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권을 향한 비판이 한 단계 더 강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금융 영역이 가장 잔인하다”며 금융권의 ‘서민금융’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서민금융안정기금’ 조성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미 전방위적 금융지원에 힘을 쏟는 금융권은 억울하다는 분위기다.

11일 금융권 및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민생회복 및 경제안정방안'을 논의하며 연 15.9%의 불법사금융 예방대출, 15.2%의 최저신용자보증부 대출 금리를 지적하며 금융권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이 대통령은 “이건 너무 잔인하지 않냐”며 “이걸 어떻게 서민금융으로 이름 붙이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금융이 기본적으로 고신용자에게는 저이자로 고액을 장기로 빌려주고, 저신용자에게는 고리로 소액을 단기로 빌려준다”며 “가장 잔인한 게 금융 영역”이라고 직격했다.

또 “입장은 이해하지만 서민들, 돈 없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준다면서 이자를 15.9% 받는데 이것도 18.9% 수준에서 낮춘 것”이라며 “경제성장률 1%대 시대에 성장률의 10배가 넘는 이자를 주고 서민들이 살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에 대해 “금리수준이 높아도 불법사금융으로 가는 것보다는 낫지만 어려운 분들의 금리 부담이 높은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서민금융을 위한 특별한 기금을 만들어 재정과 민간금융간 출연을 안정적으로 하며 규모와 금리수준을 관리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권 부위원장은 “사회공동체의 원활한 작동 측면에서 '상생금융'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해볼 것”이라며 “개별 금융사가 출연을 하면 그 출연료가 저리 대출자에게 부담을 주니까 그 출연료로 공동기금을 만들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그러면 금융기관 수익을 왜 서민금융에 써야 하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국가기스템을 활용해서 영업하는 것이고, 사회적 시스템인 측면이 있으니 그런 부분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금융권을 향해 ‘잔인하다’며 수위 높은 비판을 하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공약인 ‘서민금융안정기금’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민금융안정기금은 정부와 금융권이 함께 기금을 조성해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에 공급하는 운용 자금이다.

권대영(가운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서울 영등포구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열린 현장의 목소리로 만든 소상공인 금융지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두 번째는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 사진=뉴시스
권대영(가운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서울 영등포구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열린 현장의 목소리로 만든 소상공인 금융지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두 번째는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 사진=뉴시스

올해 금융권이 역대 최대 규모의 상생금융을 실시해야 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이미 포용·상생금융에 힘을 쏟고 있는 금융권은 억울하다는 분위기다. 현재 금융권 및 은행권은 3500억원 규모 배드뱅크 분담금, 교육세율 2배 상향,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출자, 석유화학업계 조직개편 지원, 상생·포용금융 등에 금융지원을 실시하고 있거나 곧 할 예정이다.

특히 은행권은 올해 5조원 넘는 상생금융을 집행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보다 규모가 더 늘어나 6조원이 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전국은행연합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상생금융 규모는 ▲2022년 7219억원 ▲2023년 8960억원 ▲2024년 2조2860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은행권은 올해 총 5조5767억원의 상생금융을 집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최근 신한은행은 추석 명절을 맞아 일시적으로 자금마련이 필요하거나 자금운영이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15조125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은 서민금융 지원 대출상품인 ‘KB 새희망홀씨II’의 신규금리를 1% 포인트 인하하고, 기존 연 10.5%였던 금리 상한도 연 9.5%로 낮추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신용대출 장기분할상환 전환제도, 채무조정프로그램(신용대출), 휴·폐업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에 대한 가계대출 채무조정프로그램, KB 개인사업자 리스타트대출 등 총 4종에 대한 신규금리도 3.5% 포인트 인하한다.

하나금융 및 하나은행은 미국의 관세 부과로 인해 직·간접 피해가 우려되는 중소·중견기업 및 소상공인을 위한 총 30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시행한다. 우리은행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및 취약계층 재기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채무조정 전담조직을 신설했으며, 서울시 소재 소상공인에게 총 2000억원 규모의 운전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 월요신문=고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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