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총리. 사진=뉴시스
한덕수 전 총리. 사진=뉴시스

[월요신문=박윤미 기자]12·3 비상계엄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해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인 것을 알려졌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에 합법적 외관을 씌우는 데 관여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독주를 견제해야 할 국무총리가 헌법상 책무를 방기하고, 오히려 대통령의 지시에 맞춰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며 '합법성 외피'를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제헌헌법 초안을 작성한 유진오 전 법제처장이 "총리 제도는 대통령 독주를 막기 위해 국회 동의를 거쳐 임명토록 한 것"이라고 밝힌 점을 인용했다. 헌법에 명문 규정이 없더라도 국무총리에게는 대통령 권한 남용을 견제할 의무가 있다는 근거다.

그러나 한 전 총리는 계엄의 위헌성을 인지한 뒤에도 국무위원 정족수 확보에만 치중했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당시 일부 장관이 도착하지 않았음에도 정족수 11명을 채우자마자 회의를 개의했고, 국무위원 전원의 의견을 수렴해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 재고를 권고하는 적극적 행위는 없었다는 것이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문에 부서를 거부하거나 반대 흔적을 남기지 않은 점에도 주목했다. 오히려 서명 후 폐기를 지시한 '사후 선포문'은 계엄에 합법적 외피를 씌우려는 시도를 입증하는 핵심 물증으로 보고 있다.

또한 특검팀은 국무위원 추가 호출 과정에서 "대통령을 말려 달라"는 적극적 요청이 없었으며, 각 부처 장관들에게 계엄 이후 조치 문건이 전달되는 것을 보고도 총리로서 제동을 걸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국무회의 종료 후에야 일부 장관이 도착한 사실도 확인돼 방조 혐의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제시됐다.

한 전 총리는 지난 사흘간 세 차례 대면 조사를 받았으며, 특검팀은 이르면 24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헌정 사상 전직 국무총리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례는 아직 없다.

특검은 동시에 외환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을 소환 조사했으며, 당초 조사가 예정됐던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불출석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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