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안 들어오는데…노트북 외관 찍힘에 무상 수리 거부
업체 "사용상 문제일 가능성 배제 어려워…정책 변경 없었다"

​A씨가 구매한 에이수스의 노트북 'ROG Flow Z13(2022)'의 외관상 흠집 부분. 
​A씨가 구매한 에이수스의 노트북 'ROG Flow Z13(2022)'의 외관상 흠집 부분. 

[월요신문=이종주 기자] 대만의 컴퓨터 업체 ASUS(에이수스)가 '미세한' 스크래치 등에도 A/S(사후관리)를 거부하고 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더욱이 에이수스는 스크래치 등을 제품 불량의 원인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어 '모순된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월 에이수스 노트북을 구매한 A씨는 구매 한 달 뒤인 4월경 해당 노트북을 사용하다가 실수로 외관에 흠집을 냈다. 그 후에도 사용에 문제가 없었지만 석 달 뒤인 지난 7월경 사용 중이던 노트북이 고장 났다.

그는 에이수스 용산 서비스센터에 해당 노트북을 입고했지만, 센터에서는 "무상 수리가 불가하다"고 답변했다. 외부 충격의 흔적이 있다는 것이다.

A씨에 따르면 센터 관계자는 "외부 충격에 의해 내부에 파편이 발생, 쇼트의 가능성이 있지만 내부 파편과 쇼트의 상관관계는 입증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외부 충격의 흔적 때문에 무상 수리를 거절한 것이다.

A씨는 "외관 충격 흔적이 매우 미미한데 이 흠집을 사유로 무상 수리를 거부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수리비 178만원을 청구했기에 수리를 거부하고 사설 수리 업체를 찾아보고 있다"고 항의했다.

그는 "이미 한국소비자원(소보원)에 신고했으나 업체 측이 소보원의 대응에 응답하지 않았다"며 "소보원 직원도 소송을 걸 것을 권유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에이수스 관계자는 "충격 발생 시점이 4월, 해당 문의가 접수된 시점은 7월로 사용상의 문제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당사는 소보원의 정책을 준수하고 있는 만큼 무상으로 수리해야 한다는 지침이 있을 경우 그에 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사례 외에도 인터넷 커뮤니티 '퀘이사존'에 게시된 글에 따르면 한 소비자는 에이수스 메인보드의 PCIe 슬롯의 하자와 관련해서도 무상 수리를 거부당했다.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데도 슬롯 주변부에 '미세하게' 찍힌 흔적이 있어 수리를 거부당했다는 것.

 

지난 17일 컴퓨터 하드웨어 등을 다루는 온라인 커뮤니티 '퀘이사존'에 올라온 인기 글 목록. 상위 10개 글 모두 아수스(에이수스) A/S 관련 불만으로 도배됐다. 사진=퀘이사존 캡처
지난 17일 컴퓨터 하드웨어 등을 다루는 온라인 커뮤니티 '퀘이사존'에 올라온 인기 글 목록. 상위 10개 글 모두 아수스(에이수스) A/S 관련 불만으로 도배됐다. 사진=퀘이사존 캡처

현재 이 같은 사례가 공론화되면서 비슷한 피해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주된 피해 내용은 노트북·메인보드·그래픽카드의 외관 등의 흠집에 대한 무상 수리 불가 판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에이수스의 '외관 A/S 부적합 사유' 규정에 의하면 외관상 미세한 찍힘·벗겨짐·스크래치 등은 제품 불량의 원인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이에 '에이수스의 서비스 정책이 자사의 규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소비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소보원에 해당 내용을 신고하고, 그럼에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불매운동까지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에이수스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서비스 정책과 관련해 변동된 사항은 없다"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범위가 축소됐다거나 삭제된 적도 없고, 외관 A/S 부적합 사유에 관한 당사 정책도 준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문제가 된 사례 중 다수는 이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무상 수리가 불가했던 것"이라며 "에이수스는 서비스 정책을 가장 중시하는 업체인 만큼 앞으로도 고객 불편 사항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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