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편슬기 기자]SK텔레콤을 10년 넘게 이용해 온 고객 A씨는 SK텔레콤의 보상안을 확인한 뒤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8월 한 달 동안 요금 50% 할인과 데이터 추가 지급, 멤버십 혜택 강화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는 A씨에게는 고작 한 달 요금을 할인 받는 것에 그치는 보상안이다. 멤버십 혜택 강화도 A씨에게는 만족스럽긴 커녕 불만스러운 부분이다.
A씨는 "멤버십 혜택을 50% 할인으로 강화하면 뭐하나? 어쨌든 고객이 자신의 돈을 써야 하는 것은 변함 없는 사실이다"라며 "내 돈을 써서 받을 수 있는 것을 '보상안'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가?"라며 의문을 표했다.
SK텔레콤이 고지한 위약금 면제 신청 마지막 날이 밝았다. 14일 23시 59분 59초를 기해 종료되는 면제 신청을 놓치면 더이상 위약금 면제 신청을 할 수 없게 된다.
SK텔레콤의 고객 수는 사이버 침해 사태 이후 순감한 가입자 수는 총 57만6037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위약금 면제 소식 이후로 최소 13만 명 이상의 고객이 이탈해 70만 명을 넘는 서비스 해지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이버 침해 사태 전까지만 해도 부동의 시장 1위 사업자 자리를 유지하며 40%가 넘는 점유율을 자랑해왔던 SK텔레콤이다. 지난 2월 기준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은 40.4%로 2309만명을 기록했다. KT는 23.3%, LG유플러스는 18.3%, 알뜰폰은 16.9% 순으로 2위 사업자와도 상당한 격차를 보여왔다.
2309만 명에서 최소 70만 명의 이탈자가 발생했다고 가정했을 때 3% 넘는 점유율 감소가 발생하면서 SK텔레콤 부동의 벽인 40% 점유율이 무너지게 된다.
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SK텔레콤에서 KT로 6만1675명, LG유플러스로 6만2739명이 이동한 것으로 확인된다. 총 12만4414명이 이탈했지만 SK텔레콤으로 이동한 이들(약 7만명)도 있어 순감 규모는 6~7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 고객들의 엑소더스(대탈출)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부실한 대응이 있다고 봤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해지를 하지 않았던 고객들의 발걸음을 움직이게 만든 것은 침해 사태에 대한 '보상안'에 있다는 지적이다.
서비스를 해지하지 않은 고객들을 위해 마련한 '고객 감사 패키지'가 역으로 이들에게 실망감을 안긴 것이다.
SK텔레콤 고객 A씨는 멤버십 혜택 강화에 "어차피 내 돈을 써야 받을 수 있는 혜택이다"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신은정 DB증권 연구원은 "6월까지 약 50만 명 순감했을 것으로 가정되며, 유심 교체비 약 1850억원과 대리점 보상 비용 약 400억원의 반영이 예상된다"며 "신규 가입 중단 기간이 있었지만, 재개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감에 따라 마케팅 비용도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위약금 면제로 인한 번호이동 활성화와 단통법 폐지로 보조금이 인상되며 3분기 통신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대리점 간의 고객 확보 경쟁이 거세지고 있어 스마트폰을 바꾸려면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홍식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SKT 해킹 사고 여파로 MNP(번호이동) 확대와 더불어 SAC(인당보조금)이 인상되면서 3분기 통신 시장 과열에 대한 투자가들의 우려가 크다. 실제 SKT가 기변 위주로 지원금을 늘린 상태이며 KT 역시 SKT 번호이동 가입자에 대한 대리점 유치 수수료 인상에 나서고 있어 3분기 통신 3사 마케팅비용 증가에 대한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