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제2사업장 전경. 사진=여천NCC
여천NCC 제2사업장 전경. 사진=여천NCC

[월요신문=편슬기 기자]여천NCC가 공동 대주주 DL그룹의 자금 지원 거부에 부도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반면 또 다른 공동 대주주인 한화그룹은 추가 지원 의사를 재차 강조하고 있어 행보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석유화학업계와 IB업계에 따르면 현재 여천NCC는 석유화학업황 악화로 인한 적자, 재무구조 악화로 이달 말까지 약 3100억원의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21일까지 자금 확보에 실패한다면 채무불이행(디폴트, 부도)가 불가피한 상황.

이에 여천NCC는 DL그룹에 추가 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지만 DL그룹은 이를 거부하고 워크아웃 신청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의 경우 지난 7월말 이사회에서 여천NCC에 대한 15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 대여를 이미 승인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한화그룹과는 달리 자금 지원을 거부하고 워크아웃을 강행하려는 DL그룹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정욱 DL그룹 회장의 무책임함에 대해 '모럴 해저드'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합작계약에 따라 증자 또는 자금 대여를 한쪽 주주 단독으로는 불가능하며 여천NCC 이사회 승인이 필수적이다.

현재 여천NCC 이사는 총 6명으로 한화그룹과 DL그룹이 3명씩 지명하고 있다. 결국 DL그룹 측 반대로 인해 한화그룹 단독으로 1500억원의 자금 대여조차 불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악화된 석유화학 시장 환경에서 여천NCC의 워크아웃 신청은 업계 동반 부실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국내 경제 상황에 심각한 악영향을 불러올 것이라는 공통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한화그룹은 여천NCC의 대주주인 한화솔루션 또한 석유화학 실적 부진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어떻게든 신규자금을 지원하고 생산량 감축 등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여천NCC를 회생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정도경영과 책임경영을 다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DL그룹은 여천NCC 회생 보다는 사실상 고의 부도를 내기 위해 워크아웃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와 금융 당국까지 나서 DL그룹 측을 설득하고 있지만 DL그룹이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지난 7월말 여천NCC 위기 극복을 위해 열린 긴급 회의에서 이해욱 DL그룹 회장은 "내가 만든 회사지만 신뢰가 안간다"며, "DL그룹은 여천NCC랑 원료공급 계약을 하지 않겠다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져도 답이 없는 회사에 돈을 꽂아 넣을 수는 없다"고 발언했다는 참석자 주장이 확인됐다.

한화그룹은 해당 현장에서 "주주사가 지원을 하지 않으며 여천NCC는 당장 디폴트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자구책을 실행한다면 속도가 느릴 수는 있으나 개선의 여지가 충분하고 적자를 탈피할 수 있다"며 주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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