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미 해고처리, 책임 무관"…피해자 구제 불가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최근 LG전자 직원이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서 수억원의 사기 행각을 벌인 후 해외로 도피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기업 연구원 신분을 악용해 수많은 피해자를 울린 범죄지만, 이렇다 할 피해자 구제 방법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서울 동대문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불구속 상태에서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던 A씨가 미국으로 도주해 행방을 추적 중이다.

A씨는 전 LG전자 연구원으로 드러났다. 그는 지난해 중고나라에서 LG전자 임직원몰을 이용할 수 있는 본인의 지위를 활용해 직원가로 제품을 사주겠다는 식으로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실제로 LG전자 연구원으로 근무 중이던 A씨는 증거로 사원증 등을 함께 보내 피해자들의 신임을 얻었고 결국 여러 피해자에서 약 1억5000만원 상당의 사기를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공장에서 출고가 늦어지고 있다"는 식으로 속여 피해액을 키웠다. 또 LG전자 직영대리점에 연락해 제품을 먼저 보내주면 나중에 대금을 지급하겠다고 속여 해당 대리점에도 수천만원의 피해를 입혔다.

결국 지난해 8월 피해자들은 단체로 경찰에 A시를 신고했다. LG전자측은 경찰 수사가 시작된 후에야 이를 인지하고 A씨를 징계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해고됐고 불구속 상태로 수사받고 있던 그는 직후 해외로 도피했다.

피해자들은 LG전자에 직원관리 미흡 등의 이유로 피해액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LG전자에 입장을 문의하고자 했으나 연락을 받지 않았다. 다만 LG전자는 "이미 직원에 대한 해고를 처리한 사항이고 개인의 일탈로 인한 건을 회사가 책임질 순 없다"고 피해자들에게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온라인 중고거래로 인한 사기 피해는 끊이지 않고 있지만, 피해자들이 구제받은 경우는 거의 없다. 경찰 역시 신고가 이뤄진 직후 바로 수사에 착수하지 않고 일정 수준의 신고 건수 또는 피해액이 확인된 후에야 수사에 나서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중고나라에서 사기를 당한 피해자 B씨는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인식한 후에 경찰에 신고했음에도 중고나라에서는 해당 사기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며 "경찰 조사가 늦어지면서 피해자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수개월이 지난 후에 사기범이 잡혔다는 통보만 받았다. 피해액에 대한 구제 조치는 일절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중고나라는 인터넷 사기 범죄 온상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사기예방 솔루션, 불법거래 근절 캠페인에도 참여하고 있지만, 불법거래는 여전히 기승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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