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美 애리조나 공장 조감도 사진 =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美 애리조나 공장 조감도 사진 = LG에너지솔루션

[월요신문=정진영 기자] 한국 정부가 미국의 핵심광물 수입에 대한 추가 관세 검토와 관련해 한국산 제품에 대한 우호적 대우를 요청했다. 한국산 핵심광물과 그 파생제품이 미국 내 배터리 공급망 안정에 기여하고 있으며, 무역 제한 조치가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 관보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15일 미국 상무부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진행 중인 핵심광물 관련 조사에서 한국산 제품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산업부는 의견서에서 한국이 미국의 안보 동맹이자 공정한 무역 파트너임을 강조하며, 한국산 핵심광물이 미국 산업 전반에 실질적인 이익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번 조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라 시작됐다. 미국 상무부는 희토류를 포함한 가공된 핵심광물 및 파생상품이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지를 검토하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고율 관세나 수입 제한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수입품이 국가 안보에 위협을 줄 경우 대통령이 통상 조치를 명령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한국 정부는 의견서에서 미국이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방산 등 전략 산업에서 핵심광물의 안정적 확보가 필수적인 상황이며, 단기간 내 자국 내에서 이를 자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공급망 강화를 위해 수십 조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은 미국의 핵심광물 수입처 중 하나로, 비스무트의 41.1%, 인듐의 15.9%를 공급하고 있다. 텅스텐의 경우 올해부터 장기 계약을 통해 한국 생산량의 약 45%가 미국으로 수출될 예정이다. 산업부는 이러한 수치를 근거로 한국산 핵심광물과 그 파생제품이 미국 내 전략 산업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역시 미국 상무부에 별도의 의견서를 제출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배터리 공장 및 공급망 구축에 총 587억 달러(약 80조 원)를 투자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협회는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가진 특정 국가와 기업에 한해 제재를 가해야 하며, 한국산 핵심광물에 대해서는 최소 5년간 관세 면제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LG화학 등 주요 배터리 업체들도 각각 의견서를 제출하며, 자사의 미국 내 사업 현황과 투자 계획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들은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로 인해 공급망 차질이나 투자 위축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왼쪽)이 지난달 10일 토요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 회담에서 허리펑(何立峰) 중국 부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왼쪽)이 지난달 10일 토요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 회담에서 허리펑(何立峰) 중국 부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미국은 최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로 인해 핵심광물 공급망 불안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따라 런던에서 중국과의 핵심광물 관련 협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량의 약 70%, 가공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수출 제한이 지속될 경우 미국 제조업 전반에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최근 유럽연합(EU)과의 협상에서 조건부 '녹색통로(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해, 요건을 충족한 기업에 대해 희토류 수출 허가를 신속히 처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중국 상무부는 "각국의 수요와 우려를 고려해 합법적 무역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국은 미국의 배터리 공급망에서 전략적 동맹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만큼, 기업들의 실질적 기여와 투자 내역을 외교적으로 적극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며 "다만 미국이 중국과의 패권 경쟁 속에 안보 논리를 앞세우는 만큼, 동맹국 간 '선별적 예외' 여부가 이번 조사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번 한국 정부의 대응이 향후 협상에서 실질적인 관세 완화나 예외 적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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