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이호영 기자]전통 신선식품 강자들이 배송 브랜드를 손질하며 빠른 배송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들어 대형마트·슈퍼업계는 마트와 슈퍼 배송을 통합하거나 세분화하며 효율화에 골몰하고 있다.
이제 유통업계는 온오프라인 불문, '신선식품 빠른 배송'이 최종 승부처가 돼가는 모습이다. 이들 업계는 쓱배송(이마트 SSG닷컴), 매직배송(홈플러스 온라인) 등으로 업태 통합 '고유 배송' 브랜드를 만들며 배송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 배송전은 '쿠팡보다 더 빠른 배송'격인 '즉시 배송(퀵커머스·배달)'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사실 이들 기업형 슈퍼마켓(SSM) 업태에서 이 '배달'은 오래 전부터 일상적이어서 크게 새로울 것은 없어보인다. 다만 대형마트 매장도 배달의민족과 협업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배달' 서비스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코로나 이후 쿠팡으로 대변되는 이커머스 급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도 온라인 과도기에 놓이면서 태생적으로 배송에 주력해야 하는 이커머스 빠른 배송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업계는 최근에서야 수익성을 맞추는 모습이지만 전반적으로 이커머스 큰 흐름에 합류하는 구조 개편에 주력해왔다.
3일 업계 등에 따르면 신선식품 위주의 이 '빠른 배송' 전쟁엔 오프라인에서는 신세계그룹이 CJ그룹과의 협업 등을 통해 가장 적극 대응해오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가장 잘 할 수 있는 업의 본질에 집중하자"를 기조로 삼고 배송 부문은 과감히 CJ그룹에 일임했다. 국내 1위 물류기업 CJ대한통운을 업고 배송 대응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해왔다. 이제 신세계그룹은 CJ대한통운에 힘입어 SSG닷컴 새벽배송을 전국(울산, 전북 전주·군산·익산 등) 단위로 확대(4월~)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최근엔 신선식품 위주 이마트 이커머스 SSG닷컴 물류의 고유 브랜드 '쓱배송'을 '장보기 배송' 서비스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 브랜드로 리브랜딩하는 한편 이용 시간대와 기능, 플랫폼별로 분류해 배송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마트는 소비자 편의를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SG닷컴 전용 물류 인프라를 활용하는 식품·장보기 위주의 이마트와 자회사 매장·몰 경우 '쓱 주간배송(이마트)'과 '쓱 새벽배송(이마트)', '트레이더스 쓱배송(트레이더스)', 으로 배송 브랜드를 세분화해 운영하고 있다. 장보기 위주가 아닌 오픈마켓(지마켓·옥션)은 CJ대한통운과 익일 '스타배송'을 별도로 적용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대형마트 이마트는 배달(퀵커머스) 브랜드 '쓱고우'를 2022년 시범 운영하기도 했는데 최근 들어 배달의민족과 협업해 대형마트 배달 서비스에 다시 힘을 싣는 모습이다. 현재 수도권과 지방 9개 점포에서 이 배달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왕십리점과 구로점부터 시작해 올 4월 목동점 등 4개 점포, 5월에 은평점 등 3개 점포로 확대했다. 그룹 기업형 슈퍼마켓 '이마트에브리데이'에서는 이미 배달 브랜드 '이마일 배송'을 운영하고 있는 상태다. 이마트는 이런 대형마트 배달을 지속적으로 늘려 "2027년까지 매출 34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최근 대형마트(+슈퍼마켓) 업계 2위 홈플러스는 지난 5월 '매직 배송'을 출범하고 배송 브랜드를 통합 개편했다. 이는 '매장에서 직접 배송' 줄임말로 기존 대형마트 당일·예약 배송인 '마트직송'과 슈퍼마켓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1시간 내외 배달하는 퀵커머스 '즉시배송'을 통합 운영하기 위한 배송 브랜드다. 기존 마트직송은 '매직배송'으로 바뀌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즉시배송은 '매직나우'로 변경했다.
주문 후 1시간 내 퀵커머스 '배달' 서비스 경우 홈플러스도 상황은 이마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슈퍼마켓 위주의 배달 서비스는 그대로 운영하면서 대형마트 매장에서도 직접 배달하는 서비스를 배민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이제 막 시작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4월부터 강동점과 신도림점, 상봉점, 동래점 등 6개 점포부터 배민 장보기∙쇼핑에 입점해 배달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지난달(7월) 24일부터는 금천점과 영등포점, 남대구점, 청주점, 전주효자점까지 5개 점포를 추가로 운영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이달(8월)까지 40개 이상 배달 가능 매장을 늘릴 계획이다.
이 대형마트 배달은 점포 반경 4km 이내 거주 소비자가 배민에서 주문하면 마트 매장의 신선식품과 델리, 베이커리 등 상품을 1시간 내외로 받아보는 새로운 배송 형태다. 홈플러스는 "1~2인 가구 중심으로 즉시 필요한 상품의 빠른 장보기를 지원해 소비자 접점을 늘리고 각각 다른 유형의 쇼핑 수요를 흡수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홈플러스 등 업계에 따르면 실제 기존 대형마트 매직배송 고객과 배민 배달 고객은 쇼핑 목적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마트 매장 대비 배민 주문 소비자 매출 비중이 신선식품 7% 포인트, 냉장∙냉동식품 4% 포인트, 델리 3% 포인트 더 높다. 배달 서비스 이용 소비자는 바로 먹는 식품을 더 많이 주문하는 것이다. 특히 배민 대형마트 배달 이용자 경우 애호박 등 조리보다 깐마늘과 고추, 오이 등 식사에 바로 곁들일 수 있는 채소류 등에 주문이 집중돼 있다.
한편 롯데마트는 온라인 신선식품 사업을 확대하고는 있지만 별도의 배송 브랜드를 두고 있지 않다. 2022년 새벽배송에 이어 지난해(2024년) 2시간 내 배송(배달)하는 바로배송 서비스 중단 후 따로 배달 등에 힘을 싣고 있지는 않다.
다만 롯데마트는 올 3월 롯데마트몰을 '롯데마트 제타(이그로서리 앱)'로 바꾸고 오카도(영국 온라인 유통 플랫폼) 스마트 플랫폼, 자동화 물류센터(CFC) 기반 베송 효율성을 높이겠단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내년 상반기 내 부산에 선보이는 이 CFC와 연계해 인공지능 수요 예측과 피킹(픽업)과 패킹(포장), 배송 노선을 고려한 배차까지 자동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롯데마트 제타에서 주문한 후 원하는 배송 날짜와 세부 시간대를 선택하는 예약 방식으로 배송하는데, 하루 3~4회차 배송 시간대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들어 한창 대형마트 배송 시스템을 개편 중인 홈플러스는 "산재된 배송, 픽업 브랜드를 직관적으로 통합해 홈플러스 온라인 강점을 알리는 전환점을 마련하고자 했다"며 "대형마트·슈퍼마켓 등 각 채널별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생활밀착형 배송을 강화함으로써 급변하는 이커머스 트렌드에 맞춘 유연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빠른 배송 '로켓배송'의 이커머스 넘사벽 강자 쿠팡도 사실상 이 신선식품 배송(컬리 새벽배송 선두)에 관한한 후발 주자인 상황이다. 신선식품에 방점을 찍고 이커머스 배달 서비스를 전격 확대하고 있는 대형마트·슈퍼 업계가 대형마트 배달이라는 새로운 배송 형태로 수익성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