를 판매했다. 토요타(1048만3000대)와 폭스바겐(849만1000대)에 이어 글로벌 판매량 3위를 기록하는 등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현대차·기아 다음으로는 르노·닛산·미쓰비시(615만7000대), GM(593만9000대), 스텔란티스(583만9000대) 등이 뒤를 이었다. 현대차그룹은 2010년대 이후 르노·닛산·미쓰비시, GM 등에게 밀려 5위 안팎 순위에 머무른 이후 처음으로 3위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회복된 소비심리를 활발히 공략했다. 반도체 등 부품 수급난으로 신차를 수요만큼 공급하지 못했지만, 오히려 이 같은 추세에 편승해 인센티브를 축소하는 판매 전략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신흥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도와 동남아 공략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인도는 지난해 내수 판매 규모(472만5000대)가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할 만큼 급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인도 시장 점유율은 22.6%다. 일본 스즈키와 인도 마루티의 합작 브랜드인 마루티 스즈키(42.2%)에 이어 2위다.

현대차 인도법인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5.8% 증가한 9조2302억원, 순이익은 62.5% 오른 7109억원이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크레타, 베뉴 등이 판매 호조를 이끌었다.

소형 SUV 베뉴 2023년형. 사진=현대자동차

중국과 러시아에서 표류 중인 현대차그룹에게 인도는 판매량을 이끌 핵심 국가다. 현대차는 지난 2019년 인도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해 첸나이 공장에 전기차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최근에는 코나 일렉트릭에 이어 아이오닉 5의 생산과 판매를 시작했다. 현대차는 오는 2028년까지 인도에서 전기차 6종을 선보여 판매량 1위인 마루티 스즈키를 따라잡는다는 전략이다.

동남아 시장 공략도 박차를 가한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기존 완성차 사업 확대와 전동화 선도를 통해 아세안(동남아시아 국가 연합) 지역을 현대차 미래 핵심 시장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입지를 다진 현대차는 지난 9일 경기 화성시 남양연구소에서 태국 언론을 대상으로 사업 계획을 공개했다.

지난해 태국 수도인 방콕에 차량 판매·생산 목적의 자회사 현대모빌리티태국을 설립하고 자체 판매망 구축에 나서는 등 현지에서 생산하고 직접 판매하는 방식으로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브라질 시장도 현대차에게 전략적 요충지다. 현대차는 지난해 브라질 시장에 18만7809대를 판매해 1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현지 맞춤형 모델 HB20이 12만950대 팔리면서 판매 실적을 견인했다.

지난해 2012년 11월 브라질 상파울루 피라시카바에 현지 공장을 세운 현대차는 지난해 9월 현지 생산 공장 가동 10주년을 기념해 연간 7만기가량의 엔진을 생산할 수 있는 엔진 공장을 준공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미국과 유럽은 현지 시장이기 때문에 앞으로 점유를 늘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도 당장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한령 등으로 인해 중국 시장 점유율이 떨어진 것도 있어 현대차그룹이 공장 정리 등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은 맞다"며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옵션이나 특성을 넣어 색깔을 변화시키고, 친환경차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투입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이 옳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과 미국, 러시아, 중국 등에서 고착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인도·남미·동남아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대차그룹은 최근 그렇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