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광주 북구 용봉동 한 캠퍼스에서 2명의 이용객이 한 대의 전동 킥보드를 탄 채 달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2일 오후 광주 북구 용봉동 한 캠퍼스에서 2명의 이용객이 한 대의 전동 킥보드를 탄 채 달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탁지훈 기자]전동킥보드 공유 업체들이 '이용자가 상해를 입어도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등 불공정약관으로 운영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에 나섰다.

공정위는 17일 올룰로(킥고잉)·피유엠피(씽싱)·매스아시아(알파카)·지바이크(지쿠터)·라임코리아(라임) 등 5개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 업체의 약관 중 12개 유형의 불공정약관 조항을 시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약관을 통해 회원에게 상해·손해 발생 시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거나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책임을 부담하고 있었다. 이에 공정위는 사업자가 경과실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게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보고 민법 등 법률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도록 수정했다.

공정위 심사 결과 지쿠터를 제외한 4개 업체는 보호프로그램에 명시된 한도 내 또는 10만원 안에서만 회사가 책임을 지고, 이를 넘는 손해에 대해서는 이용자가 부담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사업자의 배상책임 범위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조항이라고 보고 시정하게 했다.

또 킥고잉, 씽씽, 라임은 회원이 탈퇴할 경우 유료 충전한 포인트를 환불 불가라는 약관을 뒀으나 공정위는 현금으로 환불하도록 수정하게 했다.

뿐만 아니라 무료 쿠폰(포인트)을 회사가 언제든지 마음대로 회수·소멸 및 정정할 수 있게 한 조항은 사전 통지해 확인 및 소명의 절차를 거치도록 바꿨다.

눈여겨 볼 것은 사업자 책임 부당 면제 조항이다. 5개 업체의 기존 약관에서 '회원 상해·손해가 회사의 고의나 중과실에 기해 발생한 경우에 한해 책임을 부담한다' 등이었으나 현재 '회사의 고의나 과실에 기해 발생한 경우'로 변경됐다.

아울러 '회원이 자신의 아이디(ID)·비밀번호·결제 정보 등 관리를 소홀히 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회원 본인에게 있다'는 조항 뒤에는 '다만 회사의 귀책이 경합한 경우 민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책임을 부담한다'는 내용이 첨가됐다.

5개사는 공정위 심사 과정에서 불공정 조항을 스스로 고쳤다. 올룰로·피유엠피·매스아시아·지바이크는 새 약관을 자사 웹사이트 및 모바일 앱에 게시한 상태다. 라임코리아는 오는 12월4일까지 올리기로 했다.

황윤환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 업체가 주의·관리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면 책임을 부담하도록 명확히 규정했다"며 "현재 이 시장에서 19∼20개 업체가 있는데 중소업체들도 약관을 자징시정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빠르게 성장하는 킥보드 공유 서비스 분야의 불공정 약관을 시정해 이용자 권익을 보호했다"면서 "앞으로도 공유·구독 경제 분야의 불공정 약관을 계속 점검하겠다"고 부연했다.

한편, 공정위는 내년 업무계획에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 업체가 이용자 주의의무를 표시하고 안전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는다.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만 13세 이상이면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고 자전거도로를 이용하게 돼 별도의 조치가 없을 경우 이용자나 보행자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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