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성분명처방 강제 추진을 ‘의약분업 파기’로 규정하며, 환자 안전과 진료권 침해를 이유로 강력 반발에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성분명처방 강제 도입에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국회에서는 약사단체에서 주관하는 '성분명처방 토론회'가 예정돼 있었으며, 대한의사협회는 이에 맞서는 한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는 단호한 결심으로 1인 시위 및 성명발표 자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14만 의사 대표로 마이크를 잡은 김택우 회장은 “성분명처방 강행은 ‘의약분업 파기’ 선언”이라며, 의약분업의 근간을 흔드는 시도에 단호히 맞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회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전문가 집단의 마지막 경고”라며, 잘못된 정책 추진을 저지하기 위해 이날부터 대한의사협회 1인 시위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 “성분명처방, 의사의 진료권 침해이자 환자 생명 위협”
김 회장은 성명서에서 성분명처방이 단순히 화학식을 나열하는 행위가 아니며, 환자의 상태와 병력, 병용 약물, 부작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학적 판단 하에 이뤄지는 전문 행위라고 강조했다.
동일한 성분이라도 약제마다 약동학적 특성과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 없이 임의로 대체될 경우 환자 안전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김 회장은 소아, 고령자, 중증질환자 등 취약 환자군에게서 약제 대체 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환자가 복용한 약제를 의사가 모르게 되면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진다고 경고했다.
◆ “예산절감 논리로 국민건강 담보…또 다른 의료 대란 초래”
정부와 일부 약사단체가 성분명처방을 통해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김 회장은 “이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도박판에 올리는 행위”라며 “전문가 단체로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약사단체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책무가 있는 전문가단체임도, 국민의 위험을 못 본 체하며 예산절감이라는 사탕발림을 앞세우고 있다"며 "이것이 과연 보건의료전문가단체로서 들 수 있는 적절한 근거인지 심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의료의 본질에서 경제논리가 우선시되는 순간, 또 다른 의료대란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정부가 의약품 수급불안을 이유로 성분명처방을 강행하려는 것은 ‘구조적 원인을 외면한 채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환자선택분업’으로 전환해야”…성분명처방은 “비상식적 폭거”
김 회장은 현행 의약분업의 기본 원칙을 설명하며 “의사는 진단과 치료 주체로 약제를 선택하고, 약사는 이를 안전하게 조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분명처방은 이러한 원칙을 훼손하는 것으로, 의약분업 전체를 무력화시키는 시도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의협은 성분명처방 강제를 즉시 중단하고, 환자 편의를 위한 ‘환자선택분업’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이 제도는 환자가 병원·의원 내에서 약제 선택권을 갖도록 하는 방식으로, 진정한 환자 중심 의료체계를 구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국회는 성분명처방 논의 즉각 중단하라”…의협 1인 시위 돌입
이날 김택우 회장은 정부에서 성분명처방을 위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방침에 가리키며 “의사의 전문적 판단을 의학적 근거도 없이 자의적으로 범죄라고 규정하는 것이자 규제하는 전례 없는 폭거”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국회와 정부, 그리고 약사단체는 성분명처방 강제 법안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의약분업 원칙을 회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부터 국회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 월요신문=박윤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