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소설가가 되었을 때, 나는 이십대의 내 삶을 소설로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나처럼 현장에서 도피한 비겁한 사람은 현장의 이야기를 쓸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중략) 이십대에 공장 생활 삼 년가량을 포함해 고작 오 년 정도가 노동운동의 전부인데 내 삶은 왜 여기 묶여 있는가. 그때의 무엇이 내 삶의 기저에 깔려 나를 끌고 가고 있나 묻고 또 물었다. 소설을 쓰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를 움직였던 건 거창한 이념이 아니었다. 그게 옳다고 생각했고, 부당한 것에 고개 숙이고 싶지 않았다. 때로 서툴렀고 좌절했지만 꺾이고 싶지 않았다. 그때 그 마음, 나를 움직였던, 그녀들과 당신을 움직였던 그 마음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믿는다. -작가의 말 中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나스카 라인'으로 등단한 양진채 작가의 새 책 '언제라도 안아줄게'가 출간됐다.
이형진 민주노총 일반노조 인천지부장의 추천사에 따르면 양진채 작가의 소설 같은 삶은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직후 시작된 공장 생활로부터 80년대 중반 격변의 시기를 관통한다. 그녀는 80년대 노동운동 집단 속에서 함께 부대끼고, 싸우고, 아파하면서 그녀는 20대 청춘을 고스란히 밝혔다고.
이처럼 이 책은 작가의 80년대 노동운동의 개인적 경험을 녹여내어 70년대의 가장 치열하고 힘들었던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의 투쟁을 치열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리고 있다.
이형진 인천지부장은 "소설 말미에 나오는 '아모르파티'는 이 소설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무엇인지 드러내고 있다. 선상에서 진혼을 위하여 친구 선자가 준비한 이 노래는 그 자체로 우리의 삶"이라고 추천사에 적었다.
아울러 "바닷가 섬으로 소풍을 갔던 그 추억의 흔적 위에 마지막으로 슬픔과 즐거움으로 버무려지는 진혼의 과정은 고통과 신선함으로 점철된 그녀들의 삶을 위로하고 있다. 또한 아픔의 극복이기도 하다"며 "이 소설은 70년대를 거쳐 80년대에 꽃피웠던 민주화 대장정의 시작을 알리고 있으며, 작가 자신의 정점으로 접근한다. 이 소설의 힘은 바로 여기 있다"며 대중에게 책을 건넨다.
책은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 미은과 명숙, 선자 그리고 태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대신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올라온 미은은 같은 방직공장에서 일하는 명숙, 선자와 같은 방을 사용하며 친자매 못지 않은 사이가 된다.
세 사람은 휴일도 없는 삼교대의 고된 노동 환경 속에서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청춘을 꽃피운다.
명숙은 공장에서 개최하는 미스동일 선발대회에 출전하고, 선자는 공장 일과 노조 대의원 활동을 병행한다. 미은은 성당에서 운영하는 야학을 다니며 학업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 세 사람이 하숙하는 주입집의 아들 태오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성당의 종지기 일을 한다. 그런 태오는 동갑내기인 미은과 점차 가까워지고, 가난한 형편 중에도 책을 놓지 않고 세상에 관심을 가지는 친구 경준과 함께 사제의 길을 꿈꾼다. (이하 생략)
양진채 작가는 '나스카 라인'을 비롯해 소설집 '푸른 유리 심장', 장편소설 '변사 기담' 등을 펴냈다. 공저로는 테마소설집 '인천, 소설을 낳다', '1995'가 있으며, 5인 중편집 '선택', 세월호 엔솔로지 '숨어버린 사람들'이 있다. '구멍'으로 제2회 스마트소설 박인성문학상을 수상했다. / 월요신문=박윤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