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업 원하는 주부·사회 초년생 타깃…원금 보장·10배 수익 등으로 유인
전문가 "조작된 그래픽과 체계화 된 프로그램으로 피해자 욕구 자극"

사진=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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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승동엽 기자]인스타그램에서 부업을 찾는 주부들이나 사회 초년생을 노린 신종 사기 '대리배팅'에 대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원금에 최소 10배 이상의 수익률을 내주겠다며 현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에게 인스타그램 'DM'을 보낸 후 자신들의 계정에 접근하도록 유도하며, 계정은 오픈채팅방 주소, 수익률이 조작된 채팅 캡처본을 볼 수 있도록 구성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이 같은 대리배팅 사기에 걸려 1000만원을 피해본 A씨 역시 초기 투자비용 100만원으로 원금 보장은 물론 10배 이상의 수익률을 내주겠다는 꼬임에 넘어갔다.

A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오픈채팅방에 접속하니 매니저가 사이트를 알려주고 회원가입을 유도했다"라며 "회원가입 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하고, 운영자로부터 계좌번호를 받았다. 이 계좌에 100만원을 입금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 후 매니저는 '온라인 카지노 대리배팅을 하는 분에게 아이디랑 비밀번호를 알려주겠다'고 했다"라며 "30분 후 원금 100만원이 1450만 포인트로 불려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는 그래픽 조작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포인트 출금신청을 해서 수익률에 20%를 수수료로 납부하면 된다'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사기 행각은 출금과정에서 나타났다. 이들은 애초부터 조작된 프로그램을 통해 피해자가 출금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더 큰 문제는 갖가지 출금 제한 사유를 들며 추가 입금을 유도했다.

A씨는 "출금을 하려고 하는데 계좌번호가 틀렸다고 나왔다"라며 "이들은 '회원가입 시 계좌번호 끝자리가 입력되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회원이 돼야 계좌번호 수정이 가능하다는 말을 믿고, 정회원비 500만원을 대출받아 추가적으로 입금했다"라며 "하지만 이번엔 정회원 가입 수수료 1500원이 함께 입금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추가금을 또 다시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들의 말을 믿고 또 다시 수수료와 함께 500만원을 입금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아이디가 대리배팅 의혹아이디로 분류됐다며 추가로 1600만원 입금을 요구했다.

뭔가 꺼림직 한 것을 느낀 A씨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걸 깨달았다. 자신과 비슷한 사례로 피해를 당한 이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상황을 공유한 것.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그는 채팅방 매니저에게 대리배팅 사기를 추궁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설상가상 운영자는 오히려 1600만원을 입금해야 출금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재차 강조하는 등 끝까지 피해자를 속이려고 했다.

전문가는 이와 관련해 전형적인 대리배팅 사기수법에 당한 것이라며, 돈을 받기위해 돈을 넣는다는 것은 무조건 사기임을 강조했다.

리라법률사무소 김현중 대표변호사는 "이들은 조작된 그래픽과 체계화된 프로그램을 통해 피해자의 욕구를 지속적으로 자극한다"라며 "이 같은 수법에 당했다면 형사 고소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단 사기죄로 운영자 등을 고소해야 한다. 이들 대부분은 해외에 체류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좌명의자도 있을 것이다. 계좌명의자가 한국인일 경우 대부분 특정이 가능하다. 우연치 않게 계좌를 이용당한 경우를 제외하고, 이들은 조사를 통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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