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표율 65%…30%포인트 차로 1위 당선
임 회장, 과거 '이재명 헬기 이송' 고발도
'강경파' 임회장 "오히려 의대정원 지금보다 줄여야"

지난 1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장에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끌려나가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1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장에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끌려나가는 모습. 사진=뉴시스

[월요신문=박지영 기자]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의 새로운 회장으로 임현택 당선인이 선출되면서, 의료계와 정부 간의 의대 증원을 둘러싼 갈등이 더욱 첨예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임 당선인은 그동안 강경한 입장으로 정부의 의료 정책에 대응해온 인물로, 의대증원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장기화는 더욱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의협 회장으로 선출된 임현택 당선인은 이날 오후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위원장과 만나 비대위 운영 방향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논의한다.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치러진 의협 회장 선거 결선 투표에서 기호 1번 임현택 후보가 총 투표 수 5만 681표 중 65.43%, 즉 2만 1646표를 획득해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경쟁 후보였던 기호 2번 주수호 후보(미래의료포럼 대표, 35대 의협 회장)는 34.57%인 1만 1438표를 얻는 데 그쳤다.

임 당선인은 지난달 1일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 토론회장에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문제점을 피력하기 위해 회의장 입장을 시도하다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에게 입을 막히고 양팔을 붙잡힌 채 밖으로 끌려난 바 있는 인물이다. 

당시 임 회장은 "보건복지부가 토론회 전날 공개한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토론회장에 찾아갔다"며 "경호원들에게 '의료 현장을 잘 아는 사람으로서 뜻을 전하러 왔다'고 하자 안 된다고 하며 입을 틀어막고 끌어냈다"고 밝혔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과 변성윤 평택시의사회장이 1월 8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전준호, 정청래 의원을 업무방해 및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형사고발 하기 전 고발장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과 변성윤 평택시의사회장이 1월 8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전준호, 정청래 의원을 업무방해 및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형사고발 하기 전 고발장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명 헬기 이송' 고발 사건도 주도

임현택 당선인은 지난 1월 부산 가덕도 방문 도중 피습당한 이재명 대표가 서울대병원 119응급의료헬기로 이송된 것과 관련, 이 대표를 비롯해 천준호 비서실장,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업무방해 및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당시 임 당선인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대병원 의료진은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통해 응급 수술이 필요 하다는 판단 하에 이재명 대표 측에 수술을 권유했다"면서 "하지만 이재명 대표 측은 굳이 서울대병원 이송을 고집해 부산대병원과 서울대병원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산대병원이 서울대병원 보다 외상센터의 규모나 의료진의 수, 연간 치료 환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 이 대표를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할 의학적인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1년에 약 12만 명의 중증외상 환자가 응급실로 실려오고 이 중 3만 명이 죽는다"면서 "부산대학교병원에서 충분히 치료받을 수 있는 야당 대표가 국회의원들을 동원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을 요청한 것은 의료진에 대한 갑질이고 특혜 요구이며, 부산대병원과 서울대병원에 대한 업무방해 행위"라고도 말했다.

임 회장은 또 "사고 당시 부산에는 119응급의료헬기(소방헬기)가 1호기(AW-139)와 2호기(BK-117) 등 총 2대가 있었지만, 이 중 2호기(1997년 도입)는 교체를 앞두고 있을 정도로 노후화해 실제 1호기 위주로 운행하고 있었다"면서 "이 대표가 119응급의료헬기를 이용하는 동안 부산지역은 사실상 '119응급의료헬기 공백 현상'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이송으로 1000만원으로 추정되는 국가 예산이 낭비됐다"면서 "환자 진료에 매진해야 할 의료진이 이송을 위해 헬기에 동승한 것 역시 병원과 국민들에게 피해를 끼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42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당선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장이 2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결선 개표에서 당선소감을 밝히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42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당선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장이 2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결선 개표에서 당선소감을 밝히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강경파' 임회장 "오히려 의대정원 지금보다 줄여야"

임 당선인은 의료계 내에서도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의료계 집단행동을 방조 및 교사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후, "당선인 신분으로 전국 의사 총파업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의대 정원과 관련해서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2000명 증원 계획과는 반대로, 오히려 줄여야 한다는 입장으로 정부와 입장차가 커 향후 정부와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제42대 의협 회장 선거' 결선투표 직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임 당선자는 "우리나라는 지금도 동네 사거리에 수 없이 많은 전문의가  운영하는 병의원들이 있을 정도로 의료 접근성이 좋아 오히려 의대정원을 지금보다 500명 내지 1000명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보건복지부 장·차관과 대표적인 폴리페서인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를 파면하고 대통령은 사과해야 한다"면서 "이번 사태 기획자인 안상훈 전 대통령실 사회수석의 경우 국민의힘의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취소해야 하고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도 백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당선자는 의대 증원 사태로 인해 전공의, 의대생, 의대 교수들이 불이익을 받게 될 경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임 당선자는 '총파업 돌입 시점'에 대해 "(정부가)전공의, 의대생, 교수들에 대해 행정처분을 하거나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면서 "14만 전체 의사들이 모두 하나돼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 증원 원점 논의'뿐만 아니라, 임 당선자가 제시한 공약들은 의정 간의 입장차가 커 향후 대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의 주요 공약에는 의사면허 취소법 개정(살인·강도 등 강력범죄만 적용), 수술실 CCTV 설치법 개정, 진료보조(PA) 간호사 의사 대행 금지, 당연지정제 폐지(어떤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더라도 건강보험 혜택을 누리도록 하는 제도)등이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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