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운더의 아누아(왼쪽)와 달바글로벌의 달바 제품. 사진=각 사
더파운더의 아누아(왼쪽)와 달바글로벌의 달바 제품. 사진=각 사

[월요신문=장지현 기자]국내 중소·인디 뷰티 브랜드들이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끌며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이 연 매출 1000억원대 '메가 브랜드'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등 이른바 '빅3'의 해외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이 눈에 띄며 뷰티 업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7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스킨케어 브랜드 '아누아(ANUA)'를 전개하는 더파운더는 지난해 매출액 4278억원, 영업이익 1457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아누아는 지난해부터 미국, 영국의 울타뷰티(Ulta Beauty)와 부츠(Boots)에 입점하면서 매출 규모를 키워가고 있으며, 해외 매출액이 전체 매출액의 90%에 달하는 3644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방 화장품 브랜드 '조선미녀'를 운영하는 구다이글로벌은 지난해 매출 3237억원으로 전년 대비 131.9%, 영업이익은 1407억원으로 104.2% 증가했다. 효자 브랜드 조선미녀는 한국적인 콘셉트로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고, 특히 아마존 1위 썬크림으로 알려진 '맑은쌀썬크림'에 힘입어 K-뷰티 대표 브랜드로 성장했다.

구다이글로벌은 M&A(인수·합병)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빨간 달걀 모양 쿠션으로 SNS 입소문을 탄 티르티르와 라카코스메틱스, 그리고 스킨케어 브랜드 스킨 1004, 화장품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는 크레이버코퍼레이션까지 품에 안았다.

'승무원 미스트'로 단기간에 급성장한 '달바(d'Alba) 운영사인 달바글로벌은 지난해 매출액 3091억원과 영업이익 598억원을 달성했다. 이 중 해외 매출은 14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절반에 달한다.

이에 힘입어 달바글로벌은 이달 유가증권상장(KOSPI) 입성을 앞두고 있다. 달바글로벌은 이를 통해 해외 매출 비중을 70%로 확대하고 연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킨케어 브랜드 '넘버즈인'과 메이크업 브랜드 '퓌'를 전개 중인 비나우 역시 지난해 2664억원의 매출액과 75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으며, 약 30~40%가 해외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넘버즈인은 올리브영 판매 순위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해 '올리브영 모범생'으로도 꼽히고 있다. 퓌는 색조 화장품 중에서도 립과 블러셔로 전부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해외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비나우는 올해 해외 매출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고 내년엔 기업공개(IPO)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수분세럼으로 유명한 '토리든', 유명 메이크업아티스트 정샘물이 운영하는 '정샘물뷰티', 헤어 브랜드 '어노브'를 전개하는 '와이어트' 등이 매출액 1000억원대를 달성하며 메가 브랜드 반열에 올랐다.

사진=에이피알
사진=에이피알

K-뷰티 '빅3' 구도 위기...에이피알의 급부상?

국내 뷰티기업 '빅3'로 꼽히는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애경산업은 서로 다른 성적표를 마주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해외 매출의 흑자 전환으로 실적 개선이 뚜렷해졌지만,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은 중국 시장 침체와 내수 부진 영향으로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마주했다. 특히 애경산업의 실적이 급감하면서, 미국에서 급성장한 에이피알이 애경산업의 3위 자리 탈환을 노리고 있는 모양새다.

아모레퍼시픽홀딩스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 1648억원, 영업이익 1289억원을 기록하며 당초 증권가 예상치를 뛰어 넘었다.

특히 해외 매출이 전년 대비 40.5% 증가한 4730억원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자회사인 이니스프리·에뛰드·에스쁘아·아모스프로페셔널 등이 서구권에서 성장세를 보다. 중화권에서도 비용 절감과 거래 구조 개선 효과에 힘입어 흑자로 전환했다.

LG생활건강은 1분기 매출이 1조 6979억원, 영업이익은 142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8%, 5.7% 감소했다. 국내 면세점과 방문판매 등의 전통 채널에서 부진했으며, 비중이 높은 중국 시장 매출이 4.1% 감소하면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간 3위로 불려온 애경산업은 1분기 매출이 1511억원으로 1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0억원으로 63% 줄었다. 이 중에서도 화장품 사업 매출은 459억원, 영업이익 11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중국 시장의 소비 심리 위축과 플랫폼 경쟁 심화가 주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에서 회심의 카드로 AGE20'S를 내놓았으나 전체 실적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신흥 브랜드로 급부상하는 '메디큐브'를 전개하는 에이피알이 애경산업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1분기 실적은 오는 8일 발표될 예정이나, 증권가에선 매출액 2243억원, 해외 매출액은 약 16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메디큐브의 '제로모공패드'는 아마존에서 토너·화장수 부문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국내 올리브영에서도 판매량 상위권을 웃돌고 있어 호실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레드오션'이라 불리는 뷰티업계가 차별화 경쟁과 해외 다양한 국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승산이 있을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리브영,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의 노출도에 따라 매출 성장률 차별화가 심화하고 있다"며 "마케팅과 제품력 측면에서 우위를 선점하거나 해외 매출처를 다변화한 곳만이 메가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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