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유영상 대표가 경질되고, 정재헌 신임 CEO가 새롭게 수장 자리에 올랐다. 이에 SK텔레콤이 선두 자리를 지켜왔던 AI 관련 신사업의 향방에 이목이 쏠린다.

당초 업계에서는 유영상 대표의 유임을 예상했다. AI 에이전트 에이닷(A.)의 성과를 비롯해 가산 AI 데이터센터 개소,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 추진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주도하면서 유영상 대표의 리더십이 빛났기 때문이다. 

이번 사이버 침해 사고에서도 대표답게 과감한 결단력이 돋보였다.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피해를 입은 SK텔레콤 고객을 대상으로 유심 교체, 보상안 등의 대안을 마련하며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이에 업계 역시 유영상 대표의 연임을 점쳤던 것인데 30일 인사 발표에서 정재헌 신임 CEO가 선임된 것이다. 

정재헌 신임 CEO는 SK텔레콤 최초의 법조인 출신 CEO로, 지난 2020년 법무그룹장으로 SK텔레콤에 합류해 전략과 법무, 재무 등 회사의 주요 부서를 총괄해 왔다. 

SK텔레콤 측에서는 정 CEO가 SKT의 AI와 통신사업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유영상 대표의 진두지휘 하에 순조롭게 이끌어왔던 AI 신사업을 정 CEO가 어떻게 이어받을지 관건이다.

유영상 대표가 2025년은 실질적 성과의 해라고 언급했던 만큼, 정재헌 신임 CEO의 기조 역시 AI 사업의 수익화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높다. 이와 더불어 사이버 침해 사고로 인해 손상된 대내외 신뢰와 이미지 회복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 대표 체제 변경으로 인해 SK텔레콤의 AI 신사업 선두 자리가 위태롭다는 시각도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영상 대표는 잔뼈가 굵어 AX시대에 발맞춰 플랫폼 계획을 세우고 글로벌 기업들과의 네트워크를 탄탄히 다지는 등 관련 기반을 착실히 다져온 반면, 법조인 출신인 정 CEO의 능력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정 CEO 체제가 들어서며 SK텔레콤이 전투적으로 진행해왔던 AI 신사업이 자칫 속도가 늦춰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안개 속으로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SK텔레콤은 "AI는 SK텔레콤이 미래 산업이며, 가장 힘을 쏟고 있는 분야"라며 "앞으로도 AI에 더욱 힘을 쏟고 AI 비중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못 박았다. 

유영상 대표의 경우 2000년 SK텔레콤에 입사해 사업개발팀장, 본부장, 부문장을 거쳐 CFO와 MNO사업대표를 맡은 바 있다. 사이버 침해 사고가 간단하게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닌 것은 맞지만 AI 시대라는 중차대한 상황 속에서 이사회의 이번 경질은 아쉽기만 하다. / 월요신문=편슬기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