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이호영 기자]상품 추천·검색과 재고 관리는 기본, 백화점 슬로건 작성에 신입 멘토링까지 척척...
최근 몇 년 새 유통업계도 인공지능(AI) 도입에 드라이브를 걸고 상품과 서비스 적용 영역을 확대해오고 있다. 초기엔 단순한 챗봇 정도로 시작했지만 생성형 인공지능을 계기로 이제는 온오프라인 유통 상품 검색과 추천, 재고 매장 관리까지 고도화하고 있다. 특히 롯데·신세계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확보한 빅데이터 활용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24일 업계 등에 따르면 재작년(2023년 2월) 카피라이터 '루이스' 등 인공지능 적용 영역을 넓히며 도입이 눈에 띄는 곳은 현대백화점이다. 특히 인공지능 루이스 활용은 직원 채용 형태를 띠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올 들어 현대백화점은 인공지능 전환(AX) 전략을 내세워 전 분야로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 AX는 창의적인 업무에 몰두, 업무 역량을 강화하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취지다. 이를 통해 현대백화점은 인재 육성과 조직 전반의 운영 효율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마케팅과 대고객 서비스 업무에서는 이 AX가 상당 부분 이뤄졌다. 마케팅 문구 제작에 특화된 '루이스'뿐 아니라 지난해(2024년 9월)엔 고객 불만 대응 역량을 높여주는 '인사이트 랩스'도 활용하고 있다.
최근엔 내부적으로 대화형 '인공지능 멘토'도 도입했다. 신입이나 저연차 직원에게 인공지능이 업무 매뉴얼은 물론 조언도 해준다. 일대일로 상의하며 직무 전문 지식과 노하우 등을 익힐 수 있다. 이런 '멘토' 기회는 상품기획·공간·트렌드·글로벌 등 13개 직무 분야 139명의 직원들을 3300시간 심층 인터뷰한 정성적인 전문 지식을 데이터화하고 인공지능에 적용한 결과다.
지난달(6월)엔 인공지능 쇼핑 어시스턴트 '헤이디'를 내놨다. 이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현대백화점·아웃렛 오프라인 점포 내 브랜드와 레스토랑, 팝업, 전시, 각종 행사 등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수많은 정보를 취향에 따라 큐레이션해준다. 온라인 쇼핑 추천에서 오프라인 유통 공간 기반의 맞춤형 쇼핑 추천으로 한 단계 진화한 것이다.
롯데그룹도 인공지능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신동빈 회장은 올해 하반기 사장단회의에서도 인공지능을 강조했는데 롯데지주는 별도의 인공지능 태스크포스(TF) 전담조직까지 갖추고 있다. 전 계열사는 문서 번역·요약, 회의록 자동 생성 기능 등의 인공지능 플랫폼 '아이멤버 2.0'뿐 아니라 마케팅 전용 올인원 인공지능 '에임스'도 도입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룹 전 영역에 걸쳐 구매, 생산, 영업∙마케팅, 고객 관리 4개 분야를 인공지능 주력 개발 분야로 삼고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나서왔다. 일례로 롯데 화학군 경우 인공지능이 고객이 원하는 색상 조합을 찾아내는 시스템을 개발, 일일 생산성을 50% 개선하기도 했다.
일찌감치 롯데그룹은 2010년대부터 내부 모든 인공지능 서비스를 '샤롯데' 이름으로 통합 운영해왔는데, 백화점과 마트, 홈쇼핑(사내 직원 업무지원 챗봇 등), 화학, 건설(인공지능 전담조직, 업무자동화·신사업 등) 등 계열사별로 인공지능 도입이 활발해지자 최근엔 '인공지능(AI) 윤리헌장'을 선포하고 인공지능 활용과 개발 과정에서 임직원이 지켜야 하는 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룹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유네스코와 과기부 인공지능 가이드라인 근간)을 제시한 것이다. 사회적으로 인공지능 정보 왜곡과 유출, 인권 침해 위험이 높아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이다. 롯데지주는 "인공지능 결과물의 리스크를 재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환경 구축이야말로 그룹 인공지능 경쟁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유통 경우 2023년부터 롯데그룹은 유통군 헤드쿼터(HQ)는 유통업계 인공지능 기술을 효과적으로 작용하도록 '라일락 센터'를 설립, 운영해오고 있다. 이 센터는 롯데 유통 계열사들의 인공지능 과제를 통합 기획, 관리한다. 또 유통 게열사별 인공지능 서비스 도입과 가격 트렌드 분석을 통해 '스마트 프라이싱 시스템' 등 유통업 특화형 인공지능 서비스를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다.
같은 해 롯데쇼핑 경우 인공지능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유통업에 특화한 롯데만의 생성형 인공지능 도입을 가시화했다. 독자적으로 구축해온 온오프라인 유통 노하우와 고객 구매 데이터 등을 최대한 활용해 고객별 세분화한 관심사와 취향을 만족시키는 등 '초개인화' 트렌드에 부응하는 한편 차별화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겠단 것이다. 또 인공지능 활용 수요 예측 기반의 자동발주 시스템 등으로 유통 프로세스 효율성도 높이겠단 계획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롯데마트·슈퍼는 '맹탕 수박' 등 과일 선별 등에 인공지능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왔는데, 최근의 인공지능 서비스 적용 사례를 보면 올 들어 지난달(6월)엔 대화형 인공지능을 추가해 보틀벙커 2.0을 재손질해 내놓기도 했다. 이 앱의 주요 서비스는 인공지능 소믈리에가 시간·장소·상황(TPO)을 감안해 맞춤형으로 와인·위스키 등을 골라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다. 대형 언어모델 인공지능 중 하나인 제미나이를 활용한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 구축에 나선 것이다.
◆ 방대한 '빅데이터' 활용 고심...신세계도 온오프라인 맞춤형 검색·추천 등 고객 경험 혁신 주력
롯데그룹 전사적인 움직임에 발맞춰 롯데멤버스는 그룹 전 계열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트렌드 분석 인공지능 서비스 '세그먼트 랩'을 지난 5월16일 정식으로 열고 운영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는 그룹 통합 멤버십 엘포인트 4300만 회원 소비 데이터와 외부 데이터를 결합해 트렌드를 자동 분석, 예측하는 플랫폼이다.
신세계그룹도 그룹 차원에서 온오프라인 '인공지능 기반 유통 혁신 기업'을 목표로 축적해온 방대한 데이터 활용에 고심하고 있다. 현재로선 온오프라인 상품 검색과 추천 등 고객 서비스부터 재고·판촉 등 매장 관리까지 신세계백화점·이마트 오프라인 유통뿐 아니라 SSG닷컴·지마켓·신세계까사(굳닷컴) 온라인 채널, 스타벅스 등 각 계열사별 활용 범위를 넓혀오고 있다.
일례로 신세계백화점은 'S-커스터머 랩' 신설로 인공지능 적용 연구를 확대하고 '인공지능 퍼스널 쇼퍼' 등 고객 경험 혁신에 힘을 싣고 있다. 이마트는 신선식품 자동 할인율 책정 '인공지능 신선 마크다운'과 재고·판촉 효율화 등에 나서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