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이상훈 기자]"한 번이면 실수, 두 번이면 습관, 세 번이면 고의"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유독 광복절과 일본이 연관된 실수가 자주 반복된다. 가뜩이나 민감한 두 나라 역사를 상기한다면 두 번, 세 번 더 철저히 확인해야 하지만 지금도 우리나라 주요 기념 홍보물에 일본의 것이 종종 사용되고 있어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가장 최근의 논란은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국토교통부가 제작한 영상에서 발생했다. 영상은 국토교통부가 만들었지만 영상 속 전철역은 일본 도쿄역 신칸센 선로가 담긴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많은 누리꾼의 제보에 따르면, 지난 광복절 국토부 유튜브에 공개된 '광복 80년의 뜻을 실어 내일로 달립니다' 영상에는 한국 철도의 발전상을 담은 장면들이 포함됐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해당 장면 배경이 한국철도가 아닌 도쿄역 신칸센 선로라고 지적했다.
영상 화면을 확대하면 차량이 우측통행이 아닌 좌측통행하는 모습이 포착돼 한국이 아닌 일본 도로임을 파악할 수 있다.
이번 논란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 "내부에서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영상이며 논란이 되자 바로 삭제 조치했다"며 "영상을 최종 검수할 때 언뜻 보고 놓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단순 실수라고 넘기기엔 비슷한 실수가 너무 자주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22년에는 국가철도공단이 광복절 기념 카드뉴스에 무궁화와 함께 일본 신칸센 사진을 사용해 질타를 받았다.
지난 7월에는 고속철도 SRT에서 제공하는 간식 박스에 거북선 선미에 일장기를 걸어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일본의 지배를 받았던 아픈 역사가 있는 만큼 일본과 연관된 이 같은 실수는 더욱 심각한 사안으로 여겨진다. 특히 지난해 광복절에도 KBS가 일본 기모노와 기미가요가 등장하는 오페라 '나비부인'을 송출해 공분을 산 만큼 이번 광복 80주년 기념 영상도 '광복절'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행동이어서 더욱 심각한 문제로 여겨진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정말로 어이없는 일"이라며 "국토부 관계자는 더이상 업체 핑계를 대지 말고 제대로 된 검수를 했어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관계자 문책 뿐만이 아니라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