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영면에 들어간 배우 이순재 씨 생전 모습. 사진=뉴시스
25일 영면에 들어간 배우 이순재 씨 생전 모습. 사진=뉴시스

‘국민 아버지’로 크게 사랑받은 배우 이순재 씨가 25일 새벽 영면에 들어갔다. 향년 91세.

유족에 따르면 이순재 씨는 이날 새벽 조용히 눈을 감았다. 고령에도 연극·드라마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던 그는 지난해 건강 이상으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공연을 취소하고 활동을 중단했다. 지난해 말 KBS 2TV 드라마 ‘개소리’로 ‘2024 KBS 연기대상’ 대상을 거머쥐며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것이 공식석상 마지막 모습이 됐다.

이순재 씨는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한 뒤 1965년 TBC 1기 전속 배우로 발탁되면서 방송 활동에 본격 뛰어들었다. 이후 TV 드라마와 영화, 연극 무대를 오가며 60여 년 넘게 연기 인생을 이어왔다.

1990년대 초반 MBC TV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서 가부장적인 아버지 ‘대발이 아버지’ 역을 맡아 큰 사랑을 받으며 ‘국민 아버지’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KBS 2TV ‘목욕탕집 남자들’, MBC TV 드라마 ‘허준’ ‘상도’ ‘이산’ 등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고, ‘나도 인간이 되련다’ ‘동의보감’ ‘엄마가 뿔났다’ 등 다수의 작품에서도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다.

70대에 접어들어서는 MBC TV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자신을 희화화한 코믹 연기로 젊은 세대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다. tvN 예능 ‘꽃보다 할배’에서는 특유의 추진력과 체력으로 ‘직진 순재’란 별명을 얻으며 예능에서도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무대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연극 ‘장수상회’(2016), ‘앙리할아버지와 나’(2017), ‘리어왕’(2021) 등에서 노배우의 저력을 보여줬고, 건강 악화로 활동을 잠정 중단하기 전까지도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무대에 서며 식지 않는 연기 열정을 증명했다.

배우로서뿐 아니라 연기자 권익을 위해서도 앞장섰다. 이순재 씨는 한국방송연기자협회 회장을 세 차례 역임하며 방송연기자들의 처우 개선과 위상 제고에 힘썼다. 1992년에는 제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자유당 후보로 서울 중랑구 갑에 출마해 당선, 정치권에서도 활동했다.

빈소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에 마련됐다. 조문은 25일 오후 2시부터 가능하다. 발인은 27일 오전 6시20분, 장지는 경기 이천 에덴낙원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최희정 씨와 아들 이종혁 씨, 딸 이정은 씨가 있다. / 월요신문=박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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