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판교에서는 노조를 중심으로 한 파업·집회·시위 등이 한창이다. 심장 박동 소리만 들려오던 고요한 판교에서 노조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모습이다.
가장 먼저 출발선을 끊은 네이버는 직장 내 괴롭힘 이슈로 인해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최인혁 전 CTO(최고기술책임자)의 복귀를 반대하며 연일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네이버의 바통을 건네받은 쪽은 카카오다. 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언은 2018년 첫 설립 이후 처음으로 파업을 예고한 바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임금단체협상 결렬이 결정적인 이유다.
당시 크루유니언 측은 "카카오 모빌리티의 성장은 크루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사측은 높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이고 낮은 수준의 보상안을 제시했다"며 사측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크루유니언은 지난달 11일 2시간 부분 파업을 진행한 뒤 4시간 부분 파업, 대규모 집회에 전면 파업까지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사측과의 극적 협상 타결로 사태가 일단락됐다.
넥슨 매출의 1등 공신인 던전앤파이터를 개발한 네오플은 게임업계 최초로 전면 파업에 나섰다. 7일부터는 주 3일 전면 파업, 주 2일 부분 지정 파업 체제로 전환키로 했다. 평일의 대부분을 파업하는 전면 파업과 다름없다.
파업에 나선 네오플 노조는 이익분배금(PS·Profit Sharing) 4% 지급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영업이익 총액의 4%를 노동자에게 균등하게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하라는 것이 이번 파업의 주된 이유다.
고요하던 판교에 노사 갈등이 연일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크다. 타 기업 대비 자유로운 근로 환경 등으로 비교적 온건파에 속했던 판교 노조들이 강성으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향후 판교 내 노사 갈등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사 갈등의 '도화선'에 불이 붙었으니 더욱 큰 화재로 번지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그렇다고 눈 가리고 아웅하기에 터지는 것은 새우의 허리뿐만이 아니다.
회사와 노조의 관계는 서로 협력하고, 함께 성장해나가는 존재다. 노조의 목소리가 곧 노동자들의 목소리이며, 노조에 속하지 않은 이들까지 포용해 의견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노조가 존재하는 이상, 회사는 올바른 근로 환경과 노사 문화 조성을 위해서라도 이들의 요구에 일정 이상 부응해야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갈등이야말로 건강한 것이라 봐야 하지 않을까. 드러나지 않는 갈등은 문드러지게 된다. 곪고 썩어서 악취를 풍기다 최악의 형태로 터지기보다는, 손댈 수 없게 되기 전에 노사 간 건강한 방식의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다. 바로, 지금의 판교처럼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